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과 초막절은 다른 날입니다
추수감사절과 초막절은 다른 날입니다
  • 권영진
  • 승인 2017.11.16 0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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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진 목사의 정언향 칼럼
1621년 플리마우스(오늘날 미국 동부 매사추세츠 주 남부 지역으로 당시 영국 통치령이었다.)에서의 Massasoit 와 John Carver 총독의 만남
1621년 플리마우스(오늘날 미국 동부 매사추세츠 주 남부 지역으로 당시 영국 통치령이었다.)에서의 Massasoit 와 John Carver 총독의 만남

매년 한국교회들은 11월 셋째 주 주일을 추수감사절로 지키고 있습니다. 아마 많은 교회들이 지금쯤이면 한창 추수감사주일 행사들을 준비하느라 분주할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가을행사 가운데 가장 많은 헌금이 나오는 주일인데 신경써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혹시 왜 추수감사주일이 11월 셋째 주일인지 그 유래를 아시고는 계신가요? 만일 모르고 있었다면 그동안 덮어 높고 추수감사절을 지킨 셈입니다.

현재 한국교회가 지키고 있는 추수감사절은 성경에는 존재하지 않는 절기입니다. 초막절(수장절)이 추수감사절 아니냐고 반문하실 분들이 있으실 것 같은데 두 절기는 같은 날이 아닙니다. 성경에 있는 초막절은 유대력 7월 15일인데 양력으로는 9월에서 10월 사이가 됩니다. 재미있게도 음력 8월 15일인 우리나라의 추수절인 추석과 거의 비슷한 시기입니다. 따라서 현재 한국교회가 지키고 있는 추수감사절은 성경의 초막절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날입니다. 그런데 왜 이 날을 추수감사절로 지키고 있을까요? 성경과도 맞지 않고 우리나라의 추수절기와도 상관없는 날인데 말입니다.

그 이유는 알고보면 간단하면서도 씁쓸합니다. 현재 한국교회가 지키고 있는 추수감사절은 바로 미국의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미국의 가장 큰 명절 가운데 하나로 매년 11월 넷째 주일에 지키고 있는 축제입니다. 날짜가 다르지 않냐구요? 그것도 우스운 이유가 있습니다. 개화기 때 한국에 기독교를 전한 미국의 선교사가 들어온 것을 기념한 날짜가 11월 셋째 주일이라 한국 교회는 1904년부터 장로교가 1914년부터는 모든 교회들이 이 날을 추수감사절로 지키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이 독일을 포함한 유럽은 승천일 전 3일을 자신들의 추수감사절로, 영국은 8월 1일을 자신들의 추수감사절로 지키고 있는데 희한하게도 우리나라는 버젓이 추석(음력 8월 15일)이라는 추수축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추수감사절을 마치 성경적 절기인냥 지키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의 교회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이는 매우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일제에게 38년 동안 나라를 빼앗기고 하마터면 민족의 정기마저 말살당할 뻔한 아픈 기억이 있으면서도 미국의 조상들(청교도들)이 아메리카 신대륙의 원주민들을 몰살시키고 그 땅을 빼앗은 것을 축하하고 기념하는 날을 함께 기뻐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합니다. 심지어는 대대적으로 하나님께 감사하는 행사까지 하면서 이를 지키고 있는 것은 매우 슬픈 일입니다.

아마 이 부분에서 어? 내가 알고 있는 추수감사절은 이런 것이 아닌데? 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한국교회 내에서 그동안 추수감사절의 유래는 미국의 주류교회들이 가지고 있는 추수감사절 유래이야기를 그대로 받아들여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추수감사절의 유래는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1621년, 영국을 떠나 신앙의 자유를 찾아 온 청교도 신자들은 신대륙에 도착해 혹독하고 고통스러운 겨울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102명의 사람들 중 44명이 죽는 괴로운 시간들을 보내야 했지요. 그런데 이런 그들에게 원주민들이 도움의 손길을 보내주어서 그들에게 곡식과 채소들을 재배하는 방법들을 가르쳐 주었고 청교도들은 그 덕분에 이듬 해에는 큰 풍년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풍성한 수확을 거두게 된 청교도들은 자신들에게 은혜를 베풀어준 원주민들을 초청해서 큰 잔치를 베풀었고 원주민들과 함께 즐겁게 축제를 즐기게 되었는데 이 날을 기념하여 만든 축제가 바로 추수감사절입니다."

어떻습니까? 아마 대부분 이렇게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 역사는 이와는 거의 반대입니다. 이 이야기 가운데 역사적 사실에 해당하는 것은 1621년에 영국을 탈출한 청교도들이 신대륙에 와서 혹독한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는 것 정도입니다. 그 나머지는 실제 역사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습니다. 미국 내에서도 이러한 미화되고 꾸며진 추수감사절 역사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 역사학자들이 있었는데 대표적인 인물이 역사학자인 처크 라슨(Chuck Larsen)입니다.

마사소이트 왕의 조각상으로 전해지는 바위상(1902년 사진)
마사소이트 왕의 조각상으로 전해지는 바위상(1902년 사진)

라슨과 같은 사람들이 역사적 사료를 통해 새롭게 밝혀낸 추수감사절은 훨씬 잔혹한 동화입니다. 신대륙에 발을 딛게 된 청교도들은 당시 이미 남부 지방에 정착해 있던 영국계 이민자들과 경쟁관계에 놓여 있던 사람들이고 자신들이 정착하게 된 땅은 이미 원주민인 왐파노악(Wampanoag) 부족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소수이고 아직 신대륙에 적응하지 못하여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상황 속에서 청교도들은 왐파노악의 왕인 마사소이트(King Massasoit,  1581~1661)에게 우호적인 제스쳐를 보내 일시적 평화상태를 유지하게 됩니다.

