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털 깎는 계절'은 늦봄을 뜻합니다.
'양털 깎는 계절'은 늦봄을 뜻합니다.
  • 김동문
  • 승인 2017.11.14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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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속 성경 본문 다시 읽기

구약 성경을 읽다보면 양털 깎는 계절’, ‘양털 깎는 자’, ‘양털 깎는 집등이 등장합니다.  양털을 깎는 일은 중요한 연중 절기의 하나입니다.

아래와 같은 설교를 들었습니다. 하나님의 인자하심과 선하심을 언급하는 좋은 설교입니다. 그렇지만, 아쉽습니다. 설교자는 양털 깎는 계절과 양털 깎는 의미에 대해 오해하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설교 다시 듣기

하나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 ‘토브의 하나님, ‘헤세드의 하나님을 의심하는 분들이 계십니까? 여러분 양들은요, 종종 목자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을 의심합니다. 그래서 자기 멋대로 살려고 해요, 그런데도 목자는 의심하는 양들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인자하심과 선함으로 돌봐줍니다.

목축업을 하는, 목축업을 하는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늦가을의 양털은 품질이 좋고, 품질이 좋아서 팔기가 좋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목축업을 하는 사람들은 양털을 깎을 때 겨울 직전에 깎는다고 말합니다. 양의 입장에서 보면 이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지요. 더운 날에 양털을 깎아 주는 것이 아니라, 겨울 직전에 양털을 깎아 주는 것이에요, 여러분 이해가 되시겠습니까? 이것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함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겨울 직전에 양의 털을 깎아주는 이유는 양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말합니다.

털을 깎지 않은 양은 자신의 털을 믿고 자만하다가 추운 겨울에 얼어 죽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반면에 털이 깎인 양은 추위를 견디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인다고 말합니다. 부지런히 움직이다 보면 자신의 목숨을 유지하고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해요. 양을 사랑하기 때문에, 양의 생존을 위해서 오히려 적당한 고통을 주는 이 목자의 마음이, 바로 하나님의 그 헤세드토브의 마음이라는 것이에요.

 

사실 확인하기

'양털 깎는 계절'은 대략적으로 5월 하순에서 6월 초순 사이로 볼 수 있습니다. 목자와 양떼가 더운 여름을 맞이하는 절기인 것입니다. 여름철에는 양떼들도 강한 햇살을 피할 수 있는 사방이 다 트인 천막 안이나 초막으로 만든 그늘 등에서 머물곤 합니다. 이런 일은 요르단,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할 것 없이 목축 현장의 공통적인 것입니다. 5, 6월의 양털은 겨우 내내 자란 양(과 염소의) 털을 깎는 것입니다. 양털로 실을 만드는 일들이 초여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양털을 깎는 일은 남자 전문가의 몫이라면, 양털로 실을 만드는 일은 여자들의 일상이었습니다. 마치 한국 농촌에서 볏짚으로 새끼줄 꼬는 일이 가을 추수 이후 겨울철의 남자들의 일상이었던 것을 떠올립니다.

겨울철에는 들에서 밤을 새면서 양떼를 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눈도 내리고 비도 내리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일교차가 큽니다. 햇살이 내리쬐는 낮 시간 동안 들에서 꼴을 뜯기지만, 해가 지기 전에 서둘러 집으로 돌아옵니다. 겨울철에는 천막을 사용하거나 바람과 추위를 막을 수 있는 폐쇄된 공간을 양의 우리로 활용합니다.

전통적으로는 목자들은 겨울철이면 따스한 저지대나 사해 주변, 아라바 광야 같은 곳으로 이동하곤 했습니다. 요즘도 그렇게 살고 있는 소수의 목자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는 낮에는 들에서, 밤이면 나름 따스하게 밤을 보낼 수 있는 천막 공간에서 양떼를 보호합니다.

그리고 앞선 글, <'' 양털 깎는 자 앞에 잠잠한 양 " 다시 읽기>에서도 언급했듯이 양털은 목자라고 깎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전문적인 양털 깎는 이, 양털 깎는 집(, 왕하 10:12, 14)이 따로 있()습니다. 라반도 양털을 깎으러(31:19) 어딘가로 이동했습니다. 유다도 양털을 깎기 위하여 딤나(38:13)로 올라갔습니다.

양털깎기는 겨울맞이가 아니라 여름맞이 연례 행사였습니다. 양털을 늦봄에 깎는 이유는 시원한 여름을 맞이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목자들은 추운 겨울에 양떼를 춥게 지내도록 하지 않습니다.

설교자가 성경 본문에 깊게 뿌리를 박은 좋은 설교를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설교자 주변에 성경 배경 정보를 객관화해주고, 깊고 넓게 다듬어 줄 수 있는 설교 동역자들이 곁에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설교자들이 하는 설교, 우리가 듣는 설교는 성경 본문이 담고 있는 사실에 건강하게 서 있는 설교인가요? 성경 본문이 말하는 설교, 그 말씀이 처음 선포되고 들려지던 그 때 그 자리로 가는 설교하기, 설교 듣기,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

12월 초, 풀도 잘 보이지 않는 광야를 지나가고 있는 양떼들. 김동문
12월 초, 풀도 잘 보이지 않는 광야를 지나가고 있는 양떼들. ⓒ김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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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초(겨울철) 들에서 꼴을 뜯던 양떼를 천막 집으로 이끌고 있다. ⓒ 김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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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초순, 양털 깎는 것은 전문가의 몫이다. 이렇게 여름을 준비한다. ⓒ 김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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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하순, 양털을 깎고 여름을 준비하는 요르단 중부 지방의 양뗴들. ⓒ 김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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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초(겨울철), 어린 양과 염소들을 챙기고 있는 어린 유목민 소녀 ⓒ 김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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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초(겨울철) 집 주변에서 꼴을 뜯고 있는 양떼들. ⓒ 김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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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초, 봄을 맞이하여 들로 나와 꼴을 뜯고 있는 양떼들. ⓒ 김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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