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 L 교수의 성추행 사건, 천천히 읽기
한국외대 L 교수의 성추행 사건, 천천히 읽기
  • 김동문
  • 승인 2018.03.15 2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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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대 '미투'" 제하의 기사가 보도되었다. 그 가운데 MBC 뉴스는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외국어 통번역 대학의 한 교수가 지난 2013년부터 작년까지 대학원생 3명을 성희롱과 성추행했다고 주장합니다. 몸매나 옷차림, 화장에 대한 노골적인 발언은 예사였고, 신체접촉도 수차례 시도했다고 피해자들은 말합니다."

뒤늦게 이 소식을 전한 매체들이 생기고 온라인에서 이 뉴스가 공유되면서, 한국외국어대 안팎은 술렁이고 있다. "이전 같았으면 학생들이 말을 못했을텐데,, 국제지역대학원 학생들이랑 동문들이 단단히 벼른 모양인 것 같아요", "외대 동기들에게 들어보니 문제의 소지가 보이는 행동을 너무 많이 해서 언제 터지나 싶었을 정도라고 합니다."는 안타까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대나무숲에 관련 글이 올라온 직후에 몇 몇 매체의 담당 기자들의 보완 취재가 이뤄지고 저녁 뉴스로 다뤄진 것이다. 관련 기사의 맥락을 따라가본다. 이번 이슈 전후한 배경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몇 가지의 1차 자료를 함께 공유한다.

한국외국어대학교대나무숲에 올라있는 글 전문을 올린다. 독자들도 아래의 1차 자료를 통해 언론 보도의 행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안녕하세요.

온 학교가 생기로 가득 찬 3월입니다.

저희는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해 왔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A 학과 소속 전임교수이자 관련 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L 교수의 부적절한 발언과 행동에 대한 것입니다. 이렇게 글을 쓰기까지 수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상대는 오랜 시간 재직 중인 교수이며 저희는 학생으로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절대적인 약자이기 때문에 이후의 일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또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미투 운동의 증언들에 비해 L 교수의 언행의 수위가 낮다고 평가되어 애써 용기 내 한 말들이 묻히지는 않을까, 되려 손가락질 받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그래도 저희는 스스로를 위해서 그리고 비슷한 일을 당했을 분들을 위해서 용기를 내기로 했습니다.

저희는 세 명입니다. 다음은 저희 세 명이 각자 겪은 일을 최대한 정확하고 자세하게 쓴 것입니다. (편의상 A, B, C로 분류했습니다)

A
L 교수는 A 학과에서만큼은 왕이나 다름없었습니다. 학생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학과 구성원들이 L 교수의 눈치를 보고 비위를 맞추는 모습을 항상 봐 왔습니다. L 교수의 수업방식과 학생들을 대하는 태도 또한 항상 문제시 되었지만 그 누구도 불만을 표출할 수 없었습니다. 2016년 1학기 수요일 L 교수의 차를 타고 학회에 가고 있었습니다. 벚꽃 길을 지나가면서 L 교수는 “A는 진해군항제나 벚꽃 행사 가본 적 있냐"라고 물었고 저는 “네”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L 교수는 “남자친구랑 자러 간 거냐? 벚꽃을 보러 간 거냐?”라고 했고 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2016년 2학기 국제관 강의실에서 저와 함께 다른 분이 수업을 듣고 있었습니다. L 교수는 수업 중간에 “요즘 모텔에서 공부하는 학생도 있다며?”라고 했고, “A는 남자랑 옷 벗고 침대에 누워 본 적 있냐?”라고 했습니다. 2017년 1학기 저는 몸에 달라붙는 옷을 입고 간 적이 있었는데, ”A는 몰랐는데 몸매가 예쁘네?”라고 했습니다. 이 밖에도 L 교수는 수치심을 느낄 만한 발언을 많이 했습니다.

저는 L 교수가 시킨 심부름 중에서 보드 마카를 빼먹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L 교수는 “너 김정은 말할 때 옆에서 맨날 받아서 쓰는 사람들이, 실수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그냥 죽는 거야”라고하면서 “너도 내 말 하나라도 놓쳤을 땐, 그냥 끝나는 거야”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 당시 교수를 꿈꿨기 때문에 L 교수가 너무 두려웠고 절대 찍히면 안 된다는 압박감을 항상 가지고 있었습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의 특성상 대다수의 학과가 소수 언어입니다. A과 역시 소수 언어 학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에서 이토록 권력을 가진 L 교수에게 싫은 소리를 했다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두려워 L 교수의 언행에 대해서 어떠한 불만도 표출할 수 없었습니다.

