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 S 교수 성추행 보도 다시 읽기
한국외대 S 교수 성추행 보도 다시 읽기
  • 김동문
  • 승인 2018.03.21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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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없는 옮겨쓰기 관행 또 엿보여

 

한국외대 #미투 제보 2

제보페이스북의 한국외국어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지에 아래의 글이 올랐다. 지난 19일 자정 무렵의 일이다. 올라 있는 제보 글을 읽으면서, 필자도 같은 대학 같은 과 출신으로서 마음이 힘들었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A과 후배들이라는 점도 그런 힘든 감정을 느끼게 한 이유를 제공했다. (이 기사도 이틀간 묵혀둔 글이다.)

어린 제자들의 용기 있는 고백을 읽고, 어른으로서 부끄러웠고, 선생으로서 어린 제자들을 지켜주지 못해 정말 미안했습니다. 그리고, 혼자 마음속에 내내 간직해왔던, 제 슬프고, 힘들었던 경험을 저도 용기내어 고백하고자 합니다. 전 수년 간 AS교수에게서 성희롱과 성추행을 겪어왔습니다.
S교수는 현재 대학원을 맡고 있으며 **. ** 문제 전문가로서, TV, 신문 등의 언론에 자주 출연하여 제법 사회적으로 유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00년 박사과정에 입학하였고 수료를 하였으나 논문을 마치지 못하고 잠시 학교를 떠났다, 2008년 학위를 마무리하기 위해 학교로 돌아왔습니다.

 

익명 제보글에서 기사로

이 글이 게시되고 난 8시간 뒤부터 언론 관계자들이 관련 글을 보고 피해자와 주변 증인들의 도움을 요청하는 댓글이 오르기 시작했다. 아마도 출근 시간 전후한 시점부터 관련글이 언론 관계자들의 눈과 귀에 포착되기 시작한 듯했다. 댓글에는 기자의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 등이 담겨 있었다.

서울경제신문 하ㅇㅇ 기자라고 합니다. 제보하신 분이나 피해 사실 알리고 싶으신 분들 연락 부탁드립니다. 010 **** **** , *.com
안녕하세요 MBN 임ㅇㅇ 기자입니다. 피해 사실 관련해 말씀 더 들어보고 싶습니다. 010 **** ****  , @mbn.co.kr
tv조선 박ㅇㅇ 기자입니다. 제보하신 분의 얘기를 혹시 더 들어볼 수 있을까 하여 글을 남깁니다. 010-**** ****  , @chosun.com 연락 부탁드리겠습니다. 용기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EBS 기자 금ㅇㅇ입니다. 제보하신 분께서 괜찮으시다면 얘기를 더 들어보고 싶어 번호 남깁니다. 010-****-**** , @ebs.co.kr
동아일보 김ㅇㅇ 기자입니다. 제보자분을 비롯해 본인이 겪은 피해사실을 알리고 싶은 분들은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010-**** ****   , @donga.com
안녕하세요. 중앙일보 정ㅇㅇ 기자입니다. 제보하신 분이나 관련 내용에 대해 알고 계신 분들의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조심스럽게 댓글 답니다. 010**** **** ,  @joongang.co.kr
안녕하세요 뉴스1 전ㅇ 기자 입니다. 제보와 관련해 자세히 들어보고 싶습니다. @news1.kr 010-****-**** 

 

그런데 한국외대 교수의 성추행 제보와 관련하여 가장 먼저 기사로 노출한 매체는 뉴시스였다. 관련 기사에도 [단독], [종합]이니 하는 수식어로 덧씌웠다. 뉴시스 기사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피해자의 신원과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의 인적 사항에 관한 서술이다. 뉴시스는 피해자는,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박사과정에 다녔다고 소개한 A'로, 가해자는 중동·아프리카어과 S(52)교수로 적고 있다. 그런데 피해자에 대한 뉴시스의 묘사는 최소한 대나무숲 제보 글에는 담겨 있지 않다.

이 뉴스를 보도한 뉴시스 기사부터 관련 기사 중 16개 매체의 기사를 비교하여 보았다. 그 가운데 연합뉴스를 비롯한 5개 매체가 뉴시스와 다른 표현을 사용했다. 다른 여타 매체들은 뉴시스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여 피해자를 소개하고 있다. 관계자에 대한 표현에 있어서 닮은 것과 다른 것은 관련 사건을 보도한 매체 관계자가 대나무숲 글을 직접 보지 않았을 개연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른 듯 같은 기사, 그리고 완전히 닮은 기사

먼저 뉴시스 기사와 그 닮은 기사들을 나열한다. 그 다음으로 연합뉴스 기사와 여타 기사들을 옮겨본다. 그 비교를 통해 한국외대 S 교수 성추행 사건 관련 보도에 깔린 미디어 현황을 정리할 수 있다.

