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아 아, 사람아
사람아 아, 사람아
  • 박주신
  • 승인 2017.11.17 0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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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 호우잉, 사람아 아,사람아!, 다섯수레, 1991
다이 호우잉, 사람아 아,사람아!, 다섯수레, 1991
다이 호우잉, 사람아 아,사람아!, 다섯수레, 1991

오상진 아나운서와 김소영 아나운서 부부가 최근에 부부의 삶을 리얼로 보여주는 예능 프로에 출연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요, 그 두 사람이 이 책으로 인해 진지한 만남을 갖게 되었다죠. 오상진 아나운서가 이 책을 너무 좋아하는데, 책을 좋아한다는 김소영 아나운서에게 이 책을 선물해서 서로 이 책에 대해 대화를 나누면서 많이 친해졌다고 합니다. <사람아 아, 사람아>는 중국소설입니다.

제 자신이 중국 소설 하면 <영웅문>만 떠올렸던 중국 문학 문외한이었는데, 이 소설을 접하고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 소설은 저에게 어떤 사상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그 사상의 큰 부분을 형성하도록 도와준 결정적인 책이었습니다.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지,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지 깨닫게 해 준 책이랄까요?

<사람아 아, 사람아>는 기본적으로 중국 문화대혁명 이후 피폐해진 지식인들의 삶 속에 펼쳐지는 가슴 저릿한 사랑이야기입니다. 이렇게 소개하고 나면 뭔가 식상한 애정소설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 소설의 작가 다이호우잉(戴厚英)은 작가 후기에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인간의 피와 눈물의 흔적을 썼고, 비틀려진 영혼의 고통스런 신음을 썼고, 암흑 속에서 솟아오른 정신의 불꽃을 썼다. "영혼이여, 돌아오라!"고 외치며 무한한 환희와 더불어 인간성의 회복을 기록했다....”

이 책은 소설이면서도 인간성이라는 근원적 주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질문하며 답을 찾아가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저자 자신의 삶이 상당 부분 투영된 자전적 소설이기도 한 이 책은 그 구성 자체가 한 인간’ ‘한 영혼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되어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이 책은 여러 챕터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챕터의 제목은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의 이름입니다. 재밌는 것은 해당 제목의 인물이 그 챕터에서 주인공이 된다는 것입니다. 서로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서 서로에 대해 이해하기도, 사랑하기도, 미워하기도, 혹은 답답해하기도 하는 등장인물들의 속마음이 각 챕터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사람의 시선과 생각들을 통해 나타납니다.

그렇게 이 소설은 열 한 명의 1인칭 시점을 교차적으로 보여주면서 같은 상황에 대해 서로 다르게 보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 서로 서로의 생각에 대해 엇갈리게 바라보며 독자의 애를 끓게 하는 상황들, 그리고 그렇게 엇갈리고 헛짚으면서도 진심과 사랑은 조금씩 조금씩 사람들을 이어주고, 커다란 역사를 이루어가는 원동력이 되는 과정들이라는 것을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무엇보다 열 한 명의 일인칭을 보고 있는 독자의 마음은 계속해서 쿵쾅쿵쾅 거립니다. 등장인물들의 마음을 아는 것이 이렇게 흥미로우면서도 가슴 아픈 것인지 독자 스스로도 놀라게 됩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이나 속도감은 전혀 없는데도 어느 순간 숨을 멈추고 책을 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중국어 원서, 戴厚英, 人啊,人!
중국어 원서, 戴厚英, 人啊,人!

물론 이 소설의 메시지(주제)는 읽는 이들마다 다 다르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제가 본 <사람아 아, 사람아>의 가장 큰 주제는 결국 사람 이해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생각하게 해줍니다. 중국 소설에 전혀 문외한이거나 중국 현대사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사람이어도 이 소설을 읽어내는 데 크게 상관은 없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여러분이 무슨 책을 더 읽고 싶어 할지 정말 궁금합니다.

 

글쓴이 박주신 목사는, 성림교회 사역자이며, 청년사역네트워크에서 실행위원으로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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