B
2017년 2학기 2:1로 진행되는 수업이 있었습니다. 거의 2:1로 진행되었지만 두세 번 정도 1:1로 수업을 들어야 했습니다. 1:1로 진행되는 날마다 L 교수는 성희롱적인 발언과 신체 접촉이 있었습니다. L 교수는 말 끝을 흐리는 화법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몰랐던 저는 무의식적으로 끝말을 흐려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자 L 교수는 ‘똑바로 말해라 그런 언어는 연인끼리 신음으로 주고 받을 때나 하는 언어이다.’ 라며 화냈습니다. 수업을 할 때 L 교수는 제 입술의 빨간 립스틱을 보면 유혹될 수 있고 그러면 수업에 집중이 안 된다는 이유로 립스틱 바르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또한 발음법을 설명할 때 ‘뽀뽀해봤지? 뽀뽀할 때처럼 해봐’ 라고 했습니다.

저는 방학 동안 어학연수를 가기 위해 L 교수에게 조언을 얻고자 물어봤지만 L 교수는 차라리 그 비용으로 방학 동안 자신과 매주 밥을 먹자고 두 차례 말했습니다. 그리고 불필요한 신체 접촉도 두 차례 있었습니다. L 교수는 제가 시험지에 미처 적지 못한 내용이 있다는 이유로 앉아있는 저를 뒤에서 안은 채로 제 손에 있던 펜을 가져간 뒤 제 종이에 필기를 했습니다. 순간 모든 사고가 정지 됨과 동시에 저는 엄청난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또한 비가 정말 조금 내리던 날 L 교수는 우산이 없다는 이유로 저에게 같이 다른 건물로 데려다 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원하지 않았고 당시에 비도 거의 오지 않았기에 저는 우산을 쓰지 않고 L 교수에게 우산을 씌워 드렸습니다. 하지만 L 교수는 여자가 우산을 들면 보기 안 좋다며 자신이 우산을 들겠다고 했습니다. 함께 써야 한다는 이유로 저에게 어깨동무를 하고 작은 우산에 몸을 구겨 넣어 거의 딱 붙어서 걸은 적이 있습니다. 이 모든 일들은 항상 제3자가 있는 자리가 아닌 저와 L 교수 단둘이 있었던 시간에 이루어졌습니다. 다음 학기도 L 교수의 수업을 필수로 들어야 했던 저는 압박감으로 인해 학업을 이어갈 수 없었고 휴학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발언들과 행동이 과연 교육적으로 필요했는지 의문이 듭니다.

C
저는 오랫동안 L 교수를 봐왔습니다. L 교수는 A 학과의 왕이었습니다. L 교수는 교학처 및 타 학과 교수들 사이에서도 A 학과의 권력자로 유명합니다. L 교수는 2007년도 성희롱 발언과 관련하여 징계를 받은 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그 당시에 학교에 재학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사정을 알지 못하고 선배들에게 들어 대충 알고 있는 정도였습니다. 제가 고학년이 되고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면서 L 교수를 더 자주 보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교수는 그냥 듣고 흘리기엔 충격적인 말들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대부분 성희롱적인 발언이었고, 본인 기분에 따라 만만한 상대에게 인격 모독적인 발언을 일삼기도 했습니다. 처음 L 교수가 성적 농담을 던졌을 때 저는 너무 당황스러웠습니다. 또한 그런 경험이 처음이기도 해서 저는 아무런 반응을 할 수 없었습니다. L 교수는 저의 당황하는 모습을 놀리기도 하셨습니다.

치마를 입고 가는 날에는 어김없이 저는 제 다리에 대한 L 교수의 평가를 들었어야 했고, 화장을 하고 가거나 머리 스타일이 바뀌면 그에 대한 평가도 들어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짧은 치마를 입었거나 획기적인 머리 스타일을 했던 것은 아닙니다. L 교수가 한 대부분의 평가에는 ‘남자친구한테 잘 보이기 위해서 그런 것이냐’, ‘그런 립스틱을 바르면 남자친구가 너무 먹음직스럽게 생각하지 않겠냐’, ‘다리가 늘씬한 게 시원해서 보기 좋다’ 등등 모욕적인 표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당황한 기색을 숨기려 애써 “네” 라고 대답 했고 L 교수는 그 상황 자체를 즐긴다는 듯 웃었습니다. 여름에 제가 반팔을 입고 가면 L 교수는 저의 팔뚝을 꼬집거나 쓰다듬는 것은 물론이고, 계절에 상관없이 어깨동무를 서슴없이 했으며 긴 머리를 한쪽으로 직접 치워가며 제 목덜미를 손으로 쓰다듬기도 했습니다.

