『열린다 성경』의 '회칠한 무덤' 해석, 유감
『열린다 성경』의 '회칠한 무덤' 해석, 유감
  • 김동문
  • 승인 2018.03.15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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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모세, '열린다 성경: 절기 이야기' 다시 읽기
감람산에 자리한 유대인 공동 묘지가 확장되고 있다.

때때로 하나의 글과 말 안에서 맞는 이야기, 맞는 것 같은 이야기, 맞을 것 같은 이야기, 맞을 것 같지 않은 이야기, 사실 등이 뒤엉켜져 있는 경우를 본다.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것에 의심과 회의가 다가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데 새로운 깨달음이 다가오는 말이나 글이라고 하여 그것을 검토 없이 받아들이거나 반대하지 말아야 한다. 생각을 갖고 읽어야 한다. 그렇지만 합리적 의심을 품고 누군가의 글과 말을 대하는 것은 번거롭지만 필요한 작업이다.

이 주제를 다루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얼마 전 읽은 ㄱ 일보(2018228)에서 이스라엘을 여행 중(?)인 A 대학의 신 모 교수의 독특한 해석을 접했다.

"신 교수는 “1세기 유대인의 무덤 양식은 평토장 동굴 무덤 바위 무덤으로 나뉘는데 나사로의 것은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무덤인 평토장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땅을 파서 시신을 두고 양쪽에 돌을 놓는 형태인데 예수님께서 죽은 나사로를 찾아와 돌을 옮기라고 하신 것은 이 구멍을 막기 위해 올려둔 돌을 치우고 나사로가 나올 수 있게 하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감람산의 유대인 무덤들

그런데 이 주장은 낯설다. 그 녹특하게 다가온 신 교수의 주장을 바탕으로, 예수 시대의 장례 문화를 살펴볼 수 있었다. 그 결과가 이번 꼭지글이다. 예수 시대에 땅을 파서 시신을 안치하는 장례 의식이 있었는지 필자는 쉽게 확인할 수가 없다. 자연 동굴을 이용하거나 인위적으로 바위를 파서 무덤으로 사용했다는 자료들은 넘쳐난다. 그렇지만 땅을 파서 시신을 안치했다는 주장은 찾기가 어렵다.

위에서 인용한 기사에서 신 모 교수가 말하고 있는 그 장례 장면은 어떤 상황이었을까? 사람들이 땅을 파고 시신을 안치하고 흙으로 덮고 시신의 양쪽(오른쪽과 왼쪽? 아니면 발치와 머리 쪽?)에 돌을 놓았다? 어떤 돌? 둥근 돌? 바위? 시신이 안치된 곳에 구멍이 있고, 그 구멍을 막기 위해 둘을 올려두었다는 주장인가? 나사로는 흙 속에 묻혀있었던 것인가? 땅속 구멍 속에 있었다는 이야기인가? 여러가지 궁금한 장면이 떠올랐다. 

기드론 골짜기의 고대 무덤

일단 나사로 장례 이야기의 무대는 베다니였다. 그 베다니, 벳바게, 감람산, 기드론 골짜기 할 것 없이 예루살렘 주변 산지는 주로 석회암 산지이다. 그곳에는 자연 동굴도 있었다. 그런 곳에 시신을 안치하거나, 경제 능력이 있는 경우는 별도로 석회암 바위를 깎고 파서, 멋지게 무덤을 만들기도 했다. 위의 주장과 연결되는 정보는 아래 출처에서도 엿볼 수 있다.

 

회칠한 무덤은 무엇일까?

류모세, 열린다 성경: 절기 이야기, 두란노, 2009년

"유월절 한 달 전(아들 월 15)부터 성전은 전국에서 몰려드는 순례자들을 맞이하는 준비에 들어간다. 성전에서 파견된 사람들은 순례자들이 예루살렘 성전을 향해 올라오는 모든 길을 보수한다. 이것은 오늘날의 도로 보수와는 다른 개념이다. 성서 시대의 가난한 자들은 땅을 대충 파서 시체를 묻었는데,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유대 산지는 흙을 조금만 파도 석회암 바위가 나오기 때문에 땅을 깊게 팔 수 없었다. 이들의 무덤은 아무런 표시가 없는 평토장한 무덤’(unmarked grave)이었고 깊이 파서 묻지 않았기 때문에 때로 뼈들이 밖으로 튀어나오기도 했다.

순례자들의 몸이 무심코 무덤이나 시체에 닿았다가는 레위기적으로 일주일 동안 부정하게 되고, 그런 상태로는 성전에 들어갈 수 없었다. 성전 파견단은 순례자들이 다니는 길에서 이러한 평토장한 무덤을 찾아 회칠로 표시하는 일을 했다. 순례자들은 이 표시를 보고 길을 우회해서 갔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시체 접촉으로 인한 부정을 피할 수 있었다. 예수님은 유월절에 돌아가시기 마지막 주간을 성전에서 힘 있게 가르치셨다. 때로 서기관들이나 바리새인들과 열띤 설전을 벌이기도 하셨는데, 예수님은 외식하는 이들을 가리켜 회칠한 무덤이라고 비유하셨다. 참으로 시의적절하며 촌철살인의 풍자가 아닐 수 없다." - 류모세, 열린다 성경 - 절기 이야기, 두란노서원, p.64

감람산과 기드론 골짜기. John P. Newman, from Dan to Beersheba(1892)

동굴 무덤 또는 판 무덤

그러나 이 주장은 적절하지 않다. 석회암 바위 산지는 겉면에 약간의 흙이 덮여 있을 뿐이다. 조금만 파도 바로 바위가 나온다. 그 바위는 단단하여 위에서 파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흙이 넉넉한 곳은 밭이었다. 그렇지만 예수 시대 유대인들은 시신을 밭에 매장하지도 않았다.

