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기사 유감, '이스라엘·이란 전쟁, 시기만 남아'?
연합뉴스 기사 유감, '이스라엘·이란 전쟁, 시기만 남아'?
  • 김동문
  • 승인 2018.05.08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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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정부가 여론전을 벌인다고 본 것은 지나치다

눈길을 끄는 기사가 있었다. 연합뉴스의 "사우디방송 "이스라엘·이란 전쟁, 시기만 남아"라는 제하의 이란 관련 기사였다. 기사 제목만 보면, 그리고 실제로 기사를 읽으면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전쟁 분위기가 무르 익은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그러나 사실은 어떤 상황일까? 연합뉴스 기사는 바르게 작성된 것일까?

사우디아라비아 국영방송 알아라비야는 6(현지시간) 분석 기사를 통해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 수위가 최근 높아진다면서 전면전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이란의 불안을 바라는 사우디가 국영 매체를 동원해 양국이 실제 전쟁을 벌일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부추기는 여론전을 벌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기자가 언급한 알아라비야 방송 보도 내용과 기사에 인용했지만, 전혀 출처를 언급하지 않은 이란 관영 통신과 방송의 연합뉴스 기사를 다시 읽기 위한 관련 기사를 찾았다. 연합뉴스 기사와 외신(알-아라비야와 이란 관영통신과 방송 보도 내용)을 비교하여 본다. 알-아라비야 방송 보도 내용과 연합뉴스 기사 사이의 뉘앙스 비교는 다루지 않는다. 연합뉴스 기사에 출처 언급 없이 담겨있는 이란 언론 보도 내용과 이를 바탕으로 연합뉴스 기사의 작은 실수를 짚어보고자 한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과 관련, 모하마드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은 6"이란군은 현재 적들의 위협과 침략에 대비해 최고 수준의 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그들(미국, 이스라엘)은 이란의 정치, 군사적 역량과 각오를 알기에 감히 전쟁을 벌일 수 없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2018.05.07)

“At the present time, the Armed Forces are maintaining a high level of readiness to give a response to any threat and act of aggression by enemies of the Islamic Iran,” Baqeri said while addressing a gathering of military forces in Iran's southwestern Khuzestan Province on Sunday.- PressTV, Fars이란관영통신 Fars(2018.05.06)

바게리 참모총장은 "탐욕스러운 미국과 강탈을 일삼는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 이에 호응하는 중동 내 정권(사우디아라비아)은 지난 40년간 이란을 협박하고 공격하려 했다"면서 "그런데도 그들은 이란의 털끝 하나도 건드릴 수 없었다"고 비난했다. - 연합뉴스(2018.05.07)

“The world-devouring America, the usurping Zionist regime [of Israel] and regional reactionary regimes have been trying to threaten and deal a blow to the Islamic Revolution of Iran for the past 40 years,” he said. - PressTV(2018.05.06)

그런데 이 기사에서 아쉬운 것은 이란 군 참모총장 바께리의 발언으로 언급된 그들(미국, 이스라엘)은 이란의 정치, 군사적 역량과 각오를 알기에 감히 전쟁을 벌일 수 없다"는 주장은 그의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발언의 주체는 이란의 최고 국가안전보장회의 의장인 Ali Shamkhani 이다. 그의 발언을 조금 더 살펴보자.

"As the official in charge of the country's national security body, I am explicitly and confidently announcing that the possibility of a war [against Iran] is ruled out because of enemies' assessment of the Islamic Republic's political strength, its military and security preparedness in domestic and foreign arenas, as well as their lack of determination, coherence and operational capability," Secretary of Iran's Supreme National Security Council Ali Shamkhani said. - PressTV(2018.05.06)

위에서 보듯이, 그는 오히려 이란에 대한 전쟁 도발 가능성이 사라졌다고 단언하고 있다. 알-아라비야 방송 보도 내용과 이란 매체의 보도 내용 사이에서 객관적인 관찰과 해석이 필요한데, 연합뉴스는 아래와 같은 전제를 바탕에 깔고 있는 것 같다.

이란의 불안을 바라는 사우디가 국영 매체를 동원해 양국이 실제 전쟁을 벌일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부추기는 여론전을 벌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 연합뉴스(2018.05.07)

그런데 기자의 이런 주장은 적절하지 않다. -아라비야 방송 보도에서 연합뉴스 기사가 인용한 분석 기사(?)는 물론 이란과 이스라엘 관련 뉴스의 비중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알-아라비야 (영어) 방송 홈페이지에 보면, 이란과 이스라엘 전쟁 가능성을 언급한 기사로 지목된 기사는 주요하게 다뤄진 것이 아니다.

게다가 알-아라비야의 아랍어 뉴스에서는 이와 동일한 분석 기사를 찾아볼 수 없다. -아라비야 방송은 아랍어 채널과 영어 채널이 독립적으로 방송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알-아라비야 방송을 통해 여론전을 전개하고 있다고 해석하려면, 뭔가 특이점이 발견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그런 점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이란 이스라엘 전쟁을 부추기는 여론전을 벌이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다소 무리한 해석이다. 또한 알-아라비야 방송을 언급하며 시작한 기사 내용에 출처를 달리하는 내용이 뒤섞인 것은 연합뉴스의 '작은 실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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