 

1. 뉴시스 기사, 그 닮은 기사들

2018.03.19 11:49:21 뉴시스채윤태 기자 = 한국외국어대학교의 '중동 전문가'로 손꼽히던 교수가 상습적인 성추행을 해왔다는 의혹이 일자 결국 교수직을 내려놨다.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박사과정에 다녔다고 소개한 A19일 새벽 페이스북 페이지 '한국외국어대학교 대나무숲'2008중동·아프리카어과 S(52)교수로부터 상습적인 성추행을 당했다는 글을 올렸다.

2018.03.19. 12:15 동아일보(뉴시스 전재 중동 전문가로 손꼽히던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가 상습적인 성추행을 해왔다는 의혹이 일자 교수직을 내려놨다.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박사과정에 다녔다고 소개한 A19일 새벽 페이스북 페이지 한국외국어대학교 대나무숲2008중동·아프리카어과 S(52) 교수로부터 상습적인 성추행을 당했다는 글을 올렸다.

2018.03.19. 13:33  아시아경제 한편, A교수에 대한 성추행 폭로는 이날 새벽 페이스북 페이지 '한국외국어대학교 대나무숲'을 통해 제기됐다.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박사과정에 다녔다고 소개한 B"A교수는 밥을 사주겠다고 불러 '모텔에 가자'고 했다"B씨가 이를 거절하자 구석진 주차장에서 놓아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2018.03.19. 13:47 한국일보】 19일 한국외대 등에 따르면 이날 새벽 페이스북 페이지 한국외대 대나무숲에는 수년간 S교수에게서 성희롱과 성추행을 겪어왔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대학 국제지역대학원 박사과정에 다녔다고 자신을 소개한 글쓴이2008년 무렵 학위를 마무리하기 위해 학교로 돌아왔다가 S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2018.03.19. 13:50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조사를 받던 한국외대 교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이틀 만에 교내 또 다른 교수가 제자 성추행 의혹에 휩싸였다. 해당 교수는 반성하는 삶을 살겠다는 입장을 내고 교수직을 내려놨다.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박사과정에 다녔다던 A19일 밤 1230분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대나무숲지난 2008년 학위를 마무리하기 위해 학교로 돌아왔을 때 중동·아프리카어과 S교수모텔에 가자고 하는 등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했다고 폭로했다.

2018.03.19. 14:27 중앙일보】 한국외대에서 또 다른 '미투' 선언이 불거졌다. 해당 교수는 즉시 교수직을 내려놨다.
19일 새벽 페이스북 페이지 '한국외국어대학교 대나무숲'에는 2008년 한국외대 S교수로부터 상습적 성추행을 당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박사과정에 다녔다고 자신을 소개한 이 글의 게시자S교수가 밥을 사주겠다고 불러 "모텔에 가자"고 하고 A씨가 이를 거절하자 주차장에서 놓아주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2018.03.19 .15:09   국민일보】 19일 오전 페이스북 페이지 한국외대 대나무숲'에는 A교수 성추행 폭로 글이 올라왔다.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박사과정에 다녔다고 자신을 소개한 B2008A교수로부터 상습적인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2018.03.19. 15:15  이투데이】 19일 뉴시스에 따르면 '중동 전문가'로 꼽히던 한국외국어대학교 한 교수는 상습 성추행 의혹이 일자 최근 사퇴했다.
이날 새벽 페이스북 페이지 '한국외국어대학교 대나무숲'에는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박사과정에 다녔다는 이가 올린 "2008년 중동·아프리카어과 S 교수로부터 상습 성추행을 당했다"는 글이 게재됐다.

2018.03.19. 15:31:40  【KBS】'중동 전문가'로 알려진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가 대학원생을 상습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교수직을 내려놨습니다.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박사 과정에 다녔던 A19일 새벽 한국외대 페이스북 대나무숲에 지난 2008년부터 최근까지 대학원 서 모 교수로부터 지속적인 성추행과 성희롱에 시달렸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2018.03.19. 16:53 헤럴드경제 최근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던 교수가 숨진 한국외국어대학에서 또 다른 미투선언이 불거졌다.
19
일 새벽 이 대학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페이지 한국외대 대나무숲에 또 다른 학과 S교수의 성희롱·성추행을 폭로한 글이 올라왔다.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박사과정에 다녔고 현재 같은 학과 강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제보자“(대학원생 시절인)2008년 이후 수년간 S교수로부터 성희롱과 추행을 겪어 왔다고 폭로했다.