바위를 파서 만든 고대 무덤

고대 이스라엘의 장례 풍습과 무덤에 관한 자료를 살펴보면, 예루살렘 성전 파괴 이후에도 유대인의 매장은 동굴, 바위를 깎아서 만든 무덤, 석관, 지하 석회암 묘지(카타콤)를 이용했다. 로마 문화를 누리던 유대 귀족층과 권력자들은 로마식 석관을 쓰기도 했으나 일반적으로 유대인들은 관을 사용하지 못했다. 그것은 막대한 비용과 관을 사용하지 않았던 종교적 전통 때문이다. 로마식 무덤 양식이 아니라면 유대인들은 자연 동굴 또는 깎은 바위 무덤을 사용했다고 봐야 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저자가 언급한 "성전 파견단은 순례자들이 다니는 길에서 이러한 평토장한 무덤을 찾아 회칠로 표시하는 일을 했다."고 하는 주장의 근거와 배경을 더 검토해보고 싶다. 

 

성문밖 무덤들

또한, 무덤의 위치이다. 예수 시대 무덤 지역은 주거 지역이나 도시 안에는 자리하지 않았다. 성 밖에 자리했다. 예수 시대에 도시(성) 밖 공간은 컨막과 동굴 거주가 일반적이었다. 도시 근처의 무덤 지역은 생활 공간과는 구별되었다. 유월절을 지키기 위해 유대인들은 무덤 지역 근처를 가지 않았다. 자신의 그림자가 무덤 위를 덮는 상황이 벌어져도 부정 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일주일간 부정한 상태이므로 유월절을 지킬 자격이 박탈되는 것이었다.

누구든지 들에서 칼에 죽은 자나 시체나 사람의 뼈나 무덤을 만졌으면 이레 동안 부정하리니” (민수기 19:16)

감람산 유대인 공동 묘지

'회칠한 무덤' 같은 자

예수의 비유에 등장하는 '회칠한 무덤'은 신약의 표현일까? 아니면, 고대 이스라엘에서부터 내려오던 그림 언어일까? 땅에 시신을 매장하고 그 시신을 덮은 흙 위에 분을 칠한 것으로 이해할 필요는 없다. 도시 밖 들판과 산지에 무덤들은 존재했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길 가까운 골짜기에도 무덤은 있었다. 시신을 덮은 땅(흙)위가 아니라 그 동굴이나 석회암 바위를 깎아 만든 무덤 겉에 분칠한 것으로 이해해도 무난하다. 회칠을 하는 것은 다른 이들을 위한 배려 차원도 있을 수 있지만, 남은 가족들이 무덤을 표시한 것이기도 했다. 또한 회칠한 무덤은 무덤 자체의 어떤 형식이나 구조가 아니다.

예루살렘

다음 세 본문을 짚어보자. 에스겔 선지자가 멸망할 예루살렘을 두고 예언하기를 평안함이 없으나 평안의 묵시를 보았다고 하는 이스라엘의 선지자들을 향하여 회칠한 담”(에스겔 13:14)이라고 외친다예수께서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을 비난하면서 말한다.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 회칠한 무덤 같은 ()!(마태복음 23:27) 사도 바울이 대제사장에서 말한다. “회칠한 담이여“ (사도행전 23:3)이라고 비난한다회칠한 담’(에스겔 13:10-16), ‘회칠한 무덤’(마태복음 23:27), ‘회칠한 담’(사도행전 23:3)으로(사도행전 23:3) 이 그리고 있는 것은 어떤 사람들과 행동이다.

베다니 -> 벳바게 -> 예루살렘

예수의 기이한 발걸음

그런데 이상스러운 것은 예수님의 마지막 행적이다. 예수의 마지막 유월절 여정에 베다니를 지나 벳바게를 거쳐 감람산을 지나갔다. 게다가 나사로의 무덤을 방문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예루살렘 성 동편에 자리한 감람산 지역과 그 사이의 기드론 골짜기는 전통적인 무덤 지역이었다. 이곳은 명절전의 정결을 유지하려는 이들은 피해야할 장소들이다. 

베다니. John P. Newman, from Dan to Beersheba(1892)
베다니. John P. Newman, from Dan to Beersheba(1892)

그런 점에서 예수의 마지막 유월절 예루살렘으로 가는 경로 자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월절을 지키려는 상식적인(?) 유대인들이 회피할 행동을 예수는 서슴없이 저지른 것이다.

예수의 비유에 등장하는 '회칠한 무덤'이 그리고 있는 것은 단순할 수 있다. 무덤 자체가 아니다. 회칠한 무덤 같은 자는, 외식, 거짓으로 진실을 덮는 행위를 하는 자, 입만 살아있는 자를 지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 말의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자'나'식언하기를 밥 먹듯 하는 자' 정도였을까? 아니면 그보다 더 험한 말을 듣는 이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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