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강절을 기다리며
대강절을 기다리며
  • 권영진
  • 승인 2017.11.29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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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진 목사의 정언향 칼럼
풀무불속의 다니엘의 세 친구 (로마 카타콤 벽화 중)
풀무불속의 다니엘의 세 친구 (로마 Priscilla 카타콤 벽화 중)

 

초기교회 성도들의 인사말이 [마라나타: 주여 속히 오시옵소서] 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사실 그 시대의 '삶의 자리(Sitz im Leben)" 를 엿볼 수 있는 말입니다. 왜냐하면 여기에는 당대(주후 1-2세기) 로마 제국의 심각한 박해로 인한 경제적, 정치적 환난 상태에 놓여 있었던 성도들의 삶의 정황이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안부인사가 무엇인지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 '안녕하세요' 입니다. 그런데 왜 이런 말이 인사가 되었을까요? 더 이전의 우리나라의 고유한 인사는 '별래무양 하시오?', '평안하시오?' 혹은 '어디 가시오?' 등이 자주 사용되던 인사말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안녕하세요?'가 일반적인 인사말이 되었습니다. 거기에는 우리 민족의 근현대사적 정황이 녹아 있습니다.

과거 우리나라는 정말 못먹고 못살던 시기가 많았습니다. 특히 광복과 한국전쟁을 치루면서 그야말로 자고 나면 굶어죽는사람이 속출했던 시기가 이때였습니다. 또한 일본 군이나 공산 군 등에게 잡혀가거나 죽게 되는 일도 빈번히 일어 났습니다. 그래서 어떤 집에 저녁에 굴뚝에 연기가 나지 않으면 동네 사람들이 걱정을 하고 다음날 가서 그집 사람들이 살아 있는지를 확인하던 때가 바로 이때였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이 만날 때마다 살아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면서 "밤새 별일 없으셨나요? 살아 계셨던거죠?"하고 물어보던 안부가 그냥 보편적인 인사로 자리잡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초대교회의 [마라나타]인사는 그 시대의 성도들의 삶의 자리가 주님께서 오실 재림의 도래를 간구하던 것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가장 큰 소망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이었던 것이죠. 그 이유가 경제적인 면이든, 종교적인 면이든, 정치적인 면이 되었든 간에 말입니다.

그런데 요즘 성도들의 삶을 보면 과연 그러한 신앙의 선진들의 소망이 되물림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주님이 다시 오심을 기다린다는 말의 의미는 하나님 나라의 도래와 주님의 통치가 회복되기를 기다린다는 것입니다. 이는 구약시대때부터 신약시대에 이르기까지 성경의 저자들과 하나님의 사람들이 간절히 기다린 것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오늘날의 성도들 역시 이와 마찬가지로 이사야 선지자가 바라보았던 그 하나님 나라와 이를 완전하게 회복하실 예수 그리스도의 통치의 완성을 기다림이 마땅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교회는 세상과 점점 더 닮아 가다 못해 이제는 한 술 더 뜨는 것 같습니다.

교인수가 늘어나지 않는 교회는 실패한 교회다, 큰 교회를 건축하지 못한 목회자는 실패한 목회자다, 축복받고 성공하지 못한 성도는 잘못된 신앙생활을 한 것이다, 성도는 이 세상의 각 분야에서 성공하고 최고의 리더가 되어야 한다, 헌금을 많이 낼 수 있는 것이 곧 하나님의 복을 받았다는 증거다.

성경의 세계관과 하나님의 마음과 뜻에 정면으로 위반하는 대표적인 위의 구호들은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가장 흔하게 들을 수 있는 구호들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이와 같은 사상들이 교회를 지배하고 있는 한 결코 교회는 이번 주일부터 시작될 교회력의 중요한 절기 가운데 하나인 대강절(Advent)을 맞이할 자격이 없을 뿐더러 사실 대강절을 기다리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자신들의 필요와 요구를 채워줄 수 있는 '산타클로스'이기 때문입니다.

끝없는 자기 부정과 희생, 신실함과 진실함에 바탕을 둔 정의와 공의, 소외된 사람들과 억울한 고통을 당하는 자들을 향한 연민과 긍휼이 없는 교회가 어떻게 주님을 기다릴 수 있겠습니까? 주님은 바로 교회들에게 그러한 마음을 갖고 있기를 성경전체를 통해 그토록 말하고 계시는데 말입니다.

대림절기가 교회력의 첫 시작이라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주님의 통치, 주님의 섭리, 주님의 나라의 도래를 기다리는 이 절기야말로 성도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삶의 자세이기 때문입니다.

* 대강(대림)절은 다시 예수 그리스도께서 왕의 자리로 복귀하시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절기입니다.
* 대강절은 그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나님의 나라를 완성하시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절기입니다.
* 대강절은 내가 그런 하나님의 나라의 성도로서 합당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돌아보는 절기입니다.

교회의 전통과 성경의 본연의 가르침은 우리의 삶의 자리가 오늘날 어떠해야 함을 잘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이것을 모두 외면하고 "자기의 소견에 옳은대로 행하고 살아가는" 현대교회들에게 대강절은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요? 우리에겐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 이전에 "마라나타(Maranatha)"가 먼저 회복되어야 합니다.

주여, 어서 오시옵소서. 오셔서 당신의 나라와 당신의 섭리를 이 땅 가운데 완성하여 주시옵소서. 아멘.

 

글쓴이 권영진 목사는, 정언향(正言香: 바른 말씀의 향기) 교회를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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