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다 성경』의 '쥐엄열매' 해석, 유감
『열린다 성경』의 '쥐엄열매' 해석, 유감
  • 김동문
  • 승인 2018.02.20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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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모세, '열린다 성경: 식물 이야기' 다시 읽기

구약성경의 쥐엄나무’?

너희가 즐겨 순종하면 땅의 아름다운 소산을 먹을 것이요, 거절하면 칼에 삼키우리라. 여호와의 입의 말씀이니라.” (이사야 1:19, 20)

열린다 성경 식물 이야기’(두란노, 2008), 그의 성서식물로 본 성경의 세계 10-2에서 류모세 목사는 이 구절을 아래와 같이 풀이한다.

“‘거역하면 칼에 삼키운다는 말에서 쥐엄열매를 가리키는데 이것은 두 단어가 히브리어에서 헤레브()’하루브(쥐엄열매)’로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발음뿐 아니라 모음이 없이 자음만으로 구성된 히브리어에서 두 단어는 ,,이란 공통된 어근을 갖고 있다. 이처럼 같은 어근을 가진 두 개의 단어를 대체해서 사용하는 것은 히브리어만의 언어의 유희문학적 표현이 된다. 결국 이 말씀을 해석하면 거역하면 쥐엄열매를 먹게 될 것이다라는 말이 된다.”고 해석한다.

의역을 한다면은 즐겨 순종하면 땅의 아름다운 소산을 먹을 것이지만, 거절하면 배반하면 어떻게 된다는 것이에요? 쥐엄 열매를 먹는 비참한 상황에 떨어질 것이다요렇게 해석을 해야 되지요.” - 강의 동영상, 성서식물로 본 성경의 세계 10-2강 중

"불순종하는 자들이 칼에 삼키운다는 말은 쥐엄 열매를 먹게 된다는 듯도 된다. 쥐엄 열매는 가장 가난 할 때 먹는 식량이기 때문이다." - 열린다 성경 식물 이야기(두란노, 2008년), p.200.

그러나 류 목사의 이런 주장은 성경에서 적절하지 않다. 우선은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려면, 위에서 언급된 이사야 1:19 본문에서 단지 (ḥe·reḇ) -> 쥐엄열매로 바꿔서 될 문제가 아니다. 문장 전체를 바꿔야만 가능하다. 또한 구약성경에 칼을 뜻하는 헤레브가 118회 정도 나온다. 이사야서에도 6(1:20, 2:4, 21:15, 22:2, 31:8, 34:6) 나온다. 류 목사의 주장대로 라면 칼( חֶ֣רֶב)은 모두 쥐엄나무로 풀이할 수 있다는 것인가? 그것은 적절하지 않다. 쥐엄나무로 바꿔보면 전혀 어우러지지 않는다.

이사야에서 사용된, 칼로 번역된 6번 중 1:20을 증거 본문으로 삼은 것은 재검토가 필요하다. 왜 이 본문에서는 칼을 쥐엄나무로 풀이하여야 하는지 조금 어색하다. 바로 그 뒤에 나오는 2:4절의 단어로 칼을 쥐엄나무로 바꿀 수 없다는 것에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구약 다른 본문에서 사용된 헤렙 이라는 단어 가운데 칼 대신에 쥐엄나무로 바꿔도 좋을 본문이 있는가? 그렇지 않다.

 

쥐엄열매는 가난과 궁핍을 상징?

류 목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가난한 자의 식물, 쥐엄 열매. 콩과에 속하는 쥐엄 열매는 이스라엘에서 가난한 사람이 정말 먹을 것이 없을 때 마지막에 먹는 식량이었다. 보통 끓는 물에 쥐엄 열매를 넣어서 죽을 만들어서 먹었다. 그 안에는 사람에게 필요한 필수 영양분들이 고루 들어 있었다. - pp.197, 198.

가난한 자의 최후의 식량으로 쥐엄 열매를 설명한다. 그 예가 되는 본문으로 아래의 성경 본문을 제시한다.

아람 사람이 사마리아를 에워싸므로 성중이 크게 주려서 나귀 머리 하나에 은 팔십 세겔이요 합분태 사분 일 갑에 은 다섯 세겔이라. 열왕기하 6:25.

이 두 가지는 평상시에는 잘 먹지 않는 하찮은 음식이나 나귀 머리는 먹기에 역겨운 것이다. 합분태는 콩과에 속한 쥐엄 열매를 말한다. 성서 시대부터 이스라엘에서는 가장 가난할 때 먹는 식량이 쥐엄 열매였다. p. 198.

그러나 여기서 비둘기 똥이라는 뜻으로 번역한 합분태는 식물의 한 종류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아버지를 거역하고 집 나간 탕자의 비유에서도 탕자가 처하게 된 최고의 비참함과 궁핍을 표현할 때 쥐엄열매가 등장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성서시대 이스라엘에서 쥐엄 열매는 가난한 자들이 보릿고개를 버틸 수 있는 최후의 식량이었다. 쥐엄 열매 안에 생명유지를 위한 기본 영양소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성서시대에 최고의 궁핍을 상징하는 쥐엄 열매를 알 때 유대인들의 성서주석인 미드라쉬에 나오는 구절도 의미가 새롭게 와 닿을 것이다. “어떤 유대인이 쥐엄 열매를 먹을 상황이 될 때에야 비로소 그는 하나님께 회개할 것이다.”

