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식탁으로의 초대
평화의 식탁으로의 초대
  • 허현
  • 승인 2018.04.27 2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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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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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쉐인 클레어본이 멕시코와 미국의 국경을 사이에 두고 성찬을 나눈 경험을 이야기해 주었다. 이쪽에서 빵을 떼어 먹고 담장 너머로 던져주면 저쪽에서도 빵을 떼고, 포도주가 담긴 가방을 던져 서로 나누던 이야기였다. 이 성찬은 이민법, 국경, 전쟁, 역사 등 다양한 이슈를 내포한 것이었지만, 한마디로 말하면 국경 장벽이 인간으로서 우리의 연대를 끊을 수 없다는 뜻이라 할 수 있겠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한반도의 휴전선에서도 그러한 성찬이 이루어져 철책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기도했었다.

오늘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다. 지난 1월 이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다. 내 신앙으로는 평화와 화해의 하나님께서 일하고 계신다고 고백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리스도인 비그리스도인을 막론하고 지금까지 평화와 화해를 위해 일해 온 사람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대한민국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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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 교회, 특히 한국(인) 교회들이 이번 금요일이나 주일에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주제로 성찬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식탁으로의 초대> 글을 써보았다. 지금 무슨 기도를 하면 좋을까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혹시나 해서, 평화의 왕이신 예수를 따라 평화와 화해의 증인이어야 하는 교회, 특히 한국(인) 교회를 주님의 식탁으로 초대한다.

<식탁으로의 초대>

우리는 지금 우리 구속자이신 주님의 식탁에 모였습니다. 그분은 남과 북, 그리고 그 너머 온세상을 초대하시며 환영하십니다. 이념과 국익, 상처와 트라우마, 불신과 두려움 때문에 함께 할 수 없다 주저하지 마시고, 그저 나아오시길.
이 식탁 주위에서 북과 남은 지난 70년간 잃어버린 가족들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평화에 대한 목마름, 아이들에게 보다 나은 세상을 전해주고 싶은 배고픔을 채우기 위해 나아오시길. 우리만 잘먹고 잘살면 된다는 비겁한 안일함에서 벗어나 그리스도께서 인도하시는 곳은 어디든 함께 가겠다는 용기를 구하며 나아오시길.
내 말만 하기 위해서가 아닌, 그리스도께, 그리고 서로에게 청종하기 위해 나아오시길. 듣고 싶은 말을 듣기 위해서가 아닌 성령께서 우리 안에 운행하시는 평화와 화해의 길들을 활짝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오시길.
그러므로 기뻐합시다. 이제까지의 슬픔들을 던져 버립시다. 이 식탁은 하나님의 통치가 임하시는 잔치이기 떄문입니다. 폭력이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패러다임으로 70년간 깨어지고 나눠진 사람들이 사랑의 공동체로 녹아드는 자리요, 전쟁과 폭력을 신으로 섬기도록 유혹하고 지배하는 사탄의 패배가 이미 시작되었음을 축하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인도자: 그리스도의 식탁에 무엇을 가져오셨습니까?

참여자: 많은 사람들의 노고로 만들어진 화해의 빵을 가져왔습니다. 그들은 전쟁이 평화를 가져온다고 믿는 세상에서 예수가 자신의 몸을 깨뜨려 이루신 화해가 살림의 길이라고 믿고 일해왔습니다.

인도자: 이 식탁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이 화해의 빵을 먹을 것이며, 거절되는 자가 없습니다.

참여자: 하나님께 감사합시다.
 
대한민국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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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자: 그리스도의 식탁에 무엇을 가져오셨습니까?

참여자: 화평케 하는 자들의 노고로 만들어진 용서의 포도주를 가져왔습니다. 그들은 예수를 칼과 총을 들고 내 나라만 구원하는 전사로 믿는 세상에서 역주행한 사람들입니다. 전쟁으로 자식을 가슴에 묻은 부모, 돌아갈 부모의 품을 잃은 자식의 피눈물을 자신의 피로 쏟아낸 예수의 용서의 메시지를 들고 분쟁 가운데 들어가 일해왔습니다.

인도자: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평화를 만들기 위해 일해 온 일군들에게 복이 있습니다. 이 식탁에서는 그들의 고통과 기쁨의 잔을 모두가 나누게 될 것이며, 아무도 거절하지 않습니다.

참여자: 하나님께 감사합시다.


인도자: 그리스도의 살과 피는 우리 남과 북, 그리고 온 세상을 위한 선물입니다.

참여자: 예수를 따라 전쟁과 폭력에 저항하는 우리의 삶을 통해 평화와 화해의 하나님이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질 것입니다. 모든 아이들에게 골고루 음식이 돌아가는 평화로운 세상을 구하는 우리의 간절한 소망 또한 그럴것입니다.
인도자: 우리의 자녀들이 화해와 용서의 마음으로 복수와 두려움을 몰아내고 좋은 이웃으로 다함께 살아가는 평화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지금 닦는 길이 비록 작고 좁고 약해 보인다 할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여전히 평화와 화해의 길을 만들어 가는 그들이 참 어른입니다.

다같이: 하나님께 감사합시다.

인도자: 오 그리스도, 이 식탁의 주인이시여, 우리의 소망이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그리고 미국과 전세계에서 이루어지길 원합니다.
다같이: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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