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미친 짓, 더욱 위험해진 팔레스타인!
트럼프의 미친 짓, 더욱 위험해진 팔레스타인!
  • 구교형
  • 승인 2017.12.13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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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교형
이스라엘지역과 닿아있는 팔레스타인지역의 일상적인 분리장벽 보안통과 ⓒ구교형

2017년 연말에 트럼프가 세계를 상대로 또 위험한 짓을 하고 있다.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선언하고 조만간 미국 대사관을 그곳으로 옮기겠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위험한 화약고인 중동 한복판에 심지를 꽂고 불을 붙인 격이다.

사실 우리는 성지순례라는 이름으로 수없이 많이 그 땅을 드나들고 있으면서도, 그 땅이 얼마나 일상적인 폭력과 압제로 고통 받고 있으며, 그 곳 사람들에게 종교신앙의 이름으로 가해지는 억압이 얼마나 더 큰지 잘 모른다. 2010년 가을 나는 팔레스타인 평화 활동을 위해 몇몇 기독교인들과 10여 일 동안 그곳을 방문했다. 거기서 직접 보고, 겪은 사실만으로 지금 트럼프가 얼마나 개념 없는 망동을 벌이고 있는지 증언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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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생활공간이었던 곳이 이중 분리장벽 밖으로 분단되기도 한다. ⓒ구교형

먼저 유대인 정착촌은 완전히 국제법 위반이며 이스라엘 국내법으로도 근거가 없는 불법이다. 공식적인 팔레스타인 지역 노른자위 땅 곳곳에 불법적으로 유대인들의 마을을 건설하고, 그 들을 보호하겠다며 주변에 높다란 분리장벽을 설치하였다. 더 큰 문제는 유대인 정착촌을 보호한다며 멋대로 쌓아 올린 분리장벽 때문에 팔레스타인 거주 지역은 마을과 도로가 나누어져서 코앞의 학교도, 직장도, 일상적인 외출도 엉뚱한 곳으로 한참을 돌아가야 한다.

분리장벽의 이쪽과 저쪽의 왕래를 위해 매일아침과 저녁으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긴 줄로 늘어서서 반복적인 검문을 받고서야 겨우 문을 통과하는 일상을 살아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검문소를 따라 이어진 높은 분리장벽 담벼락 주변에는 기다리다 참지 못해 아무데서나 배설한 용변들이 곳곳에 넘쳐난다. 헤브론에서는 오래된 팔레스타인 공동묘지를 눈앞에 두고 이스라엘 도로가 나서 그곳에 가려면 수십 킬로를 돌아가야 하는 상황도 목격했다. 불편하면 너희가 이 땅에서 나가라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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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경의 불심검문은 일상화되어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에서도 벌어진다. ⓒ구교형

그리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관광지나 종교기관 주변에서는 일상적인 불심검문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자존심 강한 성인남자들을 앳된 이스라엘 남녀군인들이 총부리를 겨누고 승용차 트렁크까지 열어보게 만드는 일상이 거듭되고 있었다. 범죄자도, 용의자도 아닌 평범한 그들은 매일을 그렇게 살아간다. 여기에 조금이라도 항거하는 날이면, 영장 없는 불법 체포와 재판도 없이 기약도 알 수 없는 구금을 각오해야 하며, 여기엔 미성년자들까지 예외가 없다. 안전하고 평온한 관광지만 드나드는 관광객들은 죽었다 깨나도 볼 수 없는 장면이기에 오늘도 기독교인들은 성지순례란 거룩한 이름으로 2,000년 전 아기 예수의 흔적만 찾아다니고 있다.

, 성탄절이 다가와 우리는 동방박사와 예물, 천사, 구유, 아기 예수와 함께 낭만적인 광경을 떠올리곤 하지만, 그날 팔레스타인에서는 아기들의 피와 그 가족들이 지르는 비명소리로 처참했던 광경들을 성경은 또한 증언하고 있다.

이에 헤롯이베들레헴과 그 모든 지경 안에 있는 사내아이를두 살부터 그 아래로 다 죽이니라마에서 슬퍼하며 크게 통곡하는 소리가 들리니 라헬이 그 자식을 위하여 애곡하는 것이라.”(2: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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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장벽은 철조망을 통한 분리로부터 높고 든든한 담으로 변신한다. ⓒ구교형

이렇게 피눈물 나게 살아가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야금야금 깃발 꼽기를 넘어 아예 예루살렘을 통째로 넘겨주라는 트럼프의 선언은 그래서 헤롯의 집단학살에 버금가는 잔악한 명령이 아닐 수 없다. 멀리 바다 건너 백악관에서는 개념 없는 미국 대통령의 객기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그 땅에서는 또 한 번의 피바람이 예고되고 있다.

 

글쓴이 구교형 목사는,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을 함께 하며, 20103월부터 집에서 시작한 찾는이광명교회에서 목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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