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문정인 특보가 주한미군철수를 주장했다고?
[팩트체크] 문정인 특보가 주한미군철수를 주장했다고?
  • 김동문
  • 승인 2018.05.03 0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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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특보의 포린어페어즈 기고문에 대한 과장 왜곡 일뿐

때 아닌 논란이 번지고 있다. 지난 30(현지 시각) 미국 외교전문지인 포린어페어즈에 기고한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의 기고문을 둘러싼 논쟁이다. 그가 한반도 평화 협정이 체결된 뒤에는 주한 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야당측에서 이를 두고 정치공세를 벌이고, 급기야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진화하는 모양새이다. 그런데 문정인 특보의 포린어페어즈 기고문은 읽어보고 확인한 가운데 펼쳐지는 논란일까? 문 특보의 기고문을 의도적으로 오독하거나 아니면 난독증에 시달린 결과이거나 정치공세에 쩔어있는 이들의 가짜뉴스 중독 증세가 드러난 논란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은 2일 장제원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주한미군 철수가 청와대의 입장이 아니라면 문정인 특보를 즉각 파면하라고 일갈했다. ... 정태옥 한국당 대변인도 청와대는 문정인 특보의 발언이 개인 소신이라며 선을 긋고 있는데 대통령의 외교안보특보라는 직위가 그렇게 가벼운 자리인가라고 반문하며 가뜩이나 남북정상회담 이후 정부의 안보태세가 해이해졌다고 우려하는 상황에, 주한미군 주둔 문제까지 거론되니 걱정이 태산이라고 우려했다. - 동아일보(2018-05-02 12:13:00)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의 주한미군 관련 글에 대해 문 대통령이 직접 한 말을 전하겠다“(문 대통령은) 주한미군은 한-미 동맹의 문제다. 평화협정 체결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참모들과의 아침 차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덧붙였다 한겨레신문(2018-05-02 23:12)

 

기사 따라잡기

일단은 문 특보의 기고문 관련한 몇 몇 매체의 보도를 따라가본다. 관련 기사는 세계일보가 와싱톤 특파원발로 단독이라는 이름을 걸고 먼저 보도했다. 그 뒤를 이어 한국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이 동일한 논조의 기사를 내보냈다.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는 30(현지시간) 한반도 평화 협정이 체결된 뒤에는 주한 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문 특보는 이날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즈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의 길, -김 회담의 진전과 약속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기고문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 문 특보는 기고문에서 만약 평화 협정이 체결되면 주한 미군은 어떻게 될 것인가라고 물은 뒤 이것이 채택된 뒤에는 한국에서 주한 미군의 지속적인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문 특보는 주한 미군을 감축하거나 철수하면 한국의 보수 진영이 강력하게 반대할 것이고, 문재인 대통령은 중대한 정치적 딜레마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세계일보(2018.05.01 11:31:52)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한반도 평화 협정이 체결된 뒤에는 주한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 문 특보는 지난달 30(현지시간)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서 온라인 발행한 한반도에서의 진정한 평화로의 길기고문을 통해 평화협정이 채택된 후에는 주한미군의 지속적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그는 보수 야권 진영에서 주한미군의 감군이나 철수를 강력히 반대할 것이므로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상당한 정치적 딜레마로 작용할 것이라며 문 대통령은 정권이 바뀌어도 남북간 합의의 이행을 보장하기 위해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을 바라고 있지만 보수 야당의 반대가 이런 시도를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 한국일보(2018.05.01. 22:30)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가 지난달 30(현지시간) “평화협정이 체결된 뒤에는 한반도에서의 주한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외교전문지인 포린 어페어스에 기고한 남북 정상회담의 진전과 약속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서다. 문 특보는 기고문에서 주한미군의 감축이나 철수에 대해 남한의 보수 야당 세력이 강력히 반대할 것이라며 이는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중대한 정치적 딜레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중앙일보(2018.05.02. 00:46)

문정인 특보도 30일 미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실린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의 길' 기고 글에서 '평화협정이 서명되면 주한미군은 어떻게 될 것인가. 더 이상 한국 주둔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북한보다 한국이 먼저 주한미군 철수론을 꺼내는 모양새다. ... 문정인 특보는 기고 글에서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와 관련해 보수층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문 대통령은 중요한 정치적 딜레마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미·북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핵심 이슈가 될 거란 얘기다. - 조선일보(2018.05.02. 03:00)

 

