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총신은 여성안수 허락하라
합동총신은 여성안수 허락하라
  • 강호숙
  • 승인 2017.10.31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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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사역자 이야기 : "종(從)이 아니면 필요 없다"
고대 이집트의 여성 과학자(의사)들
고대 이집트의 여성 과학자(의사)들

나는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후, 제법 큰 교회에서 목사비서와 초등부 사역을 한 적이 있다. 사역 초반이라 열정과 의욕이 넘치던 때였다. 하지만 어린 두 딸을 둔 엄마로서 담임 목사 비서와 초등부 사역을 동시에 하는 건 너무 힘든 일이었다. 그 교회는 전임사례비에다 신학대학원을 나온 경력 대우를 한다면서 3 만원을 더 주면서 초등부 사역을 시켰다.

그런데 담임목사가 책을 낸답시고 시도 때도 없이 나를 불러내어 타이프를 치라고 하였다. 집과 교회가 멀어 사역이 힘들었던 탓에 남편을 설득시켜 교회근처로 이사하는 날임에도 담임목사는 타이프를 치라고 나를 불러내었다. 심지어는 초등부 여름 수련회를 하루 앞둔 저녁에도 나를 불러내어 일을 시키는 통에, 수련회 당일 날 사역자로서 너무 준비가 안돼서 어디론가 도망쳐버리고 싶을 정도로 고뇌했던 적도 있었다.

담임 목사비서의 일은 전문성을 요하는 일부터 허드렛일까지 가리지 않고 주어졌다. 예를 들어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일이라든지, 외국에서 온 이메일에 영어로 답장하는 일, 손님이 오면 커피타고 잔심부름과 청소까지 가리지 않고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내가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소명과 소신이 담임목사와 부목사의 무리한 요구 앞에서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취급받는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아무리 담임목사라도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판단되면 직언을 서슴지 않았다. 왜냐면 부교역자라는 위치가 종이나 꼭두각시가 되라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사역자로서 정당하고 상식적인 선에서 협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담임목사는 외부에서 남성 목회자가 방문하면, 여전도사들을 불러놓고선 늘 "우리교회 여전도사들은 미인 아니면 안 쓴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 때 나는 담임목사의 그런 여성비하적인 언행이 싫어서 "여전도사가 접대부인가요?"라고 되받아치고 말았다. 그 뿐이 아니다. 담임목사가 여성교인의 손을 잡고 있으면, "목사님! 그 손 좀 놓으시죠"라고 했더니 여전도사들까지 "혼자 잘난 척 한다"고 비아냥거렸다.

2년 동안 담임 목사비서와 초등부 사역을 하고 나서, 둘 중 하나만 하고 싶다고 의견을 담임목사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사역자를 더 영입하는 문제가 간단치 않으니 아무 소리 말고 시키는 대로 하라는 그의 답변만이 내게 돌아왔다. 많은 고민과 번뇌 끝에 어쩔 수 없이 11월에 사표를 내었다. 그랬더니 목사비서에 다른 사람을 곧 바로 앉혔다. 교역자실에도 내 자리가 없는 관계로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주일에 교회를 갔는데, 담임목사를 비롯한 부교역자들이 담합이라도 한 듯이 나를 모른 척하였다.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사역을 해왔어도 한 순간에 나를 벌레 보는 듯 하는 교역자들과 일부 장로들의 모습에 교회처럼 매정하고 몰상식한 곳도 없다는 걸 절감하게 되었다.

초등부 아이들과 헌신적인 선생님들의 눈을 보니 갈등이 생겼다. 당장이라도 교회를 나갈 수도 있었지만, 하나님 앞에서 초등부 사역자로서 12월 마지막 주일까지 잘 감당하리라 다짐하고, 그 냉대와 왕따의 수많은 눈초리들을 뚫고서 12월 마지막 주까지 초등부 설교를 하였고 선생님들이 따뜻하게 배웅을 해주었다. 그 때 초등부사역을 마무리한 게 내 스스로 대견하게 생각한다.

여성사역자의 소명과 헌신은 도전이요 저항이 아닐까 한다. 남성사역자에겐 당연한 일이 여성사역자에겐 마치 사역을 구걸이라도 해야 하는 것처럼 험난하니 말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교단 총대의 60%"여성안수는 비성경적"이라고 했다는데, 얼마나 무정하고 불의하며 비성경적인 존재들인지 합동총신만 모르고 있는 듯하다. 여성들이 남성들 사이에 끼여 신학하고 사역하기가 얼마나 외롭고 서럽고 비참하며 아픈지 알려면 합동교단의 목사나 총신대 교수의 딸이 총신신대원에서 공부하고 합동교단에서 사역을 해보면 알 수 있으려나!

이렇게 여성에 대해 무자비하고 차별적이며 폭력적인 황량한 곳에서 하나님의 이름을 들먹거리고 예수의 구원이 외쳐진다는 게 아이러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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