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목사의 복빛단상
이진영목사의 복빛단상
  • 이진영
  • 승인 2017.11.05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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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의 빛 교회 성도들
복음의 빛 교회 성도들

 

2012114일에 썼던 제 일기입니다. 연약한 가운데서 서로를 돌보기에 힘쓰는 성도들에게 은혜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눕니다.

한 선교사님이 나누어주신 이야기를 듣다가 내게도 일어났던 하나님의 은혜를 되새긴다. 내게 정말 아찔했던 경험이었다. 대전에 살던 시절의 기억이다. 내가 초등학교 1학년이었으니까 내 막내 동생은 두 살 박이 아기였을 때다. 나는 친했던 동네 형과 친구들과 함께 무언가 놀이를 하고 있었다. 두 살짜리 내 동생은 아장거리며 내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다. 동생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금새 잊어버린 걸 보면 꽤 신나게 놀고 있었나보다.

느닷없이 비명 소리가 들리고 아이가 신경질적으로 날카롭게 우는 소리가 들렸다. 조그만 부스를 세내어 수선집을 하고 있던 어머니가 느닷없이 뛰쳐나왔고 뒤 따라 바로 옆 피아노학원 원장님도 뜨거운 불 위를 걷듯 종종 거리며 뛰어나왔다. 난 그저 넋이 나간 채로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어머니가 아직 시동이 켜있는 봉고차의 앞바퀴에 딱 붙어 있는 아기, 그러니까 내 동생의 머리를 허리를 숙이고 들어가 얼른 감싸 안고 끌어냈다.

아이가 아장 거리던 것을 못 본 운전사 아저씨가 차에 시동을 켜고 가속페달을 밟는 동시에 아기가 넘어져서 범퍼 밑으로 굴러들어갔다. 반 바퀴정도 굴러간 바퀴는 이제 막 이 녀석의 머리를 밟고 넘으려 하고 있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분 -아마 피아노 학원 원장님이었던 것 같다-이 비명을 내 질렀다. 다행히 봉고차의 창이 열려 있어 운전자도 비명을 듣고는 금새 차를 멈췄다. 얼굴이 하얗게 떠 오른 어머니의 얼굴을 보며 난 그제서 정신이 들었다.

아마 어머니께서는 나에게 어린 막내를 돌보라고 맡기신 것 같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미국 땅에서야 이런 일이 비상식적인 일이다. 반드시 어머니가 어린 아이들 돌봐야한다. 그렇지만, 그땐 다 그랬다. 아이가 아장 아장 걷기 시작하면 으레 언니 오빠들이 아이들을 돌보는 게 당연했다. 그것도 내내 어머니가 보고 계시다가 옆 피아노 원장님과 잠시 얘기를 나누느라 나에게 바통이 넘어온 것이었을 뿐이다.

그 때 철렁하고 심장 내려앉던 소리가 아직도 생생히 들린다. 막내 동생이 잘못되기라도 했더라면 난 평생 죄책감에 괴로워했을 것이다. 어머님 역시 아직 어린 아들에게 아기를 맡긴 무책임함을 탓하며 평생을 사셨을 게다. 지금 그 막내 동생은 좋은 신랑을 만나 예쁜 딸 아이 하나를 낳고 잘 살고 있다. 그때 피아노 학원 원장님이 차를 조금이라도 늦게 발견했더라면, 봉고차 운전사가 비명 소리를 듣지 못했더라면 ... 생각하기도 싫다.

난 그 일이 전혀 손 쓸 수 없는 문제 상황에서 우리를 보호하시려고 하나님께서 주권적으로 내미신 손길이었음을 안다. 어찌 해 볼 수 없는 무수한 위험들이 늘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때로 우리를 영혼과 몸을 칼날처럼 뚫고 지나기도 하며, 또 거기에 무너지고 마는 것이 또한 우리네 삶이다. 매일 매순간이 은혜라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 당연히도 여긴다. 아니 아예 잊고 살아간다. 그때 그 은혜는 오늘의 나와 내 동생과 이제 전도사님이 된 그 동생의 남편과, 동생의 딸이자 나의 조카인 너무나 영특한 소녀에게로 이어져있다. 잊었던 하나님의 은혜를 다시 기억하게 된다. 감사하다.”


요즘 우리 교회엔 힘겨운 일을 겪느라 지쳐 있는 성도들이 여러분 계십니다. 그 어려움을 어떻게든 함께 부둥켜안고 가려 하는 우리의 마음도 더욱 진해지는 시절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은혜 속에 살아갑니다. 부디 주님께서 우리 눈을 열어 그 은혜를 발견하고 누리고 나눌 수 있게 해주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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