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 광야의 제사장, 그야말로 극한직업
출애굽 광야의 제사장, 그야말로 극한직업
  • 김동문
  • 승인 2018.03.30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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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업종, 몸 상하는 식생활도

성경을 읽는다는 것은 성경이 전제하고 있는 그 시대, 그 공간, 그 일상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것을 뜻한다. 출애굽한 다양한 종족들, 그들 모두의 공감대는 단순했다. 정도 차이가 있어도 이집트의 문화와 풍습, 종교와 가치, 언어에 노출되었다는 것이다. 하나님이 이; 다양한 민족과 소통하는 과정에 특정 인종의 특정 언어, 문화, 풍습, 세계관으로 자신을 이른바 '계시'하였다고 보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출애굽 이후의; 메시지, 계약, 율법, 규례, 법도는 이른바 야곱의 혈통에게만 주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1.

사백삼십 년이 끝나는 그 날에 여호와의 군대가 다 애굽 땅에서 나왔은즉” (12:41)

태양신의 나라, 태양왕의 나라 이집트는 신의 도시였고, 국가였다. 거대한 신전과 수많은 제사장들 그리고 매일 온갖 종류의 예물이 신전 앞에 쌓이곤 했다. 출애굽한 이들에게 떠오르는 종교는 그야말로 부귀와 권세, 현세와 내세의 모든 것을 누리는 공간이었다. 화려하고 장엄하기 그지 없는 신전은 한마디로 거룩한 나라였다. 그리고 그곳의 권력자인 제사장들은 신과 같은 존재였고, 파라오 같은 제사장이었다..

이집트의 신전은 국가로 부터 거저 땅을 받고 세금도 내지 않았다. 기록을 살펴 보면 이집트 경작지의 1/6 이상이 신전 소유였다. 당연히 신전의 제사장들이 이 모든 혜택의 최대 수혜자 였다. 혜택 뿐 아니라 권력도 막강 했다. 이집트 전체 인구의 2%가 넘는 10여 만 명의 사람들이 신전 소유의 노예와 종들이었다. 출애굽 당시 고대 이집트의 노 아몬(룩소)의 카르낙 신전의 경우 433곳의 과수원, 421,000 마리의 가축, 65개 마을, 83 척의 배, 46곳의 작업장, 수백 에이커의 농장, 81,000여명이 넘는 일꾼을 보유하고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고센의 수도 온(카이로의 헬리오폴리스)에 자리한 아몬 라 신전의 경우도 수백 에이커의 땅에 64곳의 과수원, 45,544 마리의 가축, 103 곳의 마을, 3척의 배, 5곳의 작업장, 12,700여명의 일꾼을 보유하고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Ahmed Bahloul Khier Galal

빵을 굽는 화덕, 술을 만드는 양조장, 당시 최고의 교통 수단인 나귀를 위한 마굿간, 숙련된 사냥꾼, 농장과 일꾼들, 석공, 목수, 베짜는 사람들, 서기관, 행정관, 화가 등 모든 것을 완벽히 갖추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신전을 관리하기 위한 정원사, 도장공, 건축공, 석수, 벽돌공, 목공, 서기관, 신성한 동물을 돌보는 목자, 금고지기 등 다양한 역할의 인력도 있었다. 이렇게 거대한 규모의 신전은 여타 거대한 도시와 다를 바 없었다.신전은 작은 왕국이었고 이들을 직접 부리는 제사장은 최소한 자기 구역에서 만큼은 왕같은 제사장이었다. 당대 최고의 특권계급이었다. 출세하려면 신전으로 가야할 것 같았다.

고대 이집트의 제사장들은 이렇게 생각했을 듯하다. 나는 단 한 번도 이집트의 제사장들이 누리는 것을 혜택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그것은 당연한 권리인 것이다. , 야훼의 제사장들은 오히려 평민보다 못한 삶을 살아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것은 제물을 바치는 일반 평민은 물론 귀족들조차도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2.

오직 레위 지파에게는 여호수아가 기업으로 준 것이 없었으니 이는 그에게 말씀하신 것과 같이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 드리는 화제물이 그들의 기업이 되었음이더라” (13:14)

그런데 출애굽 공동체의 제사장은 그야말로 아무 것도 아니었다. 기업이 없었다. 이스라엘의 제사장은 하나님께 거룩하게 구별된 자들로서 아론의 자손인 레위지파에 의해 세습 되었다. 그리고 하나님은 레위 지파에게 기업을 받지 말라고 명하신다. 오직 여호와만이 이들의 기업이 된다고 하셨다.

레위 사람은 너희 중에 분깃이 없나니 여호와의 제사장 직분이 그들의 기업이 됨이며” (18:7)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있어서 여호와께 구별된다는 것은 그래서 여호와만이 그들의 기업이 된다는 말은 생각처럼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몇 세대를 걸치며 눈으로 봐 온 이집트의 제사장은 여호와가 요구하는 제사장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부와 명예와 권력을 갖게 되는 최고의 자리가 제사장 이었고 그것이야 말로 신의 축복이라 굳게 믿었던 이들에게 모든 것을 포기하는 자리가 제사장이라는 것은 청천벽력 같은 것이었다. 이것은 출애굽 공동체 구성원들에게도 낮선 상황, 처음 접하는 이승한 이야기였다. 그럼 누가 제사장이 되겠는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을 것이다. 신과 인간 사이에서 절대 권력과 명예, 권위를 누리던 그 권위도 권력도 주어지지 않는 자리, 출애굽 공동체의 제사장이었다.

