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통일한국을 더불어 소망해본다
온전한 통일한국을 더불어 소망해본다
  • 엄경희
  • 승인 2018.04.30 10: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민국청와대
대한민국청와대

남북 정상 회담을 보며, 성큼 눈앞으로 다가온 듯한 통일을 기대하며, 유난히 생각나는 한 분이 계시다. 바로 1960년대 우리나라에 선교사로 오신 David & Ellen Ross(David Earl Ross) 목사님(한국 이름으로 오대원 목사님이시다. 1995년이었지 싶다.)과 사모님이다. 지성의 복음화를 강조하는 대학 기독 동아리를 열심히 하면서도 영적인 갈급함을 채우기 위해 예수전도단 금요 찬양 집회에 종종 가곤 했다.

한번은 친구를 따라 화요모임에 갔을 때였다. 찬양 집회는 나이가 지긋한 외국인 선교사님의 환갑을 기념해 선교사님께 은혜와 배움을 입었다고 고백하는 각국에서 온 선교사님들의 릴레이 메시지로 이어졌다. 자녀들이 부모의 환갑을 축하하듯 지구촌 곳곳으로부터 그 많은 선교사님이 환갑을 맞은 영적 아버지를 축하하고 있었다.

이런 삶을 사신 분이 있구나! 젊은 내게 충격이었다. 한국에 예수전도단(YWAM)을 설립하시고 고국인 미국으로 돌아가신 오대원 목사님은 미국에 있는 한인 교포 젊은이들을 위한 사역을 시작하셨고 나는 그 이듬해 오 목사님이 하시는 DTS(예수제자훈련)를 캐나다 밴쿠버에서 받으며 오 목사님께 귀한 배움을 입는 큰 은혜를 누렸다.

미국에 가셔서도 한국을 위해 사역하시는 목사님의 한 나라를 향한 지속적이고 한결같은 사랑과 헌신은, 겸손(humility)과 섬김의 제자도(servant leadership)와 같은 내 인생의 중심이 되는 귀한 가르침과 더불어 그 자체로 내 평생 결코 희미해진 적이 없는 강력하고 생생한 메시지였다.

그로부터 거의 10여 년이 지난 2007, 남편이 사역을 그만두고 캐나다로 DTS를 받으러 갔을 때 우리는 이어서 그해 가을 스웨덴에서 오 목사님이 하시는 NKSS(북한학교)에 어린 성하와 수하를 데리고 참석하게 되었다. 두 돌이 안 된 수하가 엄마인 나에게서 잘 떨어지려 하지 않아 강의를 많이 듣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남한에서 들을 수 없는 관점의 북한에 관한 이야기는 참으로 신선하고 새로웠다. 목사님은 그때만 해도 너무 요원해 보였던 통일 한국에 대해 깊고 견고한 소망과 믿음, 비전의 메시지를 전해 주셨다.

남한을 위해 사역하시고 나서 미국의 한인 교포 및 전 세계에 흩어진 디아스포라 한국인을 위해 적지 않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온 세계를 누비며 말씀을 전하시고 이제는 통일 한국, 조선을 위한 비전을 가지고 북한 선교에 굉장히 깊숙이 들어가 계셨던 목사님과 사모님. David Ross 목사님과 Ellen 사모님은 이렇게 한 민족을 한평생 지속해서 섬기고 계셨다. 당연히 목사님 주변에는 미국이나 캐나다 국적을 가지고 북한을 왕래하는 프론티어 사역자들 및 당장이라도 통일이 이루어질 것처럼 통일을 위해 매일 간절히 기도하는 기도의 사람들이 많았다.

북한이 남한 교회의 도움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하지 마세요. 오히려 목숨을 걸고 신앙생활 하는 북한 지하교회의 그 순수한 성도들에게 우리는 많은 것을 배워야 할 것입니다.”

오늘 남북정상회담을 보며, 작년까지만 해도 전운이 감돌만큼 아무런 희망이 없던 남북 관계가 갑작스레 화해의 급류를 타듯 활짝 열리는 모습을 보며 소망 없음 중에도 오랜 시간 믿음으로 기도해 오신 분들이 생각났다. 한국을 한평생 사랑해 오신 한 분 선교사님, 오대원 목사님이 떠올랐다. 그리고 북한 지하교회 교인들의 기도가 떠올랐다. 오늘 남북정상회담을 보시고 오대원 목사님 마음은 어떠셨을까? 팔순이 넘도록 한 민족을 사랑해 오신, 한국인 보다 더 통일을 염원하시고 기도하시고 소망하시고 믿음을 지켜 오신 분의 감격이 어떠했을까? 늘 생각나고 그리운 오 목사님 내외, 남북정상회담을 보며 유달리 그 분들이 많이 깊이 사무치게 생각났다.

역사는 사랑이라는 방향키를 굳게 붙잡고 한 방향으로 오랜 순종을 하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이들에 의해 흘러가는 것임을 알겠다. 통일 한국에 대한 소망과 더불어 나도 목사님 내외처럼 지금 내가 사는 이 땅과 사람들을 사랑하고 섬길 수 있기를, 비록 소망이 안 보이고 어둠뿐이지만 이 나라를 향한 사랑의 빛을 가슴에 담을 수 있기를, 그렇게 평생 소망하고 믿고 기도할 수 있기를. 결코 이루어질 것 같지 않은 믿음의 소망 하나쯤 평생 간직하며 기도하는 삶을 살 수 있기를. 그렇게 역사에 동참할 수 있기를... 온전한 통일 한국과 더불어 소망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