2018.03.19. 17:02 아주경제 한국외대의 '중동 전문가'로 잘 알려진 S교수가 수년간 상습적인 성추행을 해왔다는 의혹이 일자 결국 교수직에서 물러났다.
자신을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박사과정에 다녔다고 소개한 A19일 새벽 페이스북 페이지 '한국외대 대나무숲'2008중동·아프리카어과 S(52)교수로부터 지속적으로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했다는 글을 올렸다.

 

2. 연합뉴스 기사, 그리고 다른 기사들

2018.03.19. 13:44  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한국외대에서 교수가 수년간 성추행·희롱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또 나와 해당 교수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19
일 한국외대 페이스북 '대나무숲'에는 제보자가 대학원생 시절인 2008년부터 최근까지 A 교수의 지속적인 성추행과 희롱에 시달렸다고 주장하는 글이 올라왔다.

2018.03.19. 14:01:12 매일경제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대학과 경찰에서 조사를 받던 교수가 최근 숨진 한국외국어대에서 또 다른 교수의 제자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다.
19
일 오전 030분 이 대학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지인 '한국외대 대나무숲'에는 A학과 B교수의 성희롱·성추행 의혹을 고발하는 글이 올라왔다. A학과 강사라고 밝힌 제보자"(대학원생 시절인) 2008년 이후 수년간 B교수에게 성희롱과 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2018.03.19. 14:31 뉴스1 전민 기자 | '중동문제 전문가'로 알려진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가 성추행 의혹이 일자 교수직을 내려놓았다.
19일 페이스북 페이지 '한국외대 대나무숲'에는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A교수에 대한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글이 게시됐다. 의혹을 밝힌 B씨는 해당 글에서 지난 2008년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할 당시 A교수가 교수사무실로 불러 문을 잠그고 껴안거나 논문을 도와준다며 불러들여 신체를 밀착하며 추행했다고 주장했다.

2018.03.19.  【월간조선】19일 한국외대 페이스북 '대나무숲'에는 제보자가 대학원생 시절인 2008년부터 최근까지 서정민 교수로부터 지속적인 성추행과 희롱에 시달렸다고 주장하는 글이 올라왔다.
제보자는 서 교수가 자신에게 '모텔에 가자'고 했다며 "S교수는 학과에서의 영향력이 컸고 학교와 사회에서 꽤 유명한 사람이라 제가 상대하기엔 너무 벅찬 위치에 있었다"고 적었다.

2018.03.19. 15:02 포커스데일리'중동문제 전문가'로 알려진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가 성추행 의혹이 일자 교수직을 내려놓았다.
19
일 페이스북 '한국외대 대나무숲' 페이지에는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S교수에 대한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글이 게시됐다.

 

통신사 기사 쉽게 옮겨쓰기 엿보여

한국외국어대학교 대나무숲에는 이런 언급이 없다. 이것은 얼핏 보기에는 뉴시스가 추가 보완 취재를 통해 확보한 정보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런 표현은 사실과 다르다. 그것은 뉴시스 기사는 물론 여타 매체 취재진 중 피해자 A 씨를 직접 만난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여타 매체들에 국제지역대학원 박사과정에 다녔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사연이 있어 보인다. 그것은 이 매체 기사 작성자가 대나무 숲에 살린 글을 직접 읽지 않고 기사를 작성했거나, 읽었더라도 뉴시스 기사를 적극적으로 응용한 듯하다. 

연합뉴스 등 5개 매체는 이렇게 보도하지 않았다. 저마다 다른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이것은 독립적으로 기사를 작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월간조선은 '서정민 교수'라고 밝히기도 했다. 매일경제는 피해자를 'A학과 강사라고 밝힌 제보자'로 적고 있다.

이런 몇 가지 상황을 고려하면, 대부분의 매체는 뉴시스를 참고하여 작성한 2차 기사로 의심할 수 있다. 그리고 뉴시스는 자신들이 피해 여성 A 씨에 관한 정보에 한 발 더 나갔다고 착각한 것은 아닌가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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