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무협지" 장르가 있으면 좋겠다
"기독교 무협지" 장르가 있으면 좋겠다
  • 이택환
  • 승인 2017.12.15 2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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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도 몇 번 제안했지만, "기독교 무협지" 장르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해리포터><반지의 제왕>도 사실 판타지라는 이름의 서양 무협지아닌가? C.S 루이스의 기독교 판다지인 <나이아 연대기>를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한국교회도 이제 기독교 무협지 장르를 활성화하여, 크리스천 독자들에게 다양한 흥밋거리를 주고, 침체된 한국 기독교 출판계에도 활로를 열어주었으면 한다. 이미 그 분야에 우수한 작가들은 많이 있으니까.

내가 기독교 무협지에 대해 처음 생각한 것은 90년대 중반, 김요석 목사의 간증 테이프를 들으면서 였다. 그 내용 중에 자신이 독일 유학 가서 (한국교회에서 마귀의 앞잡이로 알고 있는) 칼 바르트를 교수를 찾아가 꾸짖는 내용이 나온다. 그의 말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고 준엄했는지 바르트 자신도 잘못을 수긍하고 인정하더라는 것이다. 이 얼마나 통쾌한 무협지인가김요석 목사가 나중에 중국 선교사로 갔을 때, 맹장염에 걸려 수술하는 이야기도 대박이다. 중국인 가짜 수의사에게 녹슨 칼을 숫돌에 갈아 마취도 하지 않고 자신의 배를 째도록 한다. 맹장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돌팔이에게 김요석 선교사가 내 맹장은 오른 쪽 아랫배에 있다고 일일이 가르쳐 주며, 배를 찌르게 한다.

잠시 후 흘러나온 창자에서 맹장처럼 보이는 부분을 겨우 찾아서 잘라낸 후, 창자를 주섬주섬 다시 배에 집어넣고 수술을 마쳤다. 그리고 피가 흘러나오는 수술부위는 김요석 목사를 찾아온 문둥병자들이 자신의 손에서 나오는 고름을 밤새도록 고약처럼 발라 문질러서 아물게 했다는 것이다. 얼마나 아름다운 무협지인가?

이후 윈 형제의 <하늘에 속한 사람>을 보고 다시 기독교 무협지를 생각했다. 그는 물도 마시지 않고 74일을 금식한다. 감옥에서 탈출할 때는 마치 베드로가 그랬듯이 간수들이 두 눈을 멀쩡히 뜨고 있음에도 보이지 않는다. 위기의 순간이 오면 그는 3미터의 담벽도 가볍게 뛰어 넘는다. 역시 중국 사람이 써서 그런지, 진정한 무협지의 정수임이 느껴졌다.

하지만 김미진 간사의 <왕의 재정>에 나오는 무수한 예화도 중국 기독교 무협지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아래의 예화는 그 중에 극히 일부에 속할 뿐이다.

당시 차가 필요해서 하나님께 기도했는데, 친구에게 갑자기 전화가 왔다. 친구가 30만원짜리 일식을 사준다고 했다. 그 친구가 타는 차는 1억 이상 나가는 새 차 도요타였다. 그 애는 따로 그랜저도 있고, 또 시장 갈 때 타는 차도 있다. 친구가 하나님께 들었다고 하면서 내게 차 한 대를 주었다. 그랜저? 시장가는 차? 아니었다. 도요다였다. 주님이 가장 좋은 차를 주라고 하셨다고 한다. 오늘 뽑은 새 도요타를 내가 얻게 되었다. 당시는 수입차가 별로 없을 때였다. 그런데 미안해서 나는 그랜저를 달라고 했다. 하나님은 믿음으로 살 것을 먼저 요구하신다. 그 때 하나님을 경험하게 하신다.”

그러고 보니 오래 전에 읽은 <하나님의 대사> 도 기독교 무협지 장르였다. <대사>의 하나님은 대사가 묻기도 전에 길을 알려주신다. 언제 인사이동이 있고 언제 어떤 자리로 승진할지, 자신의 미래 뿐 아니라 주변 사람의 앞날까지도 척척 알려주신다. 하나님은 그렇게 책을 낼 출판사도 알려주셨고, 누가 자신의 며느리가 되고 누가 사위가 될지, 손녀의 아토피에는 어떤 과일은 먹어도 되고 어떤 과일은 안 되는 지까지, 시시콜콜한 것일지라도 간구를 하기만 하면 응답을 주시되, 한 치의 착오도 없이 알려주신다. 그것도 육성으로 또렷하게.