3.

안식일마다 이 떡을 여호와 앞에 항상 진설할지니, 이는 이스라엘 자손을 위한 것이요 영원한 언약이니라. 이 떡은 아론과 그의 자손에게 돌리고 그들은 그것을 거룩한 곳에서 먹을지니, 이는 여호와의 화제 중 그에게 돌리는 것으로서 지극히 거룩함이니라. 이는 영원한 규례니라”(24:8~9)

뿐만 아니었다. 백성들이 제물을 바치기 위해 양을 가져와 회막 앞에서 잡으면 제사장은 그 피를 제단 사방에 뿌렸다. 제물 바치는 이가 제물의 기름진 꼬리와 내장이 덮이거나 내장에 붙은 기름과 콩팥과 간에 덮인 기름등을 떼어 내면 제사장은 그것을 받아 제단 위에서 불에 태웠다. 성막에서 백성들을 향해 명령하거나 지시하는 역할이 아닌 오히려 백성들이 드리는 제사의 보조자 역할을 하며 온갖 궂은일을 했던 것이다. 그렇게 고생한 후에는 제물로 바쳐진 것 가운데 가슴살과 오른쪽 넓적다리를 받아 먹을 수 있었다. 고기 중에서도 가장 질긴 부위였다.

The Temple Institute
ⓒThe Temple Institute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광야에서 임명된 새로운 제사장의 삶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식생활도 달랐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안식일마다 성소에 여호와 앞에 진설한 떡인 진설병을 바쳐야 했다. 하나님은 진설병을 고운가루 십분의 이 에바로 만들라 명했다. 한 에바는 22리터 정도로 십분의 이 에바는 4.4리터 정도 되었다. 4.4리터의 물은 4.4kg 이며, 밀가루로 계산하면 대략 2.6kg 정도 되는 양이다. 2~3kg 정도 되는 진설병을 두 줄로 여섯 개씩 총 열 두개를 바쳐야 했다. 수십 킬로그램에 달하는 꽤 많은 양이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보면, 우리가 먹는 떡 1말은 18리터로 2말은 36리터 정도 된다. 이정도면 안식일에 한번 진설되는 진설병의 양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 정도의 양은 3cm 두께의 가로 30cm, 세로 20cmA4용지 20개 정도 분량의 떡이라고 보면 된다. 성인 남자가 아무리 맛있는 떡이라고 해도 3cm 두께의 A4 절반 분량의 떡을 먹으면 배가 차지 않을까?

그런데 하나님은 성소에 바쳐진 진설병을 아론과 그 아들들이 성소에서 다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거룩한 일로 영한한 규례라고 까지 강조한다. 성경을 보면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 생활을 할 동안 단 세 명의 제사장이 있었다고 기록된다. 대제사장 아론과 제사장 엘르아살과 이다말(나답과 아비후는 출애굽 초기에 죽는다). 세 명의 제사장이 매 안식일이 지나고 이 많은 양의 떡을 먹은 것이다. 천천히 두고 두고 먹은 것도 아니고 성소 안에서 먹어야 했다. 일주일간 진설되어 딱딱해질 대로 딱딱해진 맛 없는 떡. 그저 맛만 보는 것이 아닌 엄청난 양의 떡. 한번 먹고 말 것이 아닌 매주 먹어야 하는 떡이다.

어둡고 냄새나는 성소 안에 남자 셋이 앉아 딱딱하게 굳은 맛없는 떡을 먹고 있는 장면을 상상해 보자. 이집트의 화려한 성전에 온갖 신선한 재료로 최고의 요리사들이 만든 맛있는 음식과 쾌적한 환경을 떠 올려 보자. 제사장이 된 이들의 처지가 어떠해 보이나? 음식 하나 먹는 것도 고행 길이어야 하는 그들을 말이다맛없고 딱딱한 진설병을 어둡고 습하고 냄새나는 성막에 앉아 다 먹어야 했고, 백성들의 제사를 돕기 위해 낮은 자리에서 힘써야 했고, 고기도 질기고 맛없는 부위만 먹어야 했다. 모든 백성들이 나누어 갖는 그 어떤 기업도 포기했어야 했다. 이것이 하나님이 말씀하신 여호와가 그들의 기업이라는 말인 것이다.

4.

그야말로 출애굽 공동체의 제사장은 그 어떤 것 보다 극한 직업이었다. 이집트의 그것과는 그 실체가 완전히 다른 새로운 제사장, '거룩한 나라', '파라오 같은 제사장' 그리고 그것을 추구하는 하나님의 모습은 제사장도 백성들도 상당한 적응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출애굽의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제사장을 강제 세습시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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