포린어페어즈 기고문과 한국언론(세계일보) 보도 비교

이 기고글,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기고글을 인용 보도한 매체의 보도로 인해 파장이 번지고 있다. 그런데 문정인 특보는 논란이 된 주장을 그의 기고글에서 실제로 한 것일까? 조금 길지만, 포린어페어즈 기고문과 한국 매체중 가장 먼저 '단독'을 내걸고 보도한 세계일보를 비교한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세계일보 등의 문 특보 기고문 인용 보도는 분량이나 논조를 전달하는 것에 있어서 지극히 편파적이다. 무엇보다도 평화협정 체결을 가정한 상황에서의 주한 미군 주둔 관련한 그의 언급은 전혀 주장이 아니다. 예상되는 상황을 서술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붉은 색 부분은 한국 언론 특히 세계일보가 인용한 부분이다. 괄호숫자 표기는 세계 일보가 인용 보도하면서 분리시킨 것을 표시한 것이다.

 

South Korea is not free from domestic constraints either. What will happen to U.S. forces in South Korea if a peace treaty is signed? It will be difficult to justify their continuing presence in South Korea after its adoption. But there will be strong conservative opposition to the reduction and withdrawal of U.S. forces, posing a major political dilemma for Moon. Although he wants to push for legislative approval of the declaration, in order to assure implementation even after a change in the government, conservative opposition is likely to block such approval, stalling implementation efforts.

남한 역시 국내적 제약들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⑫만약 평화협정이 조인된다면, 주한미군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그 협정이 체결된 이후에는 남한에서의 주한미군의 계속적 주둔이 정당화되기 어려워 질 것이다. 그러나 보수 야당은 미군의 감축이나 철수에 강하게 반대할 것이고, (대통령)에게는 주요한 정치적 딜레마가 될 것이다. (문 대통령)는 정권교체 이후에도 판문점 선언의 이행을 보장할 수 있도록 선언의 국회 비준을 원하고 있지만, 보수 야당은 비준에 반대하고, 이행 노력을 지연시키려 할 것이다.

A peaceful, nuclear weaponsfree Korean Peninsula” has been Moon’s goal since long before his election to the presidency. Although the Panmunjom summit has opened a new historical opportunity to fulfill his dream, shaping a new history of peace is not easy. But Moon is acutely aware of the obstacles on the path ahead. He will approach his long-standing goal with prudent and patient stewardship.

"핵무기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는 그의 대통령 당선 이전부터 오랫동안 문(대통령)의 목표였다. 판문점 정상회담은 그의 꿈을 실현할 새로운 역사적 기회를 열었음에도, 평화의 새 역사를 형성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문(대통령)은 앞길에 놓인 장애물들에 대해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그는 그의 오랜 목표에 신중하고 참을성 있는 자세로 다가설 것이다.

 

언론에서 문 특보가 마치 주한미군의 철수에 대해 주장을 펼친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 그렇지만, 기고문에는 아래와 같이 단지 상황에 대해 예측하고 서술할 뿐이다. 이것은 그의 주장이 아니다. 다시 그의 기고문을 읽어보라. 

만약 평화협정이 조인된다면, 주한미군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그 협정이 체결된 이후에는 남한에서의 주한미군의 계속적 주둔이 정당화되기 어려워 질 것이다. 그러나 보수 야당은 미군의 감축이나 철수에 강하게 반대할 것이고, (대통령)에게는 주요한 정치적 딜레마가 될 것이다.

이 대목에서 의아한 것이 있다. 하나는 한국 언론의 기사이다. 위에서도 언급했던 기사처럼 문 특보의 기고문 중 발췌 인용한 부분이 너무 유사하다. 문 특보의 논지에 대한 그 왜곡과 오역 정도도 닮았다. 이것은 이들 매체가 참고(?)한 기사가 있다고 의심할 수 있는 정황 증거이다. 문 특보의 기고문 원문에서 독자적으로 기사를 작성했다고 보기 힘들다. 그랬다면 지금과 같은 기사 논조와 맥락, 인용문의 유사성을 보일 수는 없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청와대의 반응이다. 청와대는 정확하게 문정인 특보의 기고문을 정독한 것인가? 문정인 특보의 입장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한 것인가? 아니면 사실 여부에 무지하거나 무관심하게 막무가내로 비난하고 비판하는 야당의 목소리를 가라앉히기 위해 정치적 언사를 표출한 것인가? 원문 기사에 대한 왜곡 또는 오역에 바탕을 둔 한국 언론의 보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 기사를 바탕으로 어리석고 불필요한 정치적 논쟁을 유발하는 정치권의 현실도 청산하여야할 적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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