기독교 무협지로서는 이런 책들보다 한참 못한 <지렁이의 기도>가 최근 출간됐다. 그 책은 무협지에 걸맞지 않게 무거운 신학을 다룬다. 그러나 비록 일부지만 그 책에 나오는 간증은 기독교 무협지 장르의 요건을 충족시킨다. 예배 시간에 자신이 지나가면 주변 사람들이 쓰러지고, 방언의 방자도 모르는 사람들이 방언을 하고, 누전으로 전기시설이 망가진 교회에 전기가 들어오고, 태어날 아이가 아들인지 딸인지도 척척 알아낸다. 누가 병에 걸릴지, 또 병에 걸린 사람이 회복될지 죽을지도 의사보다 더 잘 알아맞힌다. 누구도 생각지 못한, 적은 돈으로 이사 갈 수 없는 비싼 장소로 이사 갈 수 있음도 일러준다. 다 하나님이 주신 예언의 은사 덕분이다.

이상에서 거론된 김요석 목사 간증 이야기, <하늘에 속한 사람>, <하나님의 대사>, <왕의 재정>, <지렁이의 기도>, 이외에도 많은 책들이 있다. 나는 이런 책이나 이야기들을 굳이 100% 논픽션이라고 주장함으로 인해, 한국 교회가 불필요한 논쟁에 휘말리고, 저자는 필화에 시달리고, 출판사도 곤혹을 치르는 일을 반복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보다 이 모두를 기독교 무협지 장르로 분류하는 게 어떨까? 그래서 독자들에게는 재미를 주고, 저자는 유명 작가로 등극하고, 기독교 출판계도 살아나는 모두가 윈--윈하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나의 글 <기적인가, 은혜인가? - 영적 허구에 관하여>를 리-라이팅(Re-Writing) 해서 극적인 내용으로 개작하면 아래와 같은 글이 된다. 이런 글을 "기독교 무협지"라고 한다

 

내 나이 40 되던 해 어느 날, 기도 중에 하나님께서 내게 찾아와 말씀하셨다. “아들아, 이제 교회 사역을 접고 내가 새로운 사역을 지시할 때까지 기다려라!” 그 날 내 귀에 들려 온 하나님의 음성이 너무나도 확실하여 난 도저히 그 말씀에 거부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결국 아무런 대책도 없이 나는 *** 중앙 교회 수석(?)부목사직을 사임했다.

담임목사님, 장로님 등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말렸다. "몇 년 만 더 우리교회에서 부목사로 지내면 교회를 개척시켜 주겠다"고도 했다. 매우 감사하고도 솔깃한 제안이었다. 하지만 나는 단호하게 주님이 예비하신 새로운 길이 있음을 말씀드렸다. 사실 아내도 걱정이 많았다. 그럼에도 내가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는 사실을 믿어 준 유일한 사람이 아내였다.

4개월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슬슬 마음이 조급해지던 어느 날 현직 한의사이며, 신학교 동기인 *** 목사님이 찾아와, 자신이 대표로 있는 선교단체 학사사역부 간사를 맡아달라고 했다. 나는 그 목사님이 한의사라라는 것은 신대원 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최근 그 선교회 대표가 된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는 실로 기도의 사람이었다. 과거 간경화증으로 병원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바 있지만 기도를 통해 생명을 다시 얻었고, 그 은혜에 감사해서 신학교에 들어와 나와 동기목사가 되었다.

그런데 그 목사님이 기도하던 중에 “네 동기 이택환 목사가 지금 사역을 쉬고 있으니 얼른 불러서 선교회 간사를 하도록 하라”라는 음성을 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둘러 나를 찾은 것이다. 나 역시 그날 아침에 “오늘 누가 너를 찾아오거든 그렇게 하겠다고 하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던 차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두려움 반 기대 반이었다. 결국 그날부터 난 꿈에도 생각해 본 적 없는 모 선교단체 간사 일을 이후 11년 동안 맡게 되었다(전임 7년, 협동 4년).

