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교육 '마따호쉐프'는 없다?
유대인 교육 '마따호쉐프'는 없다?
  • 김동문
  • 승인 2019.04.12 08: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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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다큐멘터리의 오류에서 비롯된 것

'마따호쉐프'가 유대인 교육을 특징하는 것의 하나라며 언급하는 것을 보곤 한다. 유대인 교육을 말하는 이들이 하브루타와 더불어 널리 통용하는 외래어로 보인다. '마따호쉐프'는 국적 불명이다. 물론 히브리어를 한국어로 옮긴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표기도, 발음도 그 의미도 대략 이상하다. 그런데 이 말은 어디서 유래한 것일까? 무슨 뜻일까? 이 관용 표현은 누가 먼저 왜 사용한 것일까?

유대인 교육법의 대명사로 사용하는 '하브루타'와 더불어 교육 현장 안팎에서 유행하고 있는 '마따호쉐프', 그 대략적인 분위기를 짚어보자. 

더리치 아카데미, 우리 아이 부자 습관 우리 아이 경제지능 종합 교육서, 스마트북스, 2018년
더리치 아카데미, 우리 아이 부자 습관 우리 아이 경제지능 종합 교육서, 스마트북스, 2018년

『천년의 지혜 탈무드』의 저자 마빈 토케이어는 “질문과 토론 교육이 유대 교육의 핵심이다”라고 말한다. 그 교육의 핵심은 바로 아이를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는 대화식 교육법이다. 생각의 범위를 제한하지 않고 자유롭게 대화하는 교육은 창의적 인재를 만들어낸다. ‘마따호쉐프’, 즉 “네 생각은 어떠니?”와 “왜 그렇게 생각하니?”를 보면 유대인에게는 자신의 고유한 생각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탄탄한 논리가 가장 중요한 핵심임을 알 수 있다. - 더리치 아카데미, 우리 아이 부자 습관 우리 아이 경제지능 종합 교육서, 스마트북스, 2018년

제주일보(2017.04.20)

유태인의 교육현장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말은 바로 “마따 호쉐프” 이다. 유태인 아이들은 처음 공부를 접할 때부터 이 말을 자주 듣는다. 마따 호쉐프의 뜻은 ‘너의 의견은 무엇이니?’ 라는 뜻으로, 이스라엘에는 100명의 유태인에게 100개의 다른 생각이 있다는 말이다. - 제주일보(2017.04.20)

중부매일(2016.11.20)

이스라엘 학교수업을 들여다보면 특이한 장면이 눈에 띈다. 우리의 여느 수업분위기와는 다르게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무슨 말인가를 외치고, 학생들은 쉬지 않고 자신들의 생각을 말하는 모습이다. 수업 내내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건네는 이 말은 "네 생각은 무엇이니?"라는 뜻의 '마따호쉐프'이다. 이 수업은 학생들이 늘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과 토론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라는 유대인 전통적 교육방식이다. - 김하윤 교수, 중부매일(2016.11.20)

 
이혜정,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 다산에듀, 2014년
이혜정,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 다산에듀, 2014년

그 와중에 제일 자주 들리는 말이 '마따호셰프'라는 단어다. 이 단어의 뜻은 다름 아닌 '너의 의견은 무엇이니?'라는 것. 선생님이 한 학생을 쳐다보고 “마따호셰프? 라고 물으면 그 학생은 자신의 생각을 답하고, 다른 학생을 쳐다보고 또 ”마따호셰프?“ 라고 하면 그 학생 역시 자기 생각을 말하는 식의 수업이 이어진다. 선생님의 입에서는 ”마따호셰프, 마따호셰프?“라는 말이 끊이지 않고 계속 나온다. - 이혜정,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 서울대생 1100명을 심층조사한 교육 탐사 프로젝트, 2014년, 61쪽

 

한겨레신문(2013.03.18)

12살과 10살, 그리고 갓 태어난 아기를 키우는 아버지이기도 한 정 피디는 이 프로그램 제작 이후부터 자녀들에게 책을 읽고 나면 자기화시켜서 설명하고 자신의 의견으로 바꾸는 연습을 시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대인 어린이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촬영했는데, ‘마타호쉐프’(네 생각이 뭐니)란 말을 100번 넘게 하더라고요.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다 외웠니’, ‘이해했니’란 말을 쓸 텐데….”- 한겨레신문(2013.03.18)

미주 중앙일보(2013.04.08)

"탈무드로 시작하는 이스라엘 교육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마따호쉐프', 너의 생각은 무엇이냐? 라고 한다. 계속되는 질문과 답변과정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나간다는 것이다. 학부모들도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느냐고 묻기보다는 무엇을 질문했는지 묻는다고 한다. " - 한석수 교수, 미주 중앙일보(2013.04.08)

 

그렇다면 '마따호쉐프'는 무엇인가? 

