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대한 광기어린 집착, 그는 자신의 인생을 걸었다
사진에 대한 광기어린 집착, 그는 자신의 인생을 걸었다
  • 이진영
  • 승인 2017.12.06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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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Eadweard), 12월 7일 개봉
'에드워드'(Eadweard, 2015), 2017년 12월 5일 개봉
'에드워드'(Eadweard, 2015), 2017년 12월 5일 개봉

 

<에드워드(Eadweard, 2015)>  127일 개봉(15세 관람가)
드라마, 멜로/로맨스 캐나다 106
감독 : 카일 라이드아웃, 출연 : 마이클 에크런드(에드워드 마이브리지), 사라 캐닝(플로라), 찰리 캐릭(해리)

아내의 외도에 대한 분노, 그리고 살인, 그의 죄는 용서받을 수 있는가
사진에 대한 광기어린 집착, 그는 자신의 인생을 걸었다 -

최초의 영사기 주프락시스코프를 발명한 '에드워드 마이브리지'. 그의 광기 어린 열정은 에디슨의 키네토스코프 활동사진 영사기, 그리고 뤼미에르 형제의 최초의 영화로 이어진다. 결국 현대 영화 산업도,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고자 했던 그의 예술적인 열정과 갈증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 순간은 지나갔어요
모든 건 스쳐 지나가죠

다 사라지기 전에 그 순간을 잡고 싶군
난 그 순간을 연결해서 보고 싶소
육안으론 안 보이는 거지
그래서 멈출 수 없소
절대 만족할 수 없거든
언제나 충분하다고 생각할까?
나도 말할 수 없소
항상 부족해 보이거든

그러나 대상의 움직임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싶었던 갈망은, 태곳적 인류의 흔적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구석기 시대 동굴 벽화에는, 다리와 몸이 여러 개인 황소 그림, 혹은 몸 하나에 머리가 두 개인 새 등도 그려져 있다. 동물의 움직임을 그렇게나마 표현하려고 했던 것이다.

에드워드 마이브리지 안의 그 열망은 폭발하는 광기와도 같았다. 책장을 넘기듯, 카메라의 기계적 메커니즘으로, 육안으로 판별하기 힘든 연속 순간을 촬영하는데 성공했고, 인간 근육의 움직임을 사진으로 담으려고 누드 사진을 찍고, 살아있는 동물의 내장을 만지고 촬영하는 등, 도발적인 시도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 생명의 힘은...
피부, , 혈관 저 깊숙한 곳...

어둠 속에 갇혀 있지
몸 안에 감춰진 채 움직이는 거야
전에는 누구도 보지 못 했던 것
생명의 첫 움직임을 찾아낸 것이다

이쯤 되면 그의 집착을 짐작할 수 있다. 나이 어린 아내 플로라와는 결혼생활은 불안했다. 심지어 아내가 평론가 해리 라킨스와 외도하여 아들을 낳았다고 생각하고 결국 라킨스를 살해한다.

그러나 살인의 정당성, 오래전 머리 부상으로 인한 정신적 문제가 있다는 변호인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정당 살인 평결(justifiable homicide)을 받고 무죄로 풀려난다. 하지만 이후 혼란과 고통에 던져졌을 그의 삶의 면면은 짐작할 수 있다. 있는 그대로의 실제 모습을 인간의 감각기관 안으로 끌어들이고 싶었던, 괴팍하리만치 세상과 화합하기 어려웠던 근성은, 그를 영화 탄생의 숨은 공로자로 만들었지만, 한 인간으로서 치러야할 대가는 그렇게 혹독했다.

움직이는 순간의 이미지를 잡으려고 했던그의 광기 어린 창의력과 질곡의 삶이, 100년도 더 지난 후 21세기 스크린에서, 그가 초석을 놓은 영화라는 매체로 부활될 것이라고, 그 천재 사진가는 생각이나 했었을까? 인간은 완전을 향해 질주하지만, 본질적으로 불완전할 수 밖에 없기에, 늘 그 간극에서 고뇌하고, 창조하고 발명한다. 영화 <에드워드>, 그 흥미로운 과정을 멋지게 스크린에 담아 놓았다.

 

글쓴이 이진영은, 이제 19년차인 영화번역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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