10년 전 쯤 집에서 가까운 모 대학병원 전공의 성경공부 모임을 인도한 적이 있다. 그 모임을 섬기던 대표 자매(레지던트 4년차)가 결혼한 지 5년 넘도록 아이가 없다며 기도를 부탁했다. 모임에서도 집에 와서도 자매를 위해 열심히 기도했다. 나는 그 자매에게 “하나님께서 올해 안에 아이를 주신다고 했습니다.”고 일러주었다. 그 자매는 내 말을 별로 염두에 두지 않는 듯했다. 그런데 그해 연말, 그 자매로부터 아이를 갖게 되어 감사하다는 연락이 왔다. 사실 이런 일들은 몇 번 더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선교단체 전임간사 7년차, 어느 덧 40대 말이 되고 보니 머리도 하얘지고, 거의 아들 또래인 캠퍼스 학생들을 대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 무렵 나는 이미 하나님께 기도하고 있었다. “하나님 저도 이제 교회를 개척하고 싶습니다!” 물론 내게는 개척할 멤버도 돈도 장소도 없었다. 그 해 늦은 가을 하나님께서 내게 음성을 들려주셨다. “너처럼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사람은 절대로 혼자서는 개척할 수 없다. 그러니 내가 좋은 동역자를 네게 붙여줄 것이다. 그와 상의하여 곧바로 교회를 개척하라!”

과연 얼마 후 안식년을 마치고 돌아와 출석할 교회를 찾던 모 간사(목사)가 나를 찾아와 함께 교회를 개척해보자고 제의 했다. 장소는 자신의 친척이 운영하는 피아노학원을 주일에 예배처소로 사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마침 가까운 지인들 중에 정해진 출석 교회 없이 떠도는 사람들이 있어 우리의 소식을 듣고 함께 교회개척에 참여하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현재의 그소망교회가 탄생한 것이다. 하나님은 기도하는 자에게 한 치의 착오도 없이 미리 모든 것을 준비해 주신다!

작년 초, 교회에 유아부터 초등학교 5학년까지 7-8명 아이들을 담당할 교육전도사가 필요했다. 기도 중 하나님께서 신대원 게시판에 모집공고를 내되 다음과 같이 세 가지 내용으로 내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하나님께 들은 음성대로 ①작은 교회라 사례 적음. ②큰 교회처럼 시스템이나 프로그램이 없어 죄송함. ③개척교회 어린이 사역에 관심 있는 분 연락 바람. 이렇게 교육전도사 초빙공고를 냈다.

그런데 아무에게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2주가 지나서 겨우 50대 말 남자분이 이력서를 냈다. 나는 기도했다. “하나님 이 사람입니까?” “아니다!” 또 1주일이 지나서 20대 신대원 여학생의 전화문의가 있었다. 교회상황을 설명해 주니까 곧 원서를 내겠다고 했다. 난 기도했다. “하나님 이 자매입니까?”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여학생은 결국 지원서를 보내주지 않았다. 그렇게 12월-1월이 지나자 사역자 청빙시기도 끝났다.

난 하나님의 음성을 잘못 들은 것으로 생각했다. 이런 작은 개척교회에 어떤 교육전도사가 오겠는가? 그런데 며칠 후 어느 날, 그소망교회야 말로 자신이 기도하던 중에 하나님의 음성을 들은 바로 그 교회라며 꼭 사역할 수 있게 해달라는 사람이 나타났다. 면접하던 날 나도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 “바로 이 사람이다!” 현재 우리교회 교육전도사 신** 전도사다. 지금 그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이 없고, 그를 존경하지 않는 교우가 없다.

내가 이런 일들을 일일이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얼마 전에도 놀라운 기적 같은 일이 있었지만 생략하겠다. 나는 지금도 기도 중에 늘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다. 그리고 그 음성은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 나와 같은 체험을 해 보지 않는 사람은 제아무리 뛰어난 목사나 신학자라도 하나님의 신비한 영적 세계를 알 도리가 없다.

 

글쓴이 이택환 목사는 그소망교회 담임목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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