그후 시간이 흘러 신대륙에 정착하게 되어 어느 정도 세력을 형성하게 된 청교도들은 마사소이트가 죽고 난 후 그의 아들 메타콤(Metacom)과의 토지 분쟁을 일으키게 되고 그 결과 역사적으로 필립왕의 전쟁(메타콤의 영국식 이름이 필립입니다)(1675-76)을 일으켜 메타콤을 죽이고 왐파노악의 원주민들을 거의 몰살시켜 버립니다. 그리고 남은 원주민들은 대부분 노예로 팔아 버렸지요. 이렇게 원주민들을 다 몰아내고 나서 그 땅을 차지한 후 그들의 승리를 기념하여 만든 축제일이 바로 미국인들이 오늘날 대대적으로 즐기고 있는 추수감사절입니다.

원주민들과의 우정과 화합의 한마당 축제의 날이었다고 알려진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실제로는 미국 패권주의를 찬양하는 이들의 살육과 전쟁의 기념일입니다. 실제로 당시의 청교도 장로 가운데 하나였던 마서 장로(Mather the Elder)라는 사람은 1623년의 설교에서 역병으로 왐파노악 원주민들이 많이 죽게 되자 이는 하나님의 은혜이자 선물이라는 말까지 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신대륙으로 건너온 청교도들은 이미 영국에서 더 이상 살 수 없게 된 추방자들이자 신대륙에서 한밑천 잡아보고자 했던 탐욕으로 가득찬 사람들이 대다수였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원주민들은 절대로 선대해야 할 이웃일리가 없었습니다. 마치 남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을 살육하고 그들의 재산을 약탈했던 스페인과 같이 말입니다.

미국인들의 선조는 이렇게 자신들의 적은 모두 악마나 사탄쯤으로 알고 있었던 극단적 원리주의 신앙을 가지고 있었던 이들이었습니다. 이들에게 있어서 하나님은 언제나 자신들의 편이 되어 주시는 하나님이자 자신들의 대적들을 물리쳐 주시는 호전적인 신입니다. 이들의 세상은 언제나 선(미국)과 악(미국의 적)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미국의 청교도 신앙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것처럼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미국교회와 미국신학이라면 무조건 좋은 것으로 알고 신격화 한 한국의 교회 지도자들과 대형교회 목사들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의 신앙과 교회들은 따라야 할 좋은 모델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역사는 이와는 사뭇 다른 내용들을 우리에게 가르쳐 줍니다.

저는 한국 교회들이 왜 미국 것이라면 따라할 게 없어서 이런 것까지 따라하고 흉내내려고 하는지 정말 알수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그 내용과 의미를 살펴 보면 성경과는 전혀 맞지 않고 오히려 하나님의 창조질서인 조화와 질서(어울림)를 거부하는 미국패권주의 신학을 무작정 따르고 있는지 더더욱 이해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힘을 앞세워 약한 이들을 약탈하고 그들의 재산을 빼앗는 것은 구약성경에서 하나님께서 가장 미워하시는 악한 행위 가운데 하나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한국교회는 미국인들의 근본주의적 신앙을 절대로 덮어 놓고 따라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진짜 성경의 추수감사절인 초막절은 레위기와 신명기를 통해 40년 동안 하나님께서 아무것도 없는 광야에서 이스라엘을 지키시고 돌보셨다는 은혜와 이에 따른 구원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절기며, 더 나아가 이스라엘도 과거에 정처없는 나그네였음을 기억하고 이와 같은 상황에 있는 이웃들과 수확의 즐거움을 나누고 기뻐하는 축제로 나타납니다. 우리가 진짜로 지키고 기념하고 행해야 하는 추수감사절은 바로 이 초막절이지 자신의 탐욕을 위해 이웃을 살육하고 죽이고 뺏은것을 기념하는 미국 제국주의의 감사절이 아닌 것입니다.

한국교회가 미국교회에 종속되어 있는 것이 어제 오늘일이 아니고 덮어 놓고 미국만세를 외친 것도 하루이틀 된 문제가 아닙니다만 지금이라도 빨리 성경적 기준을 가지고 우리의 삶을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되지도 않는 미국흉내 내는 것을 하루 빨리 중지하고 현재의 미국 추수감사절 축제는 한국교회의 교회력에서 지워버려야 될 것입니다. 그리고는 진짜 성경의 추수감사절인 초막절의 정신을 되살려 하나님의 구원의 은혜를 기억하고 감사하는 기쁨의 날, 그리고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를 이웃들, 특히 어렵고 힘든 이웃들과 나누고 함께 기뻐하는 축제의 날로 바꿔야 할 것입니다. 저희 교회 역시 개척할 때부터 이 부분을 바로잡고 개혁하고자 노력해 오고 있습니다.

정체불명의 미국식 추수감사행사(칠면조 바베큐 파티 등)와 강대상에 농사도 안하고 돈으로 산 호박과 배추들을 쌓아놓고 사진찍고는 끝나고 자기들끼리 가져다 먹는 추수감사절은 하루라도 빨리 폐기되어야 할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교회들이 하루빨리 올바른 성경적 추수감사절을 회복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바로 자신이 몸담고 있는 교회에서부터 시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잘못된 것을 고쳐나가고 하나님의 뜻대로 회복시키는 것, 그것이 바로 교회개혁의 시작일 것입니다.

 

글쓴이 권영진 목사는 정언향 교회를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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