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형교회 현상에 대한 인류학적 역사적 설명
한국 대형교회 현상에 대한 인류학적 역사적 설명
  • 옥성득
  • 승인 2017.11.24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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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성득의 새로쓰는 한국교회사
화성능헹도(1796년)
화성능헹도(1796년)

미국 교회가 자발성과 멤버쉽을 특징으로 하는 클럽 성격이 강하다면, 한국의 대형교회는 유사 부계친족집단이다. 1) 연줄과 가부장제로 인한 배타성, 2) 위계성과 수직적 의사 결정으로 인한 불투명성과 부패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신분제 (신라 고려) --> 부계친족집단 (조선) --> 대형교회 (2000년 전후)

인류학과 한국사의 정설에 따르면, 한국의 신분제는 삼국-통일신라-고려까지 강하게 유지되다가, 조선 중기에 오면 부계친족집단이 확립된다. 여기에 조선 초기부터 부계사회가 성립되기 시작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이 경우는 조선 초기부터 사회 변화의 동력이 있었다고 보는 내재적 발전론의 입장이다. 

반면 한국사회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외국 학자의 경우에는 신분제가 조선 후기까지 지속되었고, 특히 조선 후기에도 천민/종/노비가 인구의 30-40%를 차지한 신분제 사회였다고 본다.

조선 초기든 중기든 부계 친족사회가 출현한 것은 신분제가 흔들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신분제와 부계친족사회 간에는 逆발달 관계가 존재한다. 골품제나 귀족제 같은 양반-상놈-천인과 같은 신분제가 강고하면 한 개인의 정체성, 사회적 지위, 심리적 안정성은 자신이 속한 신분계급에 의해 규정된다.

그러나 신분제가 무너지고 중앙정부의 통제가 약화되기 시작하면, 자신의 신분을 보호해 줄 다른 2차 집단이 발달하게 된다. 조선 초기나 중기에 발달한 부계친족집단이 그 역할을 했다. 곧 고려 시대까지 부계와 모계의 양계친족사회였기 때문에 부계친족이 별로 발전하지 않았다. 그러나 조선 중기 이후에는 부계친족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양반이라는 신분이 아니라 어떤 집안 출신이냐가 개인의 신분과 정체성을 규정하게 되었다. 

관직이 한정되어 있어, 한때 양반이라도 4대 이상 과거에 실패하여 가난하고 몰락한 양반이 되면 별 볼 일 없게 되었다. 강력한 부계 중심 가족주의가 조선 후기에 자리 잡은 것이다. 한편 동성동본 부락이 형성되고, 품앗이와 두레 등으로 공동체의 유대관계를 강화했다.

일제 식민지 시기에는 조선 시대 양반 문관에 비해 2등 계층으로 존재했던 무반 군인, 서얼, 중인, 서북지역 상인 등이 교육과 부의 축척을 통해 신분 상승을 이루었다.

해방 이후에는 산업화와 도시화로 지방의 친족 조직은 약화되었다. 그러나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에는 오히려 대도시에서 문중들의 종친회 조직이 늘어나고 활발히 활동했다. 그렇지만 부계 친족사회는 여전히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종친회의 힘도 약화되고 친족 의식도 많이 사라졌다.  한국전쟁 이후 압축 경제성장의 결과 급격한 사회경제적 변화로 인해 한국의 신분제나 계층구조가 더 많이 와해되거나 변화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 개인이 느끼는 소속감, 정체성, 사회성, 사회적 지위, 안정성 등을 이제는 어떤 집단이 보장해 줄 수 있을까? 향우회나 동문회도 활성화되었다.

이런 혼란기에 대도시에서 등장한 대안 집단이 대형교회였다. 대형교회에서 교직을 맡은 구역장, 집사, 장로, 권사의 경우, 그 대형교회가 전통적 친족을 대신하여,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보장해 주었다. 그래서 본래 만인제사장설에 따라 교회의 집사, 장로, 권사는 기능으로서의 교직이었으나, 한국 사회에서는 신분으로서의 타이틀이 되었다. 

“어떤 교회 김 장로”라는 것이 사회적 신분이 되었다. 따라서 교회 장로들은 유능한 목사가 교회 규모를 성장시킬수록, 대형교회를 만들수록 친족 집단 안에서 신분이 상승되기 때문에, 많은 헌금이나 주차장 봉사도 마다하지 않는다. 장로란 일종의 문중 어른이요, 원로목사는 일종의 한 파를 만든 중시조와 같다.

21세기 강남의 대형교회 장로와 목사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신분이다. 그래서 세습을 하고, 세습을 받은 아들은 재벌 2세처럼 신분을 과시하고, 자기 친족과 가문의 영광을 위해 헌신한다. 김하나 목사가 첫 설교에서 경주 최부자 가문을 거론한 게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제 명성교회의 김하나 목사는 전통적인 부계친족집단을 대신하는 새로운 종교부계친족집단의 장손으로서, 2만 명 친족과 가족의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서 동분서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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