히브리어에 '마따호쉐프'는 없다. 이것은 우리말로 "네 생각은 뭐니?", 영어로, 'What do you think?'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표현을 잘못 알아듣고 잘못 적은 것이다. 한국어로 음역하면 'Ma ata hoshev?' (대화 상대가 여성일 경우는 Ma at hoshevet?)이다. 히브리어로는'?מה אתה חושב'(여성에게는 '?מה את חושבת')이다. 굳이 한국어로 적는다면 "마 아(ㅅ)타 호셰브?"이다. 이 말은 ‘너의 생각은 어떠니?’가 아니다.

그리고 이 문장은 굳이 히브리어로 적을 필요가없는 표현이다. 우리말로도 넉넉하게 아주 쉽게 번역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 생각은 뭐니?"의 영어 표현을 "와디즈 유어피니언?" 또는 "왓두유 띵크?" 라고 적을 필요가 전혀 없는 것처럼, 히브리어 표현도 한글로 음역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KBS 1 방송 화면 갈무리

유대교 학교의 교육 현장이나 다양한 학습 현장에서는, "당신의 생각은 무엇인가?"와 더불어 "당신의 의견은 무엇인가?"가 교차적으로 사용된다. 그런데 마따호쉐프가 이스라엘의 고유한 관용어인양, 그것도 잘못 표기된 채로 유행하고 있는 것일까? 여기에는 2013년 2월~3월 사이에 5차례 방송(2월 28일~3월 28일)을 탄 KBS 1 방송의 다큐멘터리 5부작 <공부하는 인간 - 호모 아카데미쿠스>가 큰 몫을 했다. 4편 방송에서 여러 차례 '마따호쉐프' 라고 자막 처리를 했다. 제작 PD가 인터뷰에서도 그렇게 언급했다.

KBS 1 방송 화면 갈무리

히브리어 표현을 한글 자막으로 처리하면서 자문을 안 구한 것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방송 전, 후에 이렇게 결정적인 오류를 발견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이렇게 엉터리인 발음과 표기를 사실 확인도 안하고, 교육 현장 안팎에 있는 이들이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발음 표기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 무슨 문제냐? 생각할 이들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정확하게 스스로 연구하거나 주장을 검토하지 않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사용하고 퍼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가짜뉴스, 왜곡된 정보는 교육 현장 한복판에도, 교육자에게도, 교육을 고민하는 학부모에게도 넘쳐나는 것 같다.

KBS 1 방송 화면 갈무리

위에서 인용한 책과 언론 기사, 방송 보도 내용을 본다면, 사실 확인을 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특정 어휘를 유행어처럼 사용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유대인 교육', '이스라엘 교육'에 얽힌 다소 과장되거나 신화적인 요소가 가미된 이야기가 한국 사회 안팎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 같다. 개인의 적극적인 토론과 대회에 바탕을 둔 유대인 교육을 강조하면서도 암기식 주입식 교육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 교회 안팎의 교육 현실은, 그저 역설적일 뿐이다.

유행어처럼 사용되는 마따호쉐프는 한국어로 표기한 발음도 표기도 엉망이다. 그렇다면 이 용어를 쓰는 이들이 이 말의 정확한 뜻이 무엇인지, 그 의미는 제대로 알고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단어가 아니라 의문문인데도 단어로 착각하는 이도 있다. 이렇게 묻고 싶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마 앗타 호셰브?"

KBS 1 방송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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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나그네 2019-07-12 01:22:54
책을 읽다가 알게된 단어 '마따오세프'

그런데.. 마따오셰프? 마따호쉐프?
발음이 워낙 다양해서 정확한 발음이 무엇인 가 찾아보다 이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잘못된 정보를 바로 잡아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