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과 주일예배
일요일과 주일예배
  • 최주훈
  • 승인 2017.11.27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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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화가 Henryk Hektor Siemiradzki, The Christian Dirce(1897)
폴란드 화가 Henryk Hektor Siemiradzki, The Christian Dirce(1897)

‘일주일은 7일’이라는 말은 당연한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한 주간의 경계와 주기를 결정하는 것은 시대와 문화마다 달랐는데, 예를 들어 서(西)아프리카 부족들은 4일, 중앙아시아와 아시리아에서는 5일, 이집트에서는 10일을 1주기로 사용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10일을 1주기로 계산 했고, 로마인들은 8일을 1주기로 계산했다.

이처럼 한 주간을 계산하는 것은 각 문화권마다 달랐다. 그러던 것이 AD 321년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법령에 의해 (어쩌면 최초의) 지금과 같은 7일 주기의 주간이 서방세계에 자리 잡게 되었다. 물론 그 이면엔 이스라엘 민족의 안식일이 7일 주기였던 것과 기독교가 그 배경에 있다.

또, 가만 생각해보면 한 주간의 시작이 일요일이냐 아니면 월요일이냐하는 것도 소소한 질문거리가 될 만하다. 물론 변치 않는 사실은 7일 가운데 일요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막중하다는 점이다. 비기독교인에겐 쉴 수 있는 휴일이고, 기독교인에겐 이날이 신앙공동체가 함께 모여 예배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제 기독교인의 관점으로 들어가 보자. 기독교 신앙의 삶에서 일요일은 기준점이 되는 날이다. 실제로 교회의 모든 축일은 일요일의 부속이라고 불릴 만하다. 교회의 축일과 기념행사들이 일요일을 중심으로 실타래처럼 묶여 있고, ‘교회력’이라고 불리는 신앙의 리듬 역시 일요일을 기점으로 움직인다.

그러다 보니 기독교인에게 일요일은 한 주간의 마지막이 아니라 첫 번째 시작이고, 삶의 출발선이 된다. 하지만 ‘일요일이 첫날’이라는 생각은 이런 실용적인 관점보다 기독교 역사와 관련이 더 깊다고 할 수 있다.

첫날
우선 성경을 보자. 복음서에 따르면, 안식 후 첫날 새벽에 여인들이 예수의 무덤을 찾았지만 무덤은 비어 있었고, 거기 있던 천사가 예수의 부활을 가르쳐 준다(마 28:1,막 16:2, 눅 24:1, 요 20:1). 그리고 그날 저녁 부활하신 주님은 제자들에게 나타나신다(눅24:13-49). 여기서 ‘안식 후 첫날’이란 말이 중요하다. 유대인의 7일 주기 계산법인 안식일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물론 앞서 인용한 구절에 ‘안식 후 첫날 마다’ 교회에 가라는 반복적 명령이 등장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안식일 후 첫날은 예수 부활의 때를 의미하게 되었고, 이 때문에 일요일은 부활을 기뻐하는 신자들의 날이 되었다.

여기에 하나 덧붙이자면, 복음서 부활 기사에 이어진 구절을 보면 부활의 날 저녁 또는 그 다음날(8일째) 저녁에 제자들이 식탁모임을 가진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이는 부활 이후에 주어진 삶의 자리가 나눔의 삶이라는 의미가 있는데, 이를 우리의 말로 바꿔 말하면, 일상의 예배라고 할 수 있다.

주일 헌금
복음서가 아닌 다른 신약성경을 보면 ‘안식 후 첫날’모임이 교회 공동체를 보전하는데 매우 중요한 기능을 했다는 걸 알게 된다. 예를 들어 고전16:12을 참고해 보면, 이날 모인 사람들은 일종의 헌금을 모았다. 바울은 이 헌금을 피폐한 예루살렘 교회에 보내려고 했고, 행20:7-12을 보면 안식 후 첫날 저녁 드로아에서 있었던 저녁 모임에서 이런 계획을 설교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물론 여기 언급된 구절에선 매 일요일 마다 모였다는 언급이 없다. 그러나 최소한 누가복음서(사도행전) 기자가 살던 시대엔 부활을 기억하며 예배하기 위한 정기적인 모임이 안식일 후 첫날 마다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주일 그리고 주의 만찬
요한계시록 1:10에 처음으로 “주의 날”(퀴리아케 헤메라)이란 표현이 등장한다. 아마도 이와 상응하는 말이 고전11:20에 나오는 “주의 만찬‘이란 표현일 것이다. 이는 곧 주일에 주의 만찬인 성찬이 함께 행해졌다는 것을 암시한다.

물론 주일이 기독교인의 모임을 위한 날로 자리 잡은 2세기경이지만(Justin Dial.41:4), 4세기까지 정경으로 취급되었을 것으로 여겨지는 디다케 14:1을 참조해보면 매주일 성찬이 행해졌다는 것 역시 의심의 여지가 없다. 게다가 이런 성찬 모임엔 예배의식이 따라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추정할 수 있다.

다만 특이한 점은, ‘소아시아와 헬라지역의 이방인 그리스도교 공동체에겐 일요일이 곧 성찬과 예배를 위한 중요한 정기모임이었지만 예루살렘과 팔레스틴의 유대인 그리스도교 공동체에겐 그런 의미가 없었다.’는 점이다(Adolf Adam, Auf der Mauer, 1983,37).

주일 예배
2세기에 이미 시리아 소아시아 이집트 북아프리카 지역의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정기적인 주일 예배 모임을 가졌다는 것을 여러 자료들이 입증하고 있다. 로마의 경우는 좀 다르다.

가장 이른 시기의 역사자료는 유스티아누스의 글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Justin, Apol. 1,67,3-7).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해의 날(일요일)”(투 헤리우 헤메란)이라는 표현인데, 이는 주일 예배의 특정 시간을 알려주는 표현이다. 내용적으로 보자면, 부활의 예수를 상징하는 것인 동시에 빛으로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날을 뜻하기도 한다.

이로써 일요일이란 표현은 기독교적 의미 뿐만 아니라 비기독교인에게도 그 의미(빛 되신 그리스도)를 설명하는 도구가 되었고, 주일 예배의 날로 상징되었다.

 

글쓴이 최주훈 목사는 중앙루터교회 담임 목사이다. 아주 최근에 '루터의 재발견'(복있는사람)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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