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다 성경』의 '포도나무 비유' 해석, 유감
『열린다 성경』의 '포도나무 비유' 해석, 유감
  • 김동문
  • 승인 2018.02.16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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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모세, '열린다 성경: 절기 이야기' 다시 읽기

성경 속 대화는 말하는 이나 듣는 이 사이에 깊게 형성된 공감대를 짚어내야만 실감 있게 그 이야기나 대화를 이해할 수 있다. 그중 하나가 이른바 예수님의 포도나무 비유이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 그가 내 안에, 내가 그 안에 거하면 사람이 열매를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이라. (요한 15:5)

이 포도나무 비유를 접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성경이 보증하는 최고의 포도 산지인 헤브론이다. 해발고도도 1,000미터 안팎에 이르는 지역으로, 겨울철에 다른 지역보다 비나 눈도 많이 내린다. 이스라엘에서 포도나무 과수원이 있는 곳은 어디에서나는 아니었다. 유대 산지 헤브론이나 북부 골란고원 등 특별한 지역이었다, 그것은 포도나무가 자라기에 좋은 자연 환경 덕분이었다. 농업기술이 발달한 지금도 아무데서나 포도원을 운영하고 있지 않다. 적당히 거친 자연 환경과 바람이 많이 불어주고 일조량이 많고 일교차가 큰 곳이 포도원 농사의 적격지이다.

제거해 버린다들어주신다’(?) 요한복음 15:2절 말씀은 성서시대 이스라엘에서의 포도 농사법에서 나온 독특한 표현이다. 포도나무의 특징은 길게 뻗어나가는 가지에 있다. 오늘날 포도 재배에서는 ‘Y’자 철사를 박아놓기 때문에 포도나무 가지는 철사를 따라서 감아 올라가면서 원없이 자랄 수 있다. 그러나 성서시대 이스라엘에서는 오늘날의 포도 재배법과 상황이 전혀 달랐다. 철사가 귀했으므로 포도 가지는 뱀처럼 땅을 기어갈 수밖에 없었다. - 류모세, 열린다 성경: 절기 이야기 성경의 비밀을 푸는 절기 이야기, 두란노, 2009년, 114

그러나 헤브론 지역 등의 포도나무와 가지의 모양은 우리의 생각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곳의 포도나무는 정말 특별하다. 포도나무는 굵고 단단한 고목(?) 수준인 것에 비하면 가지는 그야말로 작고 가늘고 연약하게만 보인다. 그런데도 그 연약한 가지에서도 튼실한 포도를 맛볼 수 있다.

또한 포도원지기들은 수년간 포도나무를 다듬고 가꾸면서 포도나무의 모양을 Y자 또는 T자에 가까운 형태로 다듬어 놓았다. 자연스럽게 지지대 역할을 하도록 한 것이다. 또한 위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포도나무 가지가 땅으로만 쳐지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땅에 닿은 포도 가지는 열매를 제대로 맺을 수 없다는데 있다. ‘우기에는 땅에 닿은 부분이 습기로 인해 썩고, ‘건기에는 자체적인 뿌리를 내리다 보니 본 뿌리에서 영양분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 류모세, 열린다 성경: 절기 이야기 성경의 비밀을 푸는 절기 이야기, 두란노, 2009년, 114

류모세, 열린다 성경: 절기 이야기 성경의 비밀을 푸는 절기 이야기, 두란노, 2009년

포도원 농사는 봄철부터 시작한다. 계절적으로는 건기이다. 이스라엘은 겨울 우기와 여름 건기로 구분한다. 포도나무 농사는 건기에 시작하여 건기에 마무리된다. 그런 점에서 류모세 목사가 묘사하는 우기에는 땅에 닿은 (포도나무 가지) 부분이 습기로 인해 썩는다는 생각은 다시 생각해봐야할 해석이다.

헤브론의 맛좋고 실한 포도는 그 가지의 힘이 아니라 튼실한 포도나무 덕분에 열매를 맺는 것이다.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예수님과 그 무리들은 이 본문을 이해했을 것이다. 이처럼 예수의 제자들도 예수의 힘(존재) 때문에 실한 열매를 맺는 삶을 살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예수의 비유는 철학적, 현학적이거나 이른바 영적인 이해를 필요로 하기보다, 다분히 일상적인 이해와 공감대를 바탕으로 주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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