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예배의 기원
일요일 예배의 기원
  • 최주훈
  • 승인 2017.11.29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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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둘러싼 두 가지 견해
로마 카타콤의 애찬식 벽화(시대 미상)
로마 카타콤의 애찬식 벽화(시대 미상)

 

주일 예배가 언제 어떻게 정기모임이 되었는지 알 수 있는 정확한 자료는 없다. 다만 ‘일요일’(해의 날)이라는 용어를 시대적 배경에 놓고 보면 그 기원이 태양신을 숭배하는 고대문화 아니면, 로마의 '밀교'로 불리는 미트라 종교에서 영향 받았을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교회의 주일 예배가 이방제의 문화에서 나왔다고 섣불리 판단할 필요는 없다. 이에 대해 학자들은 크게 두 갈래 정도의 견해를 가지고 있는데 그걸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첫번째 견해: 

일요일 정기 예배 모임을 유대교 안식일 전통과 관련시키는 견해다. 초대교회 공동체 구성원 중 상당수는 유대계 그리스도인이었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유대인의 관습인 안식일을 준수하던 습관이 정기모임으로 이어졌다. 정확히 하자면, 이들은 안식일이 시작하기 전 – 해가 지기 전- 회당에 모여 예배를 했고, 이것이 곧 주일예배의 기원이 되었다는 학설이다. (사도행전을 읽어보면 쉽게 알아채겠지만 바울의 여행에서 회당은 언제나 선교의 전초기지 역할을 했다.)

유대인들에게 안식일 저녁은 한 주간의 매듭이거나 시작이 된다. 그날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옹기종기 집에 모여 성찬을 함께 나누었다(행2:46). 안식일 저녁에 모여 떡을 떼는 모임은 자연스레 헬라-그리스도교 공동체에게도 이어졌다. 물론 헬라파 기독교인들은 안식일 법을 준수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행20:7-12에서 언급되는 “그 주간의 첫날”은 바로 이때를 뜻한다. 안식일이 시작하는 첫날 저녁 무렵이 곧 정기모임의 시작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대목은 이제부터다. 역사적으로 보면, 초대교회의 배경이 되는 2세기 로마의 황제는 트라얀이었다. 그는 유대인들의 폭동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안식일 저녁 모임을 금지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 때문에 유대-그리스도인들의 안식일 저녁 모임은 결국 일요일로 연기 될 수밖에 없었고, 그 때문에 떡을 함께 떼며 저녁에 모이던 그 모임의 성격은 단순한 식탁모임에서 예배의식화로 변할 수밖에 없었다.

상당히 설득력이 있지만 안식일 관습과 연결시키는 이 가설의 약점이 한 가지 있다. 예수의 부활의 의미가 부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두번째 견해:

앞에 설명한 가설을 요약하면, 유대인의 안식일 모임 시간을 이용했다가 황제의 집회 금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안식 후 첫날(일요일) 정기 모임이 되었다는 것인데, 이 가설은 일요일(해의 날)을 정기 예배 모임으로 정하게 되었다는 역사적 배경을 골자로 하고 있다. 결정적인 문제는 일요일(해의 날)이 주일(주의 날Dominica, Dimanche)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밝히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런 약점을 넘어서기 위해 두 번째 견해는 복음서 기사(눅 24:36-37,요 20:19-23,26-29)를 근거로 삼고 있다. 성서에 따르면, 예수는 안식 후 첫날 부활했고, 그날 저녁 제자들의 식탁에 참여한다.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제자들이 함께 나눈 첫 번째 식탁은 곧장 기독교 예배의 상징이자 중심이 되었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매 일요일 저녁 식탁 모임이었던 것이 점차 주일 낮 공동예배로 자리 잡았다는 가설이다. 그 때문에 기독교 초기의 정기모임은 저녁이 아닌 낮 모임이더라도 성찬 중심의 예배가 되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 가설의 장점은 일요일의 정기모임을 그리스도의 부활 사건과 연결하여 설명한다는 데 있다.

두 가설을 교회 공동체의 입장에서 비교해보면, 당연히 두 번째 가설이 훨씬 쉽게 받아들여졌을 게 분명하다. 진위 여부를 떠나서 역사적 설명방식보다는 신앙적 설명 방식이 더 친숙하기 때문이다. 무엇이 옳은 견해인지는 일단 주님 만나면 물어보는 것으로 남겨두고, 그 후에 어떤 식으로 주일 예배가 자리 잡았는지 계속 풀어보자.

 

글쓴이 최주훈 목사는 중앙루터교회 담임 목사이다. 아주 최근에 '루터의 재발견'(복있는사람)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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