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여성의 출산을 함부로 말하지 말라!
교회는 여성의 출산을 함부로 말하지 말라!
  • 강호숙
  • 승인 2017.11.29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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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뉴스 갈무리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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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저출산 분야 1위이다. 인구절벽과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저출산 문제는 국가미래에 있어 풀어야 할 절실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과거 인구과잉 시대에는 국가가 '남아선호사상'을 염두하여,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구호를 내걸어 각 가정의 출산할 권리마저 통제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불과 몇 십 년도 안 되어 우리나라는 3, 8포 심지어 9포시대로 진입하면서 급속한 노령화와 저출산이라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게 된 것이다.

출산의 모든 짐을 여성에게 지우던 가부장적 편견과 이권이 있었다. 이제는 그 벽을 넘어 출산문제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존립과 경쟁력의 문제임을 인식하여야 한다. 더불어 청년실업, 사회 불평등, 여성복지 등의 다양한 접근에서의 강구책이 단기와 장기 플랜으로 마련되어야 하겠다. 그런데 여성의 출산에 대한 교회 특히, 교단 기득권 목사나 교수들의 단말마적이며 가부장적인 인식과 발언은 문제이다. "전도하려면 애라도 낳아라"라는 설교나 발언을 듣다보면, 어이 상실이다.

사회나 국가도 여성의 출산을 이렇게 하대하거나 폄하하지 않는데, 여성의 임신과 출산의 사역을 통해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하나님의 뜻에 따라 인류발전에 이바지해 온 여성들의 귀한 사역을 교회가 대놓고 짓밟는 것이라 생각한다.

"여성은 그저 애 낳아라"는 말이 불신앙적이며 악하다고 생각하는 건, 교회가 지금까지 하나님께 순종과 헌신하라는 명분으로 여성노동과 시간을 착취해왔고 인간이하의 대접을 했으면서, 게다가 애 낳는 거 도와준 적 없이 '남녀질서' 운운해가며 여성을 종속시키며 차별. 학대해 온 주제에 자기들이 뭐라고 여성들에게 '애 낳아라 마라'하는지 기가 차다.

여성이 출산한다는 건 가부장에 찌든 목사나 교수들의 인식이나 말처럼 허드렛일이 아니요, 전도를 위한 수단도 아니다. 여성의 출산은 자기 몸을 죽여서라도 귀한 생명을 얻기 위한 사투요 처절한 사랑의 헌신적 행위다. 아기를 낳아본 적 없는 교회 남성들이 여성의 출산을 함부로 입에 올리고 이를 '아멘'으로 화답하는 일부 교회여성들을 보면서 교회의 미개함과 남성화의 병폐가 토양이 된 듯하여 마음이 씁쓸해진다. 어쩌다가 교회는 아기를 낳아본 적 없는 남성들이 여성들의 출산을 제멋대로 단정하는 지경에까지 내몰렸는지...!

여성이 출산하는 일은 '여성에게 주어진 일'이 아니라, 새 시대와 새 역사를 여는 창조적이며 희망을 여는 고귀한 사역이다. 나라의 왕이나 리더가 되는 일만 중요한 게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신앙 속에서 믿음의 고투와 헌신, 사랑과 새로운 희망을 선사하는 뜻 깊은 사역으로서 마땅히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딸을 낳아 어미가 되고, 딸의 출산의 고투를 지켜본 후에 교회에 말하고 싶은 말은, 여성이 출산할 건지 말 건지는 먼저는 여성 자신이 인생과 신앙 안에서 결정할 일이고, 부모나 가족, 그리고 교회나 교인들은 여성의 선택과 결정을 존중해줘야 한다. 그리고 교회는 여성의 출산의 고통과 경제적, 정신적, 영적인 짐을 나눠지고 협력해줘야 한다.

교회가 여성의 출산을 업신여기며 수단화한다면 교회는 이 사회나 국가에 암적 집단이 될 수밖에 없다. 낙태문제와 관련해 교회 안에 도는 카톡에 "페미니즘은 성평등을 조장하는 헤게모니"라는 극도의 가부장적 쓰레기 말들이 퍼 날라지는 것 같다. 저들의 속마음은 아마도 성평등이 실현되는 게 죽도록 싫은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여성의 출산을 폄하하는 건 남성들이 여성의 자궁으로부터 나온 존재임을 망각한 행위이다. 여자는 남자로부터, 남자는 여자로부터 그런즉 모두가 하나님께로 나왔다는 준엄한 선언 앞에 머리 숙여 경배하는 게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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