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여옥 대위 '셀프 용서'? '셀프 개독 인증'?, 왜곡
조여옥 대위 '셀프 용서'? '셀프 개독 인증'?, 왜곡
  • 김동문
  • 승인 2018.03.30 22:5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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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사실 확인없는 퍼나르기, 쉽게 공유하기 경계해야

박 전 대통령의 7시간 의혹 관련 청문회 증인으로 나왔던 조여옥 대위가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청와대 국민 청원란에도 그의 처벌을 촉구하는 청원이 이어지고 있다. 한 편 조여옥 대위가 미국 체류 당시(20168) 7~8명이 참석한 기독교 모임에서 '주님께서 모든 걸 용서하셨다'란 말을 듣고 오열하기 시작했다는 기사가 담긴 보도와 SNS에는 이 글을 공유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 글에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한국 언론의 퍼나르기이다.

조여옥 대위가 미국 체류 당시(20168) 7~8명이 참석한 기독교 모임에서 '주님께서 모든 걸 용서하셨다'란 말을 듣고 오열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내용이 조여옥 대위 관련 논란을 보도한 한국의 일부 매체에 담겨 있다. 그런데 인용 출처를 '당시 한 매체'(조세금융신문), '앞서 한 매체'(스포츠한국), '당시 한 매체'(국제신문), '과거 한 매체'(한국경제) 등 그 표현이 조금씩 다르지만, 이름을 언급하지 않은 '한 매체를 지목하고 있다. 그런데 왜 한국의 이들 매체는 이 기사의 출처를 직접 언급하지 않고 '한 매체'라고 표기한 것일까? 이들 매체는 그 '한 매체'를 직접 확인하고서 기사를 작성한 것일까? 그렇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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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를 보도한 한국 언론의 보도 순서(시간별로 재구성)를 짚어본다. 물론 온라인에 게시된 시간을 기준으로 구성했기에 실제 지면에 실린 기사 출고 순서와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조세금융신문(2018.03.29. 18:13:35) '청문회 위증 의혹' 조여옥 대위, 미국서 오열한 까닭 "그 분께서 모든 걸 용서하셨다"

"그 분께서 모든 걸 용서하셨다당시 한 매체는 "조여옥 대위가 미국 체류 당시(20168) 7~8명이 참석한 기독교 모임에서 '주님께서 모든 걸 용서하셨다'란 말을 듣고 오열하기 시작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이 매체는 "한 신자가 오열하는 조 대위를 보며 '젊은 친구가 큰 짐을 짊어지고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하다가 이후 청문회 모습을 보고 그제야 이해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스포츠한국(2018-03-29 19:52:52) '위증 의혹' 조여옥, 기독교 모임에서 오열? "모든걸 용서하셨다"

지난 2016년 청문회 당시 증인으로 나선 조여옥 대위가 위증 의혹에 휩싸인 가운데, 과거 한 보도가 눈길을 끈다앞서 한 매체는 조여옥 대위가 미국 체류 당시(20168) 7~8명이 참석한 기독교 모임에서 '주님께서 모든 걸 용서하셨다'란 말을 듣고 오열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보도에 따르면 기독교 모임에 있던 한 신자가 오열하는 조 대위를 보며 '젊은 친구가 큰 짐을 짊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측은해 했다고 알려졌다.

국제신문(2018-03-30 00:03:07) 청문회 위증 혐의조여옥 대위 징계 청문회 당시 발언 보니

이 가운데 당시 한 매체는 조여옥 대위가 미국 체류 당시(20168) 7~8명이 참석한 기독교 모임에서 주님께서 모든 걸 용서하셨다란 말을 듣고 오열하기 시작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 매체는 기독교 모임에 있던 한 신자가 오열하는 조 대위를 보며 젊은 친구가 큰 짐을 짊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측은해했다고 덧붙였다.

서울경제(2018-03-30 10:05:10) 조여옥 대위 주님께서 모든 걸 용서하셨다말 듣고 눈물? 과거 여러 차례 말 바꾸고 무성의한 대답

한편, 과거 한 매체는 조여옥 대위가 미국 체류 당시(20168) 7~8명이 참석한 기독교 모임에서 주님께서 모든 걸 용서하셨다란 말을 듣고 오열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매체는 한 신자가 오열하는 조 대위를 보며 젊은 친구가 큰 짐을 짊어지고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하다가 이후 청문회 모습을 보고 그제야 이해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2.

아래에 다시 정리한 것처럼 이들 기사는 1차 자료를 확인도 참고도 하지 않았다. 그것은 아래와 같인 동일한 표현을 그대로 담고 있는 것에서 볼 수 있다.

