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시대의 비극 군 공창(公娼) 의 역사를 직면한다
대만의 시대의 비극 군 공창(公娼) 의 역사를 직면한다
  • 이진영
  • 승인 2017.11.29 01: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군중낙원’(軍中樂園, Paradise in Service) (2014)
‘군중낙원’(軍中樂園, Paradise in Service) (2014)
‘군중낙원’(軍中樂園, Paradise in Service) (2014)
감독 : 유승택 (도제 니우), 출연 : 원경천 , 만천, 진의함 외 
드라마, 멜로/로맨스 대만 133

2014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으로 상영된 '군중낙원', 유승택(도제 니우)감독이 60~70년대 대만에서 군 생활을 한 아버지 세대를 추억하면서 만든 작품이다. 냉전 이데올로기의 긴장감이 팽팽하던 1969, 대만 금문도를 배경으로 비운의 역사에 휘말려 웃고 울어야 했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금문도는 중국 본토 하문(셔먼)에서 겨우 2km 정도 떨어져 있다. 대만보다 중국 본토에 훨씬 가까운 것이다(지도 참조). 그러니 두 개의 중국으로 분리된 이후, 중국 본토(중화인민공화국)는 금문도를 노리며 공격을 끊이지 않았고, 이미 두 차례나 큰 전투에서 패한 이후에도, 이틀에 한번 꼴로 폭탄을 투하했다. 반면 대만(중화민국) 또한 대륙수복을 외치며 필사적인 수비를 하였기에, 사생결단의 전쟁이 진행 중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영화 속 주인공 20대 앳된 청년 루어 바오 타이는 빨리 제대해서, 고향에 두고 온 애인과 결혼하고, 아들딸 낳고 소소한 행복을 누릴 날만 학수고대할 뿐이었다. 그에게 본토수복이나 공산당 격퇴 같은 이념 싸움은 별 의미가 없었다.

그런 그가 수영실력 문제로 해병대에 남을 수 없어 831부대, ‘군중낙원에서 근무하게 된다. 이곳은 195110만 군인의 성욕 해결이라는 명목으로 장개석 정부가 합법화환 공창(公娼) 시설이다. 많은 여성들이 서로 다른 사연으로 여기 모여들었고, 이곳을 찾는 군인들에서도 다양한 인간의 군상이 여실히 드러난다.

영문도 모르고 전쟁터로 끌려온 장 상사, 그는 20년째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이제 831에서 만난 여성을 사랑하게 되어, 전역 후 소소한 일상의 기쁨을 누리고 싶어 한다. 한편 바오의 입대 동기 종화싱 은 비인격적 체벌을 벗어나기 위해서 탈출을 감행한다. 확성기에서는 승리와 통일을 노래하지만, 많은 이들은 이곳에서 절망한다. 그러면서 새 생명이 태어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죽어간다.

이들은 본질도 알 수 없는 이데올로기를 구실로 애국을 강요당한 선량한 시민일 뿐이다. 이는 주인공 바오의 독백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그때 우린 그걸 강하게 믿었지만
나중에 보니 모든 건 거짓이었다
하지만 한참 후에 깨달았다
사실 그건 우리 운명이었던 거다

역사는 진실을 품고 있다가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그 진실을 토해내기도 한다. 먼 훗날 우리는 그 과거를 운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1990년대 들어, 중국 본토와의 긴장이 완화되고, 여성 인권 문제로 대만의 군 공창 법은 폐지되었고, 군중낙원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하지만 그 어두운 역사에 직면하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 영화가 그 용기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우리도 분단과 이산가족의 아픔에서 자유할 수없기에, 이런 역사의 소용돌이기가 낯설지 않다. 부산영화제를 찾은 감독도 이렇게 말했다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서)고민이 있었지만 어두움 속에서 밝음이 나올 수 있고, 고통에서 기쁨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시대의 비극이지만 피해서는 안 되는 주제이다. 1949년 대만과 중국이 분리된 이후, 선거 때마다 대만 정치인들은 이를 이용해왔다

아들을 구하기 위해서 남편을 살해해야 했던 비운의 여인 니니. 그녀는 아들이 엄마 얼굴을 잊기 전에 집에 돌아가고 싶다며, 감형을 받으려고 군중 낙원에서 일하다가 주인공 바오와 사랑에 빠진다. 이곳을 떠나면서 그녀가 남긴 노래 ‘River Of No Return'가 많은 얘기를 해준다. 우리 인생은, 뒤돌아갈 수 없는 강처럼, 가끔은 물소리가 가녀린 흐느낌 같다. 강줄기가 굽이굽이 험난하기도 하지만, 마냥 흘러만 간다. 그 강들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 역사라는 대양이 아닐까. 그래서 감독은 운명의 바다에 떠다니는 우리 모두를 위한 영화라고 첨언하지 않았을까.

냉전시대, 공창, 군대 등을 소재로 했지만, 주제의 무게감과 가벼운 유쾌함이 적당히 배합되어, 관객은 길을 잃지 않고 흥미로운 스토리의 흐름을 즐겁게 따라간다.

19금이지만 심하게 잔인하거나 선정적인 장면은 없다. 다만, 아쉽게도 개봉관 극장이 아닌 TV VOD로 감상할 수 있을 예정이지만, 찾아서 감상할만한 가치가 충분한 작품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