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쑥 찾아온 무기력감과 공허함은 천사였다.
불쑥 찾아온 무기력감과 공허함은 천사였다.
  • 유혜연
  • 승인 2017.11.09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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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연의 선교현장 이야기
사역지에서 돌아와 마주했던 미국 캘리포니아의 말리부 해변..
사역지에서 돌아와 마주했던 미국 캘리포니아의 말리부 해변.. ⓒ 유혜연

 

20048, 벅찬 가슴으로 선교지 A국의 B 도시에 첫 발을 내 디딘지 6개월 쯤 되던 때였다. 우리 부부에게 근거 없는 무기력함과 공허함이 밀려왔다. 정신없이 집을 얻고, 살림살이를 장만하고, 아이들 학교를 찾고, 우리 부부는 언어공부를 시작하고, 이제 조금은 새로운 삶이 안정이 되는 것 같은 때였다.

국제교회에서 주일 예배를 마치고 나면, 우리 6식구는 딱히 갈 곳도 할 일도 없는 것이 너무도 어색했다. 1000명 이상이 함께 주일 예배를 드려도, 우리를 아는 사람이나 필요로 하는 사람이 없었다. 하루 종일 우리를 찾는 전화는 한 통도 오지 않았다. 하루 7-8 시간을 언어공부에 매달려도, 한 마디도 들리지 않았다. 무기력감이 몰려왔다. 가슴 한구석이 허전하고 공허해졌다.

미국에서 남편은 사역하느라 24시간도 모자란 듯이 지냈었다. 나는 공부와 강의, 육아, 살림을 겸하는 수퍼 맘’(Super Mom)을 증명하느라 여유가 없었다. 멈추지도, 돌아보지도 못하고 전속력으로 뛰어온 지난 10년의 시간들이었다. 선교지에서 맞이한 무기력감과 공허함이 우리로 뒤 돌아보게 하였다. 우리의 삶과 사역을 점검하는, 아니 점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 시간들이 하나하나 정리되기 시작했다.

결국 우리가 맞이한 그 공허함은 사역 금단 현상이었다. 우리의 사역은 어느 순간부터인가 목표와 결과를 향해서 전속력으로 달리는 숨 막히는 경주였었다. 선교지에서 그 분주함이 사라지고, 우리의 본질만 남았음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에게 찾아온 무기력감과 공허함은 뜬금 없는 것이 아니었다. 하늘에서 보내주신 천사와 같은 것이었다.

은혜로다!, 주의 은혜였다, 이것을 경험하지 못했다면 우리는 더욱더 속력을 내어 내 달렸을 것이다. 입버릇처럼 가르치고 또 가르쳤던, 그리스도인의 “Doing”“Being”을 우리도 살아내야 함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우리의 삶속에서 그것을 철저하게 실천해야 함을 깨닫는 감사의 시간이었다.

오늘도 나는 하나님 아버지와 사람들 앞에서, “Doing”“Being” 사이에서 씨름한다. 이 둘이 협력하여 선을 이루 때까지 계속되는 새로운 경주를 하고 있다. being 과 doing. 나의 본질과 나의 사역. 내가 누구인가와 내가 무엇을 하는가. 하나님 아버지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기에 사랑하신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사랑에 감사하여 나는 아버지께서 기뻐하시는 일을 한다. 이 두 가지는 서로 상반되는것이 아닌 협력되어져 가야 하는 것이다.

 

글쓴이 유혜연 선교사는, 현재 LA에 거주하며 Salt & Light Community Church를 남편과 함께 섬기고 있다. 가정 세미나, 상담 사역을 하며, 비거주 선교지 사역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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