<미드라쉬>를 보면 유대인들이 쥐엄 열매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엿볼 수 있는 재미있는 표현이 있다.
"어떤 유대인이 오직 쥐엄 열매를 먹을 정도로 궁핍한 상황과 고난을 겪을 때에야 비로소 하나님께 회개할 것이다."
배부르고 등 따뜻하면절대로 회개하지 않는 것이 모든 사람의 본성인 것 같다. - 열린다 성경 식물 이야기(두란노, 2008년), pp. 199-200.

류 목사는 그의 강의 동영상에서는 이렇게 주장한다.

"자, 미드라쉬에 보면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어떤 유대인이 이 쥐엄 열매를 먹는 상황으로 떨어질 때에만, 때에야 그 사람이 비로소 하나님 앞에 회개할 것이다.’ 느낌이 확 오죠? , 유대인이나 한국인이나 배부르고 등 따스하면 절대 회개하지 않는 것. 회개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절대로 회개하지 않는 거에요. 다 배부르고 등 따스하면 안 되지요. , 쥐엄 열매를 먹는 그런 극심한 고난, 궁핍의 상황에 떨어져야만 하나님께 돌아온다는 것이지요.”

류 목사의 이 같은 주장은 일반적이지 않은 그의 독특한 해석으로 볼 수 있다. 물론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주장이 있기는 하다. ‘The Treasury of Judaism: The life cycle’(University Press of America, 2008) p.53. ‘Judaism and Scripture: The Evidence of Leviticus Rabbah’(Wipf and Stock Publishers, 2003) p.296. (pp.664) 그리고 ‘A Theological Commentary to the Midrash: Leviticus Rabbah’(University Press of America, 2001) p.49. 등이다.

그런데 제목이 달라 보이는 이 책들의 저자는 모두 Jacob Neusner(1932~2016)이고, 출판사도 똑같다. 출판 연도만 다르다. 이것은 내용이 조금 추가되면서 다른 제목으로 발행된 같은 책인 것이다. 즉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거의 유일한 근거가 이 책인 것이다. 900여권의 책을 저술하거나 편집한 Jacob Neusner가 주장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A. Said R. Simeon b. Laqish, "If you have merit, you shall eat. If you do not have merit, you shall be eaten by the kingdoms."
B. Said R. Aha, "It is written, 'If you are willing and obedient, you shall eat the good of the land; but if you refuse and rebel, you shall be devoured by the sword (HRB); [for the mouth of the Lord has spoken]' [Is. 1:19-20].

C. "You shall eat carobs (HRWB).“

D. For R. Aha said, "When a Jew has [to resort to eating] carobs, he carries out repentance.

E. "And as becoming is poverty for the Jews as a red ribbon on the chest of a white horse.

류 목사가 주장한 내용과 같은 맥락의 글이 이 책에 그대로 담겨있다. 앞서서 지적했듯이 이사야 1:19, 20절에 나오는 칼을 쥐엄 열매로 바꿔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또한 쥐엄 열매가 가난과 궁핍을 상징한다는 주장도 자연스럽지 않다. 창세기 에서도 언급되듯이 쥐엄나무는 구약시대 이스라엘이나 고대 근동에서 가난한 자들이나 궁핍한 자들의 몫이 아니었다.

그들의 아버지 이스라엘이 그들에게 이르되 그러할진대 이렇게 하라. 너희는 이 땅의 아름다운 소산을 그릇에 담아가지고 내려가서 그 사람에게 예물로 드릴지니, 곧 유향 조금과 꿀 조금과 향품과 몰약과 유향나무 열매와 감복숭아니라. (43:11)

이 진상품(?) 목록 가운데 꿀 조금 이라는 표현이 눈길을 끈다. ‘이스라엘 학자들은 대부분 야곱이 보낸 꿀을 쥐엄 열매 꿀로 해석한다. 쥐엄 열매는 이스라엘에서만 나는 특산물이기 때문이다. 열린다 성경 식물 이야기(두란노, 2008년), p.205.

류 목사의 위와 같은 주장은 서로 충돌한다. 쥐엄나무가 이스라엘에서만 나는 특산물이라고 하여 그것이 흔하거나 가난한 자의 상징 식품으로 해석하는 것은 스스로 모순된 주장을 하는 것과 같다.

또한 고대 이집트의 문헌에 따르면 이집트 중왕국 이후에는 이집트에도 쥐엄나무가 재배되고, 쥐엄 열매가 귀하게 사용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람세스 3세 때 파라오가 신들에게 바친 봉헌 제물 목록에도 등장한다. 그리고 쥐엄나무로 만든 가구도 귀한 제물로 바쳐졌다. James Henry Breasted, Ancient Records of Egypt: The eighteenth dynasty, University of Illinois Press, 1906, pp. 153, 176..

쥐엄 열매에 대한 이 같은 오해는 아무래도 아래 성경 본문에 대한 오해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한다.

그가 돼지 먹는 쥐엄 열매로 배를 채우고자 하되 주는 자가 없는지라. (15:16) '

로마제국에서 돼지고기는 음식으로보다 신들을 위한 제물로서 더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였다. 로마제국에서 양과 돼지, 소가 가장 귀한 제물로 받아들여졌다. 희생 제물용 돼지 치는 음식이었던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마치 한국에서 녹차 먹인 돼지, 인삼 먹인 돼지 하는 식이었다.

 

루브르박물관
1세기 로마제국의 3대 희생제물. 루브르(Louvre)박물관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아래와 같은 저자의 설명을 마주하면 왠지 자연스럽지 않다.

유대인이나 한국인이나 배부르고 등 따뜻하면 하나님을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나님을 거역함으로 쥐엄 열매를 먹게 되는 고난이 아니라 기쁨으로 즐겨 순종함으로 이 땅의 아름다운 소산을 먹는 축복이 넘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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