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다 성경』의 '나귀와 말' 해석, 유감
『열린다 성경』의 '나귀와 말' 해석, 유감
  • 김동문
  • 승인 2018.02.26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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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모세, '열린다 성경: 동물 이야기' 다시 읽기

때때로 성경의 땅을 답사하면서 갖는 곤혹감이 있다. 그것은 내 자신이 성경을 읽으면서 가졌던 고정관념이 현실성이나 현장감이 전혀 담겨있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곤 하기 때문이다. 내 자신의 성경 읽기가 책상 위에서, 하얀 종이 위에서 벌어지는 지적 사색 작업인 경우였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성경 내러티브를 마주할 때면, 이야기의 무대가 어디에 있는지, 어떤 지형이었는지, 어떤 위치와 환경을 갖고 있던 곳인지를 차분하게 살펴보곤 한다. 그리고 성경 연구에 참고가 되는 책이나 글을 읽으면서도 계속 질문을 던지곤 한다. 

 

아래와 같은 글과 주장을 마주했다. 그런데 이 주장 안에는 맞는 듯 틀리는 내용과 사실과 다른 주장, 저자의 추론이 뒤엉켜 있다.

“주로 산악지대에 정착했던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요 교통수단은 나귀였다. 나귀는 발목이 튼튼하여 무거운 물건을 거뜬히 나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솔로몬은 게셀과 므깃도와 하솔의 도시를 요새화하고 마병의 성을 건축하여 수많은 말을 사육했다. 그가 말을 키운 목적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말보다는 나귀가 이스라엘 비형에 적합한 교통수단이었는데 말이다. 
성서시대 유대인들에게 말은 힘과 권력과 강한 군사력을 상징했다. 솔로몬은 실용적인 나귀보다는 자신의 힘과 군사력을 드러내 주는 말을 택한 것이다.“ - 류모세, 열린다 성경 식물 이야기, p.192.

저자의 주장과 추론, 사실을 구분하는 것은 오로지 독자의 몫이다. 편집자가 꼼꼼하게 사실 확인을 하는 수고를 하지 않았다면, 더더욱 독자의 수고가 필요하다. 독자는 저자의 주장도 객관적으로 검토하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류모세 목사가 쓴 '열린다 성경 : 동물 이야기' 안에서 말과 나귀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 내 스스로 던진 몇 개의 질문을 정리해본다. 

솔로몬은 정확히 다윗과 그리고 하나님의 경고의 말씀과 정반대로 행동했다. 그는 곳곳에 병거와 마병을 두고 군사적 목적으로 말을 키웠다. 심지어 평야에서나 쓸모가 있는 말을 예루살렘과 같은 산지에서도 키우고 병거성을 두었다. 산지에서는 말보다 나귀가 주요한 교통수단이 된다.” - 류모세, 열린다 성경 동물이야기, 두란노, p.28

많이 알려진 위와 같은 주장은 역사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저자의 추론, 추정, 단정이 뒤엉켜 있다. 최소한 두 가지 면에서 적절하지 않다. '산지에서는 말보다 나귀가 주요한 교통수단이었다.'? 무엇보다도 다윗과 솔로몬 시대는 물론 남북 분열 왕국 시대에 말이 일반 대중교통수단으로 사용했다는 근거는 아주 희박하다.

구약학자들이나 고대근동을 연구하는 이들 다수는, 고대 근동지역에서 말은 군사용으로 언급하고 있다. 구약 성경과 고대 근동 문헌에서 말이 끄는 병거 또한 전쟁의 그림 언어로 언급된다. 고대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벽화에서 말이 끄는 병거를 탄 왕은 투사로 묘사된다. 구약 성경에서 다윗과 솔로몬 시절 왕위 즉위식에 말이 아닌 나귀를 사용했다고 적고 있다.

 

나귀는 사람이 타는 교통수단이나 짐을 옮기는 수송수단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이집트에서는 물론이고, 고대 이스라엘 지역에서 그것이 대중적인 교통수단으로, 누구나 사용했다는 근거는 거의 없다. 유용한 교통수단이긴 했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에게 실용적인 수단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것은 마치 30-40년 전 한국에서 자가용 또는 농촌 지역의 달구지 같은 존재였다. 누구나 소유하거나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가 말을 키운 목적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말보다는 나귀가 이스라엘 비형에 적합한 교통수단이었는데 말이다, 성서시대 유대인들에게 말은 힘과 권력과 강한 군사력을 상징했다. 솔로몬은 실용적인 나귀보다는 자신의 힘과 군사력을 드러내 주는 말을 택한 것이다." - 류모세, 열린다 성경 식물 이야기, 두란노, p.192.

