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자의 하나님’을 만나 뵙기 위한 놀라운 출애굽의 여정
‘낮은 자의 하나님’을 만나 뵙기 위한 놀라운 출애굽의 여정
  • 정한욱
  • 승인 2019.02.23 0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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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문, 중근동의 눈으로 읽는 성경, 선율, 2018년
중근동의 눈으로 읽는 성경, 김동문 글 신현욱 그림, 선율, 2018년

지난 30여 년간 이스라엘 주변의 중근동 지역에서 그곳 사람들과 함께 먹고 마시며 부대끼면서 살아온 글쓴이 김동문 선교사는 우리가 성경이 처음 기록된 삶의 현장으로 돌아간다면 오늘날 우리 손에 들려 있는 성경이 매우 낯설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한다. 성경이 우리가 이해하기에 꽤나 낯선 언어와 문화와 역사로 가득한 땅에서 살아갔던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글쓴이는 이 책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열여덟 군데의 구약 본문들을 살피며 메소포타미아와 나일 강 문명이라는 두 거대 문명의 틈바구니에서 이런저런 모습으로 살아 왔던 히브리 민족의 삶의 모습을 ‘성경 시대의 눈으로’ 되살려 냄으로서 독자들이 익숙하다고 느끼는 이 본문들을 ‘낯설게’ 읽을 수 있도록 돕는다.

글쓴이는 성경의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낯설게’ 읽어 낸 성경에서 새롭게 발견한 하나님이 놀랍게도 ‘낮은 자의 하나님’이었다고 고백한다. 그 하나님은 “사람 취급 받지 못했던 흙수저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이자 왕같은 존재들이라고 선언하는 하나님”이자 “흙수저 같은 사람 축에도 끼지 못했던 여자에 대해서도 차별 없이 하나님의 형상이라고 일갈 하는 하나님”이었다, “투명인간처럼 사라져 갔을 사람들에게 주목하는 하나님”이면서 “남들에게 영웅처럼 여겨졌을 인물의 명성이 아니라 그 뒤에 숨겨진 남모를 아픔을 감싸 주시는 하나님”이라는 것이다. 

글쓴이는 독자들도 이 책을 통해 “흙 같은 인생이기에, 여자이기에, 아들과 딸이기에 저항하지 못하고 체념했으며, 그것을 운명이라고 여겼던 이들을 신과 같은 존재로 회복시키시는 하나님”을 만나게 되기를 기대한다.

각 페이지마다 만화 한두 컷과 만화 한 컷당 본문 서너 줄로 이루어진 이 책은 분량으로만 따지면 다 읽는 데 반나절이 채 걸리지 않는다. 글쓴이 특유의 간결하고 이해하기 쉬운 문장과 글쓴이의 의도를 현대적 감각으로 잘 표현해낸 신현욱 목사의 그림이 잘 어우러져 가독성도 매우 좋다. 

그런데 읽다 보면 독서에 가속도가 붙지 않는다. 자꾸 멈추고 생각하며 질문하게 되기 때문이다. 철들고 삼십 년의 세월 동안 이런저런 주석이나 신학서들과 함께 성경 깨나 공부해 왔다고 자부하던 내게도, 이 책이 보여주는 성경의 ‘낯섦’은 그만큼 강렬했고 저자가 소개하는 ‘낮은 자의 하나님’은 그렇게 충격적이었다. 머릿속에 자식의 형태로만 머물던 ‘문자’가 가슴으로 내려와 심금을 울리는 ‘삶’으로 바뀌는 경험이었다고 말한다면 적절한 표현이 될까? 

많은 분들이 이 책을 통해 ‘문자 숭배’의 노예 상태에서 해방되어, 성경의 문자를 존중하되 그 행간에서 낮은 자들의 삶과 그들을 통해 역사하시는 ‘낮은 자의 하나님’을 만나 뵙기 위한 놀라운 출애굽의 여정을 시작하게 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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