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우상’은 무엇(누구)인가?‘라고 질문하는 영화
‘당신의 ‘우상’은 무엇(누구)인가?‘라고 질문하는 영화
  • 이진영
  • 승인 2017.11.09 21: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로마서 8:37', 11월 16일 한국 개봉 예정
'로마서 8:37'
'로마서 8:37'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작을 내세운 이 영화는 신연식 감독이 제작하고, 이현호, 서동갑, 이지민 등이 출연했다. 적지 않은 이들에게 친숙하지 않을 수도 있는 신연식 감독은 2015년에 상영된 영화 <동주>의 각본을 쓰고 제작을 한 감독이다. 그 영화의 성공으로 생긴 수익금을 쏟아 부어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문화 콘텐츠를 통해서 이렇게 강하고 진실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의 모습이 멋지다.

기섭은 목사 안수를 기다리며 교회 전도사로 일하고 있다. 그런 기섭에게, 강요섭 목사는 그야말로 고결한 목회자였다. 그러기에 교회 내 복잡한 권력 다툼이 있을 때에도, 그는 순수하게 강 목사를 도와주려고 발 벗고 나선다.

그러나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던 그는, 이 모든 자기 신념이 흔들리는 경악할만한 위험한 진실에 다가서게 된다. 이제 그의 사명은 이 진실을 세상에 알리고, 강 목사가 죄 값을 치르고, 다시는 목회자의 자리에 서지 못 하도록 저지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투쟁한다. 하지만 타협과 실리의 정치적 해결구도로 돌아가는 영화 속 교회에서는, ‘아픈 진실보다는 거짓 평화로 마감질을 한 편리한 야합을 선택한다. 기섭의 열심과 희생은 강 목사를 법의 심판을 받게 하기는 커녕, 목회자로서의 지위에서도 물러서게 할 힘도 되지 못 했다.

이제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교회와 세상을 원망하며, 결국 아무 것도 바꿀 수 없었던 자신을 질책하고, 그때 하나님은 어디에 계셨느냐며 절규할 것인가? 그러나 그는 고백한다.

감추고 외면했던 저를 보고 이제 정말 숨조차 쉴 수 없습니다

영화의 이런 결말은 종교 영역을 넘어서는 논쟁을 제시한다. 부정과 비리를 심판하지도 못했고, 악인은 자기 자리를 굳건하게 지켰으며, 선한 일을 하던 사람들은 오히려 궁지에 몰렸으니 말이다. 할리우드식으로 인공 조미료를 듬뿍 뿌리자면, 이런 식이어야 했다. 강 목사는 그 더러운 버릇을 버리지 못해, 결국 교단에서 퇴출당한 후 처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기섭은 그 순수한 영혼 그대로, 오지의 작은 교회에서 아름다운 목회를 하는 목사가 된다.... 어쩌면 깨어진 세상에 사는 우리 모두의 갈망이 이뤄지는 결말(에필로그)로 말이다.

그러나 나는 이 영화에서 제시한 승리하는 삶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생각한다. 싸우지 않고는 승리할 수 없다. 그러나 가끔 우리 인간은 본질은 간데없고, 현상만 남은 껍데기뿐인 싸움을 한다.

이것은 사랑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영화 속에서 기섭의 딸은 자기가 아끼는 고양이의 죽음이 자기가 좋아하는 과자를 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사랑해서 그랬는데도 죽을 수 있어, 아빠?’라며 오열한다. 철저한 자기중심적인 사랑, 그 또한 우상이 될 수 있다. 혹은 지민이 처럼, 하나님의 메시지(본질)가 아닌, 그 전달자(현상)에 매몰되는 것 또한 환상(판타지)형 우상이다.

끔찍한 죄를 저지르고도, 진정한 회개는커녕, 끝없는 합리화와 위선과 기만으로, 기득권을 누리는 강 목사에게 권력이 우상이었듯이... 여성으로서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받은 지민에게는, 거의 하나님의 범주에 놓고 흠모했던, 목사가 우상이었듯이... 기섭에게는 자기 힘으로 모든 걸 바로 세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오만또한 우상일 수 있었다. 그가 손가락질 했던 그들처럼 자신 또한 거기에서 자유하지 못함을 깨닫는다.

그러기에 승리자신의 우상을 인정하는 자기 성찰에서 시작된다. 내가 경험한 인생의 좌절은, 실패 그 자체보다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라는 자괴감이었던 것이 생각난다. 어쩌면 넉넉히이길 수 있는 싸움인데도 말이다.

그러나 이 모든 일에 우리를 사랑하시는 이로 말미암아 우리가 넉넉히 이기느리라’ - 로마서 8:37 -

 

글쓴이 이진영은, 이제 19년차인 영화번역작가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