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조건부 세습 찬성주의자입니다
저는 조건부 세습 찬성주의자입니다
  • 오시영
  • 승인 2017.11.12 0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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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걱정해야 하는 것은 이름도 빛도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고, 그 자리를 지켜야만 하는 대다수의 소형교회 아닐까요?
명성교회 세습 등을 보도한 jtbc 방송 화면 갈무리 ⓒjtbc
명성교회 세습 등을 보도한 jtbc 방송 화면 갈무리 ⓒjtbc
명성교회 세습을 둘러싼 찬성과 반대 등 다양한 의견과 입장들이 있습니다. 그 의견들을 담아봅니다. - 편집자 주

이런 말을 하면 굉장히 욕을 먹겠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조건부 세습 찬성주의자 입니다. 담임 목회자 아들이 그 아버지의 뒤를 이어 교회를 담당하는 것이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니요, 반대로 그 담임 목회자의 아들이 오지 않고 다른 사람이 청빙되어 온다고 해서, 그 교회에 잡음이 없겠습니까? 어차피 리더십의 전환은 크고 작은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굉장히 자극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지만, 저는 대형교회를 다니던 사람들이 세습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 하는 것에 굉장한 불편함을 느낍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작은 교회에서 자랐습니다. 그 작은 교회에 한명 두 명이 와서 분위기 좋았는데, 옆에 있는 큰 교회로 훌쩍 가버렸던 경험도 갖고 있습니다. 교회를 옮긴 그 이유야 충분히 이해하죠. 표면적으로는 이런저런 다른 이야기를 하지만, 그 속내는 다 알죠. 큰 교회가 당연히 교육 프로그램이 잘 되어 있고, 친구들도 많고, 익명성을 유지하기에도 좋고... 좋은 것이 많습니다.

그런데 궁금합니다. 대한민국의 많은 수를 차지하는 동네 소형교회/개척교회를 선택하지 않고 대형교회를 선택한 이들에게는 왜 당연한 것처럼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일까요? 그들이 대형교회의 후임자 문제나 다른 문제로 그 교회를 떠나고 난 이후, 그 교회를 걱정하는 것을 두고, 마치 그들의 태도를 시대를 바라며 한탄하는 선지자 같은 영성으로 치부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듭니다.

그리고 신학생들 이야기를 해볼까요? 솔직히 이야기해서 대형교회 부사역자 자리를 꿈꿔보지 않는 신학생들이 몇 명이나 될까요? 소형 교회 부사역자는 그렇게도 구하기 힘들고, 이직율도 굉장히 높습니다. 그런데 왜? 대형교회 부사역자 청빙은 대학입시를 방불케 하는 높고, 치열한 경쟁률을 보이는 것일까요? 온갖 인맥을 동원한 로비 그리고 청빙이 되었을 때는 장기 복무률을 보일까요? 그 이후에도, 대형교회 부사역자 몇 년 하고 나면 자신이 개척이나 미자립 교회로 가겠다는 각오나 부르심이 없으면 웬만하면 생활비 걱정은 안하는 또 다른 교회로 가지 않습니까? 제가 볼 때는 이런 현실은 다 모순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에 과연 세습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 교회가 몇 교회나 될까요? 수십 년 목회를 했어도 100명은커녕 50여명 간신히 될까 말까하는 교회 목회자 자녀가 그 교회 담임으로 간다면 그것도 세습이 될까요? 우리가 걱정해야 하는 것은 그런 이름도 빛도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고, 그 자리를 지켜야만 하는 대다수의 소형교회 아닐까요?

, 대형교회 세습의 원인이 돈이라고 이야기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설령 아들이 세습하였다고 해도 그 교회 재정을 100% 아들 마음대로/원로 목사 마음대로 쓸 수 있나요? 물론 은퇴한 아버지 목회자 영향력 때문에 좀 더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에 인간은 죽습니다. 후광이 되어 주시던 은퇴 목사님이 돌아가신 후에는 어떻게 될까요? 분명, 힘의 균형의 변화는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르게 생각해서, 목회자 자녀가 아닌, 다른 사람이 청빙이 된다면? 분명 그 목회자는 당회와 재정부와 같이 기존의 교회에 있던 분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권력(?) 혹은 주도권, 힘의 균형이 다른 사람 혹은 모임에 넘어가는 것이지 큰 차이는 없습니다.

그 어떤 교회나 청빙 위원회가 하나님 앞에 "결단코"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고, 그럴 경우 천벌을 받겠다고 "단언" 할 수 있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요? 개인적으로 이름만 되면 알만한 대형교회 목사님 자녀를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후임자 청빙 과정에서 그 자녀들이 상처 받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자신은 전혀 생각이 없는데, 교회에서는 일단 무조건 안된다라고 이야기 하고, 그리고 원로 목사님에 대한 대우도 어처구니 없이 하는 경우를 말입니다.

글이 길어졌는데요... 제가 볼 때 인간은 죄인입니다. 내 죄가 너무 큰데, 그것을 바라보지 못하고 세습이라는 정죄를 타인에게 그리고 큰 교회에게 씌우는 모습이 가슴이 아플 뿐입니다. 그리고 기독교인들끼리 서로 욕하고 정죄할 때 이를 보고 개독교라고 이야기 하는 비 그리스도인들 보기가 더욱 부끄럽기만 합니다. 그냥, 세습을 하든 말든 그건 당신들의 교회 일이고 내 교회 그리고 내 신앙을 좀 더 신경 쓰면 안 될까요? 나중에 천국에서 하나님 앞에 섰을 때 하나님 보시기에 특정 교회가 세습을 했다면 그대로 죄 값을 물으시겠죠, 그렇다고, 그 세습을 보고 지적질, 정죄질 한 사람의 죄는 그냥 넘어가실까요?

아직도 부족하고 아직도 깎여야 하는 부분이 많은 제가 이런 이야기 하는 것도 웃깁니다. 그렇지만, 제발... 목회자 여러분, 성도 여러분, 제발.... 머리만 커지는 그리스도인이 아니라 가슴이 따뜻한 그리스도인이 되기 위해 발버둥 쳐봅니다.

 

글쓴이 오시영 목사는 미국 미시시피주에 자리한 해티스버그 한인침례교회 담임 목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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