당시 한 매체는, "조여옥 대위가 미국 체류 당시(20168) 7~8명이 참석한 기독교 모임에서 '주님께서 모든 걸 용서하셨다'란 말을 듣고 오열하기 시작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조세금융신문)

앞서 한 매체는, 조여옥 대위가 미국 체류 당시(20168) 7~8명이 참석한 기독교 모임에서 '주님께서 모든 걸 용서하셨다'란 말을 듣고 오열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스포츠한국)

당시 한 매체는, “조여옥 대위가 미국 체류 당시(20168) 7~8명이 참석한 기독교 모임에서 주님께서 모든 걸 용서하셨다란 말을 듣고 오열하기 시작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국제신문)

과거 한 매체는, “조여옥 대위가 미국 체류 당시(20168) 7~8명이 참석한 기독교 모임에서 주님께서 모든 걸 용서하셨다란 말을 듣고 오열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서울경제)

3.

이들 매체가 인용한 것은 이 내용을 처음, 유일하게 보도한 그 매체가 아니다.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한 매체는 미국 LA의 선데이저널(2016.12.08.)이었다.

선데이저널
선데이저널

지난 2014416일 세월호참사당일 청와대에서 근무한 간호장교로 현재 미국 샌안토니오 육군의무학교에서 연수중인 조여옥대위가 지난 8월말 미국도착 직후 눈물을 흘리며 괴로워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조 대위는 7-8명이 참석한 기독교 모임에서 예수님이 모든 것을 용서하셨습니다라는 주관자의 말을 듣고 고개를 숙이고 많이 울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던 것으로 드러났으며 이는 조대위의 심경을 헤아릴 수 있는 중요한 단서로 풀이된다. ... ‘예수님이 용서하셨다는 말을 듣고 고개를 숙이고 많이 울었다는 것이 바로 팩트다.

1차 기사와 달리 한국에 보도된 기사에 담긴 표현은 똑같다. 그런 점에서 한국 매체가 자신들의 기사에 인용한 내용은 탐사보도로 정평이 난 '선데이저널'의 기사가 아니다. 그것을 가공한 2차 기사를 1차 자료 확인도 하지 않고 그대로 퍼 나른 것일 뿐이다.

4.

조 대위의 눈물이 어떤 의미였는지, 그가 셀프 용서를 체험한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선데이저널 기사는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이 인사는 조 대위와 처음 만난 운명의 날을 뚜렷이 기억했다. 조 대위를 비롯한 5-6명과 이 인사와 이 인사의 부인이 참석한 자리였다. 기독교 모임이었다. 이 인사는 조 대위 등에게 문고판 크기의 영어성경을 선물했고 누군가 기도를 했다고 한다. ‘여러분은 예수를 믿습니까. 그렇다면 예수님이 여러분을 용서하셨습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기사에 담긴 이 내용이 눈길을 끈다. 이런 맥락과 관계없이 한국 매체는, '청문회 위증 의혹' 조여옥 대위, 미국서 오열한 까닭 "그 분께서 모든 걸 용서하셨다"는 식으로 선정적으로 기사 제목을 뽑아내고, 독자들은 이것을 바탕으로 '셀프 용서', '셀프 개독 인증' 등으로 퍼나르고 있다. 

예수님이 용서했다는 말에 폭풍눈물. 이 인사는 지나친 해석은 경계했다. 자신은 어디까지나 그 심정을 짐작할 뿐이라고 밝혔다. 그의 해석을 배제하고 팩트만 살펴봐도 대략 비슷한 추정에 다다를 수 있다. ‘예수님이 용서하셨다는 말을 듣고 고개를 숙이고 많이 울었다는 것이 바로 팩트다.

이것이 원래의 기사에 담긴 맥락이다. 조 대위가 어떤 사연으로 미국에 도착한 2016822일로부터 일주일 만인 828()에 이 모임에 참석했는지, 기사에 따르면 그가 기독교인인지 드러나지 않는다. 또한 조 대위의 눈물이 마치 셀프 용서행위로 인식할 여지도 없어 보인다.

5.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에는 조여옥 대위 관련하여 166건이 검색되고 있다. 그의 처벌을 청원하는 목소리가 대부분이다. 그 가운데 "세월호 관련 청문회 위증한 조여옥대위 징계바랍니다"는 청원글에는 현재 청원 2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113,538 명이 지지를 밝히고 있다.

 

'조 대위 폭풍 오열' 같은 다소 선정적인 표현으로, '셀프 용서' 논란에 '개독 논쟁'까지 번지는 것은 조심스럽다. 이같은 무성의하고 무책임한 기사 작성 관행은 줄어들고 없어져야 할 것이다. 그것은 기사나 보도에 담긴 내용을 그대로 사실이라고 믿는 습관이 아직은 한국 사회에 넓게 퍼져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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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민 2018-04-03 23:07:54
대단히 수고하셨습니다. 너무 멋진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