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지독한 아픔을 이해하기 원하는 분들에게
이 땅의 지독한 아픔을 이해하기 원하는 분들에게
  • 박주신
  • 승인 2017.11.12 0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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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연,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 어느 성폭력 생존자의 빛나는 치유 일기, 이매진, 2012년
조두순 출소반대 청원 운동 (청와대 청원 게시판 화면 갈무리)
조두순 출소반대 청원 운동 (청와대 청원 게시판 화면 갈무리)

오래 전 녹색 검색창에 실시간 검색어 1위로 흉악범의 이름이 난데없이 등장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유인즉슨, 그 흉악범의 석방이 3년 앞으로 다가왔고, 청와대 국민소통 광장에서는 이 흉악범의 출소를 반대하는 시민 청원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10949이 이뤄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도 후딱 가서 출소 반대에 서명했습니다.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돌베개, 2010년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돌베개, 2010년

사실 우리는 교도소에서의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알 방도가 없습니다. () 신영복(1941-2016)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돌베개, 1998)이라는 책과 바울 사도의 옥중 서신들 정도가 내가 읽은 옥중인의 글입니다. 그런데 이런 글들은 사실 너무 고상하기만 하니, 실제 그 안에서의 삶을 보여주기는 어렵겠지요.

조머시기라는 이 흉악범에 대한 사회의 목소리는 또 하나의 사회적 폭력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저질렀던 범죄의 죄질이 나빠도 너무 나쁘니 저 역시 그가 사회에 다시 나오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딸을 둘이나 키우는 딸 바보 아빠여서 더욱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흉악범 이름을 보는 순간 떠오른 책 한 권이 있어 추천해볼까 합니다. 사실 이 추천을 통해 누군가 그 책을 읽게 되는 것이 그다지 유쾌하지만은 않습니다. 이 책은 시종일관 눈살을 찌푸리며 읽을 수밖에 없는 책이고, 사실 책을 끝까지 다 읽는 것조차 쉽지가 않은 책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추천 아닌 추천을 할 수밖에 없는 그 책의 제목은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 책 제목부터 심상치가 않지요. 슬픔이 가득한 책일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책의 저자 은수연(가명)의 실제 수기를 담은 이 책은 실제 수기여서 더욱이 끝까지 읽어가기가 힘이 듭니다. 은수연의 아버지는 목사입니다. 그리고 그 목사 아버지는 수연이가 초등학생일 때부터 시작해 9년 동안 성적으로 자기 딸을 유린합니다. 여기서 성적 유린이란 당연히 단순 성추행 정도가 아닙니다.

은수연,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 어느 성폭력 생존자의 빛나는 치유 일기, 이매진, 2012년
은수연,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 어느 성폭력 생존자의 빛나는 치유 일기, 이매진, 2012년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이 당했던 일들을 기억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자세하고 상세하게 기술하려고 애씁니다. 자신이 당하고 자신이 쓴 글인데도 다시 읽으면서 토가 나올 것 같다고 말하는 저자는, 그런 고통 속에서도 자신이 이렇게 상세한 기술을 써내려 가는 이유에 대해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밝힙니다.

이해 받으려는 게 아니라 고통 그 자체를 그냥 기록해두고 싶었다. 글로 남겨두지 않으면 나도 잊을 것 같고, 내가 알리지 않으면 사람들은 전혀 알지 못할 것 같았다. 성폭력 중에서도 특히 친족 성폭력 피해가 남기는 아픔의 깊이와 그 남다른 고통을 당한 사람이 아니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내가 경험한 것을 개인의 불행한 기억으로 사라지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한국성폭력상담소http://www.sisters.or.kr/에서 또 다른 성폭력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큰 언니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새 삶을 시작하게 된 이후의 이야기는 책에 없습니다. 이 책은 그렇게 온통 고통의 기록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제목처럼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그녀의 눈물에 빛이 비췄기 때문이지요. 이 책을 덮으면서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미안했지만, 동시에 고마웠습니다. 그녀가 예수님을 고백하며, 예수님께서 여전히 자신의 곁에 함께 해주시는 친구라고 소개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참으로 상처받은 치유자로서 생생하게 이 땅을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이 마치 예수님과도 같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 땅에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들 가운데는 수없이 많은 성폭행 범죄자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범죄자들보다 훨씬 많은 수의 성폭행 피해자들이 있습니다. 사실, 성폭행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은 말 할 수 없는 아픔들 투성입니다. 그 아픔들을 모른 채 하고 덮어두고 쉬쉬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닐 것입니다. 누군가는 함께 울어주고 함께 아파해주고 그저 같이 있어주어야만 합니다. 저는 이 책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를 이 땅의 지독한 아픔을 이해하기 원하는 분들에게 조심스레 추천합니다.

 

글쓴이 박주신 목사는, 성림교회 사역자이며, 청년사역네트워크에서 실행위원으로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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