 

나귀는 부귀권세를 누리는 이들의 몫이었다. 대제국 페르시아에서도 황제()이 나귀를 탔다는 것을 에스더에서도 볼 수 있다. 왕위 즉위식에서도 나귀를 탔다. 하얀 나귀는 왕실과 절대 권력자의 전유물일 뿐이었다.

하솔과 그 주변 지역. 구글 지도 갈무리 ⓒGoogle Map

심지어 평야에서나 쓸모가 있는 말을 예루살렘과 같은 산지에서도 키우고 병거성을 두었다. 산지에서는 말보다 나귀가 주요한 교통수단이 된다.” - 류모세, 열린다 성경 동물이야기, 두란노, p.28

 

예루살렘과 그 주변 지형. 구글지도 갈무리 ⓒGoogle Map

열왕기상 9장에는 솔로몬이 갈릴리 북쪽 하솔과 므깃도, 게셀에 수만 마리의 말을 키우고 말이 끄는 전차를 만들었다. 전차는 평지에서나 유용하다 ... 그런데 해발 800m 산지인 예루살렘에 전차를 두는 것 자체가 무용지물이다”. - 동영상 강의 내용중

하솔 유적지 ⓒ김동문

그런데 솔로몬은 게셀과 므깃도와 하솔의 도시를 요새화하고 마병의 성을 건축하여 수많은 말을 사육했다. 그가 말을 키운 목적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말보다는 나귀가 이스라엘 비형에 적합한 교통수단이었는데 말이다, - 류모세, 열린다 성경 식물 이야기, p.192.

이외에도 므깃도, 하솔, 게셀에 말을 키우고 병거성의 작전 도시로 만들었다- 류모세, 열린다 성경 동물 이야기, p.28.

솔로몬이 병거와 마병을 모으매 병거가 천사백 대요, 마병이 만이천 명이라. 병거성에도 두고 예루살렘 왕에게도 두었으며”(왕상 10:26)

 

그러나 게셀, 므깃도, 하솔 도시 자체에서 수많은 말을 사육한 공간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 군사도시(병거성)은 군수품으로서의 병거와 말을 수용하던 마굿간이 있었을 뿐이다. 

하솔 유적지

 

이것은 이스라엘 주요 도시의 지정학적인 위치나 지형에 무지한 언급이다. 해발고도와 전차를 두는 것이 무슨 연관성이 있다는 것일까? 현대 도시 예루살렘에 수많은 차도, 군사용 전차도, 사람들도 몰려 산다. 대도시도 형성되어 있다. 그 옛날 다윗과 솔로몬 시대도 그 시대 수준에 따르면 대도시를 이뤘다.

므깃도 언덕과 그 주변 골짜기. 구글지도 갈무리 ⓒGoogle Map

 

성경 속 무대로서의 도시나 장소의 해발고도가 높다는 것이 산꼭대기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상부 갈릴리 지역의 하솔 주변의 평야(골짜기), 텔 므깃도(해발고도 150미터) 주변의 이스르엘 평야(골짜기), 게셀(해발고도 225미터) 주변도 평야로 둘러싸여 있다. 구글지도를 통해서도 그 지형을 엿볼 수 있다.

예루살렘과 그 주변 지형. 구글지도 갈무리 ⓒGoogle Map

 

지금의 예루살렘의 서쪽과 북쪽에 자리 잡은 넓은 평지를 엿 볼 수 있다. 그런데 에루살렘의 해발고도가 높다고 하여 '전차를 두는 걱이 무용지물'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

주로 산악지대에 정착했던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요 교통수단은 나귀였다. 나귀는 발목이 튼튼하여 무거운 물건을 거뜬히 나를 수 있기 때문이다.” - 류모세, 열린다 성경 식물 이야기, p.192.

 

이스라엘 백성이 주로 산악지대에 정착했다는 류 목사의 서술은 적절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산악지역이라는 단어가 주는 선입견이 조심스럽다. 저자가 산악지역이라고 언급한 것이 해발고도가 높은 지역을 뜻하는 것인지? 아니면 산세가 거친 지역을 뜻하는 것인지 모호하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정착한 지역들은 해발 고도와 무관하게 다양한 평지에 자리 잡았다. 고원 평야지대도, 저지 평야지대도, 해얀 평야지대도, 심지어 브엘쉐바 같은 남방 평지에도 정착했다. 구릉지에도 평지, 평야는 존재했다.

게셀과 그 주변 지형. 구글지도 갈무리 ⓒGoogle Map

 

눈으로만 하는 성경읽기는 보완이 필요하다. 위성지도, 입체지도도 활용하면서, 성경 속 사건 현장의 높낮이와 지정학적인 위치도 고려하면서 성경을 읽는 수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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