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이 교회가 아닐까?
이런 것이 교회가 아닐까?
  • 김영웅
  • 승인 2018.06.26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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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인 호기심이 잉태한 이성적인 깨달음으로부터 가슴이 뛸 만큼 강렬하게 감정까지 만져지며,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이 확 사로잡히는 순간을 경험해 본 적이 있는가? 살면서 좀처럼 겪기 힘든 이런 순간들은 우리의 고질적이고 편협했던 마음과 생각을 해방시켜 자유하게 만드는 힘을 지닌다.

개인적으로 예전에는 이런 순간들을 예배 때 가끔 경험하곤 했다. 교만했던 내가 객관적으로 드러나고 부끄러워지는 단계를 거쳐, 그런 내 모습도 받아주시고 사랑해주신 하나님의 헤세드를 기억하고 감사함으로 회개하는 순간들이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나이가 들수록, 나는 점점 교회에서 목이 마르다. 교회 공동체에서 채우려했던 갈증은 슬프게도 그곳에서 채워지지 않는다. 교회력과 세상력에 따라 치러지는 수많은 행사들에서 남는 것은, 빛바랜 표어와 배불리 잘 먹고 난 후에도 남아 쓰레기통에 처박힌 음식 찌꺼기들밖에 없는 것 같다. ,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주위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내가 많이 배움을 얻는 사람들은 내가 속한 독서모임 구성원들이다. 우리는 모두 다양한 배경과 관심거리를 가지고 살아가며, 한 달에 한 번 정도 만나는 사이이다. 그렇지만, 배려와 존중이라는 공통적인 미덕을 가지기에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한 달에 책 한 권을 읽고 나누는 모임이지만, 언제나 책 얘기만으로 끝나지 않고 각자의 삶까지 다른 공동체보다 훨씬 더 깊이 나누는 모임이다.

쉬이 사라질 겉도는 얘기에 머무르지 않고, 가지고 경험한 것을 먼저 나누는 모임. 자기자랑이 목적이 아닌 서로를 위하는 진정성 있는 모임이다. 편협하지 않으려고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나아가는 모임. 가르치려 들지 않고 겸손히 배우려 하는 모임. 경청과 환대가 일상이 되어가는 모임이다. 나는 함께 읽을 책 한 권에서도 충분히 도움을 얻는데, 언제나 모임 후에 남는 건은 책이 아니라, 오히려 사람과 하나님나라다. 책을 통해 사람을 읽게되는 것이다. 하나님나라의 현존을 경험하는 것이다. , 이런 게 예배가 아닐까?

또한, 방어하고 견제하며 눈치 보는, 자본주의 체제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그대로 흐르고 있는 여느 인간들의 식상한 모임이 아니라서 난 정말 이 모임이 좋다. 돌아보면 어느새 신뢰가 한층 더 두텁게 쌓여있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 다음 모임이 기다려진다.

내가 교회에서 얻으려했던 갈증해소를 어느새 난 이 모임에서 얻어가고 있는 것이다. 생각해본다. 이런 게 교회 아닐까하고. 하나님나라는 어디에 있을까? 교회라고 떡 하니 건물 지어놓고 일요일마다 정해진 규율에 따라 진행되는 예배 의식이 거의 전부인 그곳일까? 아니면, 삶과 신앙을 가식없이 나누고 진지하게 질문을 던지고 생각해보는 이 모임일까?

난 이사야서 1장에서 답을 얻는다. 그리고 교회라는 곳에 대한 재정의 (아니면, 본질을 찾아가는 의미의 회복)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교회에 대해 난 여전히 희망을 버리진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교회당을 가진 교회들이 살아남는 게 기독교 복음을 살아남게 만드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그동안 내가 착각하고 있었던 것은, ‘교회를 내가 속하거나 아는 교회당을 가진 개교회와 동일시했었던 것, 그리고 그 개교회를 지키는 것이 교회를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하나님나라는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반대로, 하나님나라가 임하지 않는 개교회는 결국은 무너질 것이라 생각한다. 예루살렘과 그 성전도 무너지게 만드셨던 그 하나님께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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