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나름대로 책을 이해하기 쉽게 쓰려고 노력했습니다만, 현상학이 워낙 난해한 영역이기 때문에 한 번 읽어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처음 읽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독서 방법을 제시해 볼까 합니다. 사실 이것은 제 책뿐 아니라 글쓰기의 원칙을 잘 따르고 있는 모든 책의 독서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학문적 글쓰기의 기본 원칙은 두괄식입니다. 논지를 앞에 제시한 후 차근차근 입증해 나가는 것이지요. 책 전체로 보면 서론에 논지가 담겨 있습니다. 따라서 서론을 몇 번 정독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 그 책이 말하려는 바가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글쓰기에 정확히 적용됩니다. 서론을 완벽하게 이해했으면 그 책의 절반은 파악한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는 목차를 살펴봅니다. 논지를 정확히 파악한 후 목차를 읽어보시면, 저자가 그 논지를 어떤 논리적 흐름에 따라 전개해 나가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렇게 흐름을 파악하다가 자기 관심사에 가까운 주제나 특별히 관심 가는 부분이 있으면 해당 페이지를 찾아 상세히 읽으시면 됩니다.
그리고 나서 결론을 읽습니다. 제 책은 따로 결론을 달지 않은 의도적 미완성의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사도행전의 의도적 미완성 구조를 본 딴 것입니다. 그러나 이 책의 흐름으로 볼 때는 제3부가 논의의 귀착점입니다. 이 책의 목표는 누가-행전의 서사공간을 해석하는 방법론적 도구를 마련하는 것이니까요. 제3부(제8-9장)을 읽어보시고 이 책이 그 목표를 잘 이루었는지 평가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런 독서 방법을 따를 때, 중간 중간에 저자의 요약이 있으면 논지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요약은 저자가 독자를 위해 수고하여 준비한 선물과 같은 것입니다. 또 요약이 잘 되어 있다는 것은 저자가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제 책에는 제1 ,2, 3장 끝에 각 장의 요약이 있습니다. 제7장은 제2부(제4-5장) 전체의 요약입니다.
지금까지의 독서 팁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서론을 읽는다.
2. 목차를 읽는다.
3. 목차를 인쇄하여 한 쪽에 놓고 각 장의 요약을 읽는다(제 1, 2, 3장 끝부분과 제7장 전체).
4. 그 다음은 독서 목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 현상학(제1부)이나 공간이론(제2부) 또는 서사학(제8장)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목차에서 해당 부분을 찾아 읽으십시오.
-> 이론보다는 구체적으로 성서 해석을 어떻게 했는지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제3부를 읽으십시오.
-> 특별한 관심은 없고, 다만 이 책이 무엇에 대한 것인지 그리고 저자가 왜 이 주제에 관심이 있는지 정도만 알고 싶으신 분은,
서문과 서론을 읽어 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