한 번은 강의실에서 수업 시작 직전에 (2014학년도 1학기) L 교수가 컴퓨터에 USB를 꽂으며 남학생에게 “00는 많이 꽂아 봤나? 나는 학교 컴퓨터에 내 USB 꽂는 게 영 찝찝해. 바이러스에 감염될 것 같거든. 이 사람 저 사람 꽂아서 쓰는 컴퓨터에… 이 사람 저 사람이 자기 물건 꽂았던 창녀한테 내 물건 꽂는 거랑 비슷하지” 라고 말했고, 당시 강의실에 있었던 나머지 사람들(저를 포함하여 세 명)은 너무 당황해서 어떤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감히 강의실에서 들을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L 교수는 더 웃으시더니 “00는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지? 자네도 많이 꽂아봤을 것 같은데… 허허허. 누구한테 꽂아 봤나?”, “C는 뭘 아나? 자네도 혹시 내 말 이해하는 건가?”와 같은 질문들을 했습니다. 해당 수업 이후 저는 L 교수와 단둘이 있게 되는 상황을 최대한 피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방학 중 학과 관련 일로 학교에 갔을 때, L 교수는 제게 버스 정류장까지 태워 준다고 했습니다. 저는 혼자 였으면 단번에 거절했겠지만 당시에 다른 학생과 함께여서 그래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L 교수는 승용차 뒷자리가 더러우니 C는 조수석에 타라고 했습니다. 당시 겨울이었기 때문에 차에 시동을 걸고 조금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L 교수는 제 손을 꼭 잡더니 “손이 왜 이렇게 차냐. 여자는 이렇게 손 차가우면 안 된다. 남자친구가 안 좋아할 텐데… 남자는 몸이 차갑기 때문에 따뜻한 여자 손으로 데워 줘야 해.”라고 말하며 제 손을 잡고 놔주지 않았습니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뒤 L 교수 차에서 내렸을 때같이 탔던 학생이 제게 괜찮냐고 물었고, 본인은 정말 깜짝 놀라서 자신이 지금 헛것을 보는 줄 알았다며 저를 위로했습니다. 

저는 다음에는 절대 가만히 넘어가지 않겠다고 매번 다짐했지만, 학교나 학과 내에서 L 교수가 차지하는 위치와 영향력 때문에 쉽게 반색할 수 없었습니다. L 교수가 한 인격 모독적인 발언까지 더 하자면 정말 끝도 없을 것 같습니다. 저희 세명은 꽤 오랜 시간 동안 L 교수와 한 그룹에 묶여 학교 생활을 했고, 그러는 동안 저희 마음에는 교수의 부적절한 발언과 행동들에 대한 화가 쌓였습니다. 그 결과 한 사람을 상대로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분노가 생겼습니다.

지금처럼 #미투 운동이 시작되고 사회 전반에 걸쳐 확산되기 전까지는 이렇게 공식적으로 얘기를 할 수 없었습니다. 애써 무시하라는 조언이나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었던 저희를 탓하는 말들만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약자인 저희는 L 교수와 거리를 두면 좀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잊혀질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도 가끔 그때 들었던 말들이 떠올라 치욕스럽고 분하고 화가 납니다. 저희는 학교에서 멀어지는 것 밖에는 답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당사자인 L 교수는 아직도 너무나도 멀쩡히 학교 내에서의 위치를 유지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대학이라는 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라는 사람이 학생들을 상대로 부적절한 말과 행동을 서슴지 않고 행해왔습니다. 더 이상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합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외대 대나무 숲에 이 글이 올라오자 MBC를 비롯한 4-5곳의 일반 매체에서 이 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MBC가 가장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MBC의 관련 보도 내용은 아래와 같다. 피해자들의 인터뷰 기사도 반영했다. MBC는 짧은 시간에 서둘러 보완 취재를 하고 보도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또 있다. 그것은 L 교수와 관련된 것이다. MBC도 간략하게 그 내용을 반영했다. 사실 이 정보도 대나무 숲에 딸린 댓글에도 드러났다.

"이 교수는 지난 2007년에도 교직원에게 성희롱 발언을 해 인권위 제소됐고, 인권 교육 이수 권고를 받았습니다. 당시 학교 측도 경고조치와 대책수립을 하도록 권고받았지만, 교수에 대한 징계 조치는 없었습니다. " - MBC 보도

L 교수는 2006년 6월에 벌어진 여직원 성추행 혐의로, 국가인권위원회 징계 조치 권고가 있었으나 아무런 제제도 없이 유야무야되었다.

