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녹색 검색창에 실시간 검색어 1위로 흉악범의 이름이 난데없이 등장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유인즉슨, 그 흉악범의 석방이 3년 앞으로 다가왔고, 청와대 국민소통 광장에서는 이 흉악범의 출소를 반대하는 시민 청원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10949이 이뤄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도 후딱 가서 출소 반대에 서명했습니다.
사실 우리는 교도소에서의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알 방도가 없습니다. 고(故) 신영복(1941-2016)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돌베개, 1998)이라는 책과 바울 사도의 옥중 서신들 정도가 내가 읽은 옥중인의 글입니다. 그런데 이런 글들은 사실 너무 고상하기만 하니, 실제 그 안에서의 삶을 보여주기는 어렵겠지요.
조머시기라는 이 흉악범에 대한 사회의 목소리는 또 하나의 사회적 폭력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저질렀던 범죄의 죄질이 나빠도 너무 나쁘니 저 역시 그가 사회에 다시 나오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딸을 둘이나 키우는 딸 바보 아빠여서 더욱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흉악범 이름을 보는 순간 떠오른 책 한 권이 있어 추천해볼까 합니다. 사실 이 추천을 통해 누군가 그 책을 읽게 되는 것이 그다지 유쾌하지만은 않습니다. 이 책은 시종일관 눈살을 찌푸리며 읽을 수밖에 없는 책이고, 사실 책을 끝까지 다 읽는 것조차 쉽지가 않은 책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추천 아닌 추천을 할 수밖에 없는 그 책의 제목은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 책 제목부터 심상치가 않지요. 슬픔이 가득한 책일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책의 저자 은수연(가명)의 실제 수기를 담은 이 책은 실제 수기여서 더욱이 끝까지 읽어가기가 힘이 듭니다. 은수연의 아버지는 목사입니다. 그리고 그 목사 아버지는 수연이가 초등학생일 때부터 시작해 9년 동안 성적으로 자기 딸을 유린합니다. 여기서 성적 유린이란 당연히 단순 성추행 정도가 아닙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이 당했던 일들을 기억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자세하고 상세하게 기술하려고 애씁니다. 자신이 당하고 자신이 쓴 글인데도 다시 읽으면서 토가 나올 것 같다고 말하는 저자는, 그런 고통 속에서도 자신이 이렇게 상세한 기술을 써내려 가는 이유에 대해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밝힙니다.
“이해 받으려는 게 아니라 고통 그 자체를 그냥 기록해두고 싶었다. 글로 남겨두지 않으면 나도 잊을 것 같고, 내가 알리지 않으면 사람들은 전혀 알지 못할 것 같았다. 성폭력 중에서도 특히 친족 성폭력 피해가 남기는 아픔의 깊이와 그 남다른 고통을 당한 사람이 아니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내가 경험한 것을 개인의 불행한 기억으로 사라지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한국성폭력상담소http://www.sisters.or.kr/에서 또 다른 성폭력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큰 언니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새 삶을 시작하게 된 이후의 이야기는 책에 없습니다. 이 책은 그렇게 온통 고통의 기록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제목처럼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그녀의 눈물에 빛이 비췄기 때문이지요. 이 책을 덮으면서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미안했지만, 동시에 고마웠습니다. 그녀가 예수님을 고백하며, 예수님께서 여전히 자신의 곁에 함께 해주시는 친구라고 소개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참으로 상처받은 치유자로서 생생하게 이 땅을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이 마치 예수님과도 같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 땅에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들 가운데는 수없이 많은 성폭행 범죄자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범죄자들보다 훨씬 많은 수의 성폭행 피해자들이 있습니다. 사실, 성폭행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은 말 할 수 없는 아픔들 투성입니다. 그 아픔들을 모른 채 하고 덮어두고 쉬쉬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닐 것입니다. 누군가는 함께 울어주고 함께 아파해주고 그저 같이 있어주어야만 합니다. 저는 이 책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를 이 땅의 지독한 아픔을 이해하기 원하는 분들에게 조심스레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