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흥미진진한 철학책
쉽고 흥미진진한 철학책
  • 정한욱
  • 승인 2019.02.27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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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라면 어떻게 할까』, 『마르크스라면 어떻게 할까』
정한욱
정한욱

『니체라면 어떻게 할까』와 『마르크스라면 어떻게 할까』는 우리가 현실 속에서 흔히 직면하는 일상적 혹은 정치적인 질문에 대해, ‘니체’를 포함한 위대한 철학자들과 ‘마르크스’로 대표되는 위대한 정치 철학자들이 해주었을 법한 대답을 쉽고 친절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흥미로운 책이다. 『니체라면 어떻게 할까』가 관계, 일, 라이프스타일, 여가시간 등 주로 일상적인 영역에 집중한다면, 『마르크스라면 어떻게 할까』는 자유, 평등, 권력과 권위, 권리, 정의와 같이 좀 더 정치적인 주제를 다룬다. 

주제별로 분류되어 있는 각각의 질문들은 ①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일상적 질문'이 담겨 있는 '제목' ② 일상적 질문 안에 숨겨져 있는 ‘기본적인 철학적 질문’ ③ 그 질문에 대한 몇몇 위대한 철학자들의 다양한 견해와 그 배후에 존재하는 철학적 입장들 ④ 지금까지의 내용을 요약하고 결정을 돕는 ‘결정하기’로 구성되어 있다.

『니체라면 어떻게 할까』에 나오는 하나의 질문은 “마주 달려오는 차를 피하다가 이웃집 강아지를 치어 죽게 만들었어요. 저는 죄책감을 느껴야 하나요?”라는 제목(일상적 질문)을 통해 “의도가 좋으면 행동을 도덕적으로 정당화할 있는가”라는 ‘기본적인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해 칸트, 벤담, 아퀴나스, 필리피 풋과 같은 철학자들이 가졌을 법한 견해들과 그 견해들의 배후에 있는 다양한 철학적 입장들 - 의무론, 공리주의, 덕윤리 - 에 대해 설명한 후, ‘결정하기’를 통해 독자의 결정을 돕는다. 

또한 『마르크스라면 어떻게 할까』에 나오는 한 질문은 “우리 지역의 골프 클럽은 공정한가요”라는 제목 아래 “어떻게 하면 우리는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최대한 보장할 수 있을까”라는 ‘기본적인 철학적 질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조지 오웰과 존 롤스, 마이클 샌델, 알레스데어 메킨타이어와 같은 정치철학자들의 대답과 ‘무지의 베일’이나 ‘최대최소 원칙’, ‘공동체주의’와 같이 이 논쟁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 개념들을 소개한 후 ‘결정하기’를 통해 독자의 선택을 돕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철학책임에도 불구하고 쉽고 흥미진진하다는 것이다. 일단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친숙하고 일상적인 질문에 답하기 위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서부터 홉스, 로크, 칸트 니체를 거쳐 푸코와 마이클 샌델과 매킨타이어에 이르는,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숙여지는 고금의 유명한 철학자들이 총 출동하여 칼날 같은 지성으로 팽팽한 대결을 펼친다는 책의 기획 자체만으로도 흥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저자들은 한 질문당 3~4페이지 정도의 분량 안에 각 철학자들의 대답와 철학적 입장을 일반인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알기 쉽게 담아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특별히 책의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그림과 도표들은 여러 주장들을 정리하고 난해한 내용을 이해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 나온 그림을 통해 그 유명한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를 비로소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지적 유희를 즐기기 위한 오락서로도, 사고를 날카롭게 벼리기 위한 훈련서로도, 철학 고수들의 싸움을 감상하기 위한 무협지로도 모두 손색이 없는 멋진 책이지만, 하나의 단점은 나같이 노안이 오기 시작한 사람에게는 책의 글씨가 너무 작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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