지난(*2006) 8월 노조 파업 당시 노조 전임자였던 한 여직원이 당시 보직교수였던 이모 교수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교직원을 폭행하다 여직원들로부터 항의를 받은 이모 교수는 "가슴 보여", "거기나 잘 가리고 다니지", "예쁜 것 하고 말하니까 말도 잘 나오네" 등의 성희롱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2007626)

관련 기사를 조금 더 살펴보자.

"1년 넘게 이어지는 외대 교직원 파업이 한창이던 지난해 6월. 외대 보직교수 한 명이 여직원을 성추행했고, 국가인권위원회는 “교수를 경고 조처하라”는 결정을 내기에 이른다. 외대는 인권위 권고를 무시했고,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린 학생에게 무기정학 처분을 내렸다. “강사 이하, 여학생 성추행 금지!” 준코 사태 이후 외대가 정한 새 학칙이다." - 한겨레21 667호(2007년 7월 5일)

당시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전노총)에서조차 이 문제에 대해 성명서를 발표(2007년 4월 24일)할 정도였다. 그러나 L교수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하여 한국외대 학교 당국의 반응은 당황스러웠다. 가해자 L 교수는 보호받고, 오히려 피해자와 내부 고발자에 해당하는 학생은 징계와 파면 조치를 받았다. 해교 행위 즉 학교의 명예를 해쳤다는 것이었다.

"대학당국은 해당 교수의 폭력과 성희롱에 대한 사실을 학내에 알렸다는 이유로 조모 학생을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과 해교행위’로 무기정학시키는 중징계 처분을 하였고, 또한 해당 성희롱 피해자를 포함한 10명의 노동자들 역시 같은 사유를 포함하는 이유로 해고까지 단행했다." - 전노총 성명서 내용 중 

다음은 그 맥락을 보여주는 전노총의 성명서 전문이다.

[성명] 한국외대 총장은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사항 이행하고 부당한 학생징계 철회하라!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07년 4월, 편집자 주) 13일 ‘파업과정에서 한국외국어대학교 이모 교수가 여성조합원에게 행했던 부적절한 행동을  성희롱 행위로 인정하고, 가해자인 이모교수는 인권위원회가 주관하는 특별인권교육을, 한국외국어대학 총장은 해당 교수에 대한 경고조치와 재발방지를 위한 계획을 제출할 것을 권고’하는 결정을 했다. 우리 민주노총 여성위원회는 늦었지만 국가인권위원회의 이번 결정을 환영하는 바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노동자들은 부당노동행위와 생존권 위협 조치에 맞서 눈물어린 7개월간의 파업투쟁을 전개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사용자 쪽 입장을 가진 일부 보직교수는 여성노동자에게 모욕과 성희롱, 폭력도 서슴지 않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학당국은 해당 교수의 폭력과 성희롱에 대한 사실을 학내에 알렸다는 이유로 조모 학생을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과 해교행위’로 무기정학시키는 중징계 처분을 하였고, 또한 해당 성희롱 피해자를 포함한 10명의 노동자들 역시 같은 사유를 포함하는 이유로 해고까지 단행했다. 

우리는 인권위의 결정을 통해 새삼 대학사회에 만연한 반인권, 반여성적 태도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특히, 한국외대는 해당 성희롱 사건의 진정이 있었음에도 사실여부에 대한 최소한의 확인도 하지 않은 채, 해당 학생을 허위사실유포자로 매도하여 징계처분 했다. 이에 학생은 징계처분철회를 위한 피켓시위를 하였고 성희롱 교수는 피켓을 완력으로 빼앗아 발로 부수어버리는 폭력을 행사하기까지 했다. 심지어 학교당국은 해고 확정을 위한 재심위원회징계위원에 해당교수를 선임하는 등 2차 가해와 탄압을 공공연하게 할 수 있도록 조장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국가인권위원회를 통해 진실이 드러나자 성희롱 가해자인 해당교수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던 그간의 입장을 번복해‘(자신은) 상급자로서 옷매무새에 대한 지도를 하였을 뿐’이라는 궁색한 변명을 하며 법적 대응을 공언하고 있으며 학교당국 역시 해당교수에 대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우리 민주노총 여성위원회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무시한 채 교육기관에서 있을 수 없는 비도덕적이고 반인권적인 처사로 맞서고 있는 한국외대 대학당국에게 강력히 항의하는 바이며, 아래와 같이 한국외국어대학교 총장에게 촉구하는 바이다.

하나, 우리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로 한국외대 모교수의 처사가 명백한 성희롱 행위임이 확인된 이상, 한국외대 당국은 인권위 권고안을 이행하라.

