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찬란한 선교사 엄마의 믿음
유치찬란한 선교사 엄마의 믿음
  • 유혜연
  • 승인 2017.11.17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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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연의 선교현장 이야기
유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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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기던 직업학교 학생들의 극기(?)훈련으로 12일 산행을 하였다. 14살이었던 둘째가 함께 참여하였다.(15살 첫째는 학교 행사가 있었고, 셋째, 넷째, 다섯째는 너무 어려 참석이 어려웠고.) 의도적으로 많은 선교활동과 행사들에 우리 집 아이들과 함께 했다. 첫날 9시간 이상 걷고 허름한 산장에 40여명의 직업학교 청소년들과 10여명의 교사들이 쪽잠을 잤다.

이튿날 오전, 모든 행사를 마치고 아이들을 태우고 돌아갈 대형버스가 도착했다. 이 시점에서 학생들을 시험(?)해 보기로했다. 더 이상 못 걸을것같은 학생들은 산장이나 버스에서 기다려도 된다고. 벌써 전날의 긴 도보로 발에 물집이 생긴학생, 어지러움을 호소한 학생, 다른 학생들에 의지해 질질 끌려오다싶은 학생들이 있던 상황이었다. 교사들은 내심 아무도 포기하길 바라진 않았지만, 포기할수밖에 없은 학생이 있을리라 생각했다. 결과는, 모두 포기하기않고 정상까지 걷겠단다, 얼마나 고마운지. 그러나 모든 교사들은 너무 고마왔지만, 그 결정이 당연 한튼 아무런 표현없이 다시 걷기 시작했다.

선두 그룹이 정상에 다다랐다는 연락이 온 직후, 다시 다급히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남자아이 하나가 넘어지면서 손을 다쳤단다, 정확히 누군지는 모르고.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심각하면 어쩌지. 이 모든 학생들은 시골에서 직업학교에 올라온 어린아이들이다, 14세에서 19세까지. 부모님들이 우리 교사들을 믿고 보낸 아이들인데 다쳤다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리고 뜬금없는 기도가 나왔다. “부모가 같이 있는 아이는 내 아들밖에 없으니 다친 아이가 내 아들이게 해주세요.” 아 이 무슨 쌩뚱 맞은 기도인가, 내가 하고도 화들짝 놀랐다. 놀라면서 나의 대단한(?) 믿음에 뿌듯했다.

그리고 한 20-30분이 지나서 선두 그룹을 인솔한 함 교사가 한 남자아이를 부축하고 내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내 아들, 조훈이다. 얼굴은 눈물이 얼룩져 꼬질꼬질하고, 한 팔은 힘없이 느려져있고.

유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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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평소에 기도 응답도 더디 하던 분이 왜 이런 말도 안되는 기도는 순식간에 응답을 하시는지. 그냥 봐서는 부러진 것 같지 않아 큰 문제 없을 것 같다 생각하고, 모든 학생들이 내려올 때 까지 기다리며, 내 아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훈아! 함께 같던 모든 친구들은 엄마 아빠가 멀리계시잖아, 누군간가 어려운 일을 당해야 했다면 네가 당하는 게 맞는 거 같애.” 이 어처구니없는 엄마의 말에 착한 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행사가 모두 끝나고 병원으로 향했다. 이런저런 검사를 하더니 전문의를 불러야 한단다. 불안해 지기 시간했다. 전문의를 기다리며 기도했다. “하나님, 내 기도 취소구여. 우리 아들 낫게 해주세요.”

전문의가 왔다. 골절은 아니지만, 성장판이 심하게 다친 것 같다며 손가락이 자라지 않을 수도 있단다. 엄마의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손가락 하나 쯤 짧은 게 머 대수랴 만은, 이 신령한 엄마의 뜬금 없는 기도의 응답인가 싶어 미안하고 미안했다.

그래도 마음을 추스르고 아이를 다독이고 입원실로 향했다. 아들 옆 간이침대에서 잠깐 잠이 들었는데, 새벽 2시쯤 아들이 고함을 지르며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손가락하나의 문제가 이렇게 고통스러울 수 있는가를 그때 깨달았다. 간호사를 부르고 아들을 붙들고 울며 기도하며 밤을 지샜다.

진통제가 들어가며 동 틀 무렵 잠이든 아들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이 미숙한 엄마는 울며 기도했다. “아버지!, 이 미숙한 선교사를 어떻게 하여야 합니까? 이 땅에서 선교사로 살고자 헌신하고 왔는데, 내 아들 손가락하나 문제 있다고 울고불고, 이런 유치찬란한 선교사도 사용하실 수 있나요? 험한 일 생겼다면 내 아들이어도 괜찮다고 건방지게 기도해놓고, 이제는 왜 내 아들이냐고 울고 있는 선교사도 선교사인가요?” 그렇게 아버지와 씨름하며 날을 새웠다. 그 아들의 손가락은 정상적으로 자랐고, 이 엄마는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며 아버지 앞에서 송구함으로 무릎 꿇는다.

 

글쓴이 유혜연 선교사는, 현재 LA에 거주하며 Salt & Light Community Church를 남편과 함께 섬기고 있다. 가정 세미나, 상담 사역을 하며, 비거주 선교지 사역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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