둘, 한국외국어대학 측의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이라는 학생징계와 노동자 징계의 사유는 근거 없음을 인정하고 이들에 대한 징계처분을 즉각 철회하라.

셋, 성희롱 가해자인 해당 보직교수를 징계하라!  성희롱 가해자인 해당 교수가 학생의 학교생활 전반을 지도하는 학생지원처장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너무도 비상식적이고 비윤리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넷. 한국외대 당국은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에 따라 교수들에 의해 일어날 수 있는 성희롱 성폭력 예방과 근절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여 시행하라!
   
끝으로 우리 민주노총 여성위원회는 한국외국어대학교의 반인권적, 반여성적 처사를 널리 알리는 한편, 위의 4가지 요구가 관철될 수 있도록 여성노동단체 및 여성인권단체 등과 공고히 연대하여 대학의 성희롱 근절을 위해 지속적으로 공동 대응할 것임을 한국외대 당국에 경고하는 바이다. 
                                     
2007년 4월 24일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피해자와 학생은 징계, L 교수 건재

관련 사건으로 오히려 무기정학 처분을 받은 당사자는 당시 영어과 4학년에 재학중이던 조 아무개 씨였다. 20068월 중순, 조 씨가 받은 무기정학 처분의 이유는 단순했다. 20067월 24일에 보직교수들이 파업 노동자들을 폭행했다는 내용의 유인물을 학생들에게 배포한 행위가. ‘교직원에 대한 패덕 행위라는 이유였다.

당시 L 교수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전혀 사실무근이며 조oo 학생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학내에 유포하고 있다"면서 "일반인이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지만 학생이라 문제 삼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이번 뉴스 관련 MBN 보도에 따르면, L 교수는 "나는 20년 전부터 '펜스룰'을 지키고 있는 사람이거든요. 장막 뒤에 숨어서 막 떠드는 거 이런 거는 굉장히 위험한 거예요." 처음 전화 통화에서는 성폭력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가 오후 늦게 자신의 잘못을 사죄하고 결과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조 씨는 20074월 서울지방법원에 무기정학처분 무효소송을 냈고, 2007510, 서울북부지법 민사12(김용대 부장판사)는 조 아무개(당시 27·영문4)씨가 학교법인인 동원육영회를 상대로 낸 무기정학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외대는 원고가 배포한 유인물이 교직원의 명예를 훼손하고 학교 이미지를 실추시킨 해교 행위라며 무기정학 처분을 내렸지만 유인물에 적힌 총장과 보직교수들의 폭행 및 성희롱 부분은 진실로 믿을 만한 이유가 있어 교직원에 대한 모욕으로 보기 어렵다"

20085, 조씨는 학교의 잘못된 징계로 3학기나 졸업이 미뤄지게 돼 학교에 최소한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20081120, 서울북부지법 민사7단독(마옥현 판사)은 조 아무개 씨가 재학 중 무기정학 처분을 받은 것에 대해 한국외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학교가 손해배상액 5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며 원고일부 승소 판결했다.

조씨가 유인물을 작성해 배포한 행위는 무기정학처분을 받을 만한 패덕행위로 볼 수 없고 징계처분을 내리는 기준인 학업방해 행위보다 중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 원고가 무기정학처분으로 인해 학교를 떠나 있으면서 교우관계 등 대학생활에 단절이 초래됐고, 졸업이 늦어져 사회진출에도 곤란을 겪는 등 커다란 정신적 고통을 입은 것이 인정된다” 2009924일 대법원은, “한국외대 당국이 조oo 씨에게 무기정학 6백일 동안 받은 피해에 대해 5백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최종 판결이 내려졌다그러나 그 이후에도 이 모 교수에 대한 학교 측의 징계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 이유와 배경은 무엇일까

한국외대 대나무숲에 올라있는 해당 글에 딸린 댓글에는 이런 내용도 적혀 있다.

"한국외대 아랍어통번역학과 L 교수 꼭 파면되길 바랍니다. 고작 당신같은 사람이 교수라는 사실에, 당신의 성희롱과 인격모독적인 말에 다들 얼어붙어 마음 졸여야 했던 시간들에 괴로움은 항상 학생몫이었습니다. 저는 당신이 꼭 파면되길 바랍니다." 

이번에 다시 붉어진 한국외대 L 교수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한국외대 학교 당국은 어떤 조치를 취할까? 이번 조치 만이 아니라 지난 2006년 6월 벌어졌던 L 교수의 성추행 사건에 대한 징계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던 배경과 이유도 드러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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