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과 포용으로 책읽기 그리고 삶 읽기
겸손과 포용으로 책읽기 그리고 삶 읽기
  • 김병주
  • 승인 2018.03.08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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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총, 읽기의 말들 이 땅 위의 모든 읽기에 관하여, 유유, 2017년

5년 전 잠시 한국 방문 중에 한 후배를 만났었다. 출산과 육아의 힘든 과정을 보내고 있던 후배는 생각보다 안색이 좋았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수련회에 참석했다가 강사의 삶과 메시지로 인하여 지친 자신의 영혼이 회복되었다고 했다강사의 이름을 물으니 박총님이라고 하였다. 나는 만난 적은 없지만 Facebook의 친구여서 그 분의 글을 접하고 있었던 터라 반갑게 맞장구치며 교제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박총 님의 신간 <읽기의 말들>을 읽었다. 저자의 말을 빌리면 지상의 모든 읽기를 다루었는데, 가슴에 담아둘만한 아포리즘과 거기에 얽힌 경험과 단상을 버무려서, 짧지만 깊은 메시지를 던져준다.

생각보다 부담 없이 술술 읽히던 책이 한 대목에서 걸렸다.

세상에 오직 한 권의 책만 거룩하고 다른 모든 책은 속되다고 외치며 영적 도취에 흥청대는 바보들은 모른다. ‘홀리바이블은 언홀리한 책을 경유해야 그 의미가 제대로 드러난다
신의 거룩함이 세상의 속됨에서 가장 즐겨 드러나듯이 말이다. ‘ 한 권의 책숱한 세속의 책을 통해 읽히지 않으면 종교 전쟁, 인종 말살, 자연 파괴 등을 정당화하는 악마의 책이 됨을 거듭 확인해준다.

그러하다. 성경만 고집하고 다른 책들을 도외시하면 그 신앙은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 자기 도취적 거룩함에 빠져 아집을 견고히 할 뿐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지혜가 담긴 세상의 책들을 폭넓게 읽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하면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진리의 삶, 균형잡힌 삶을 사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내 페이스북 친구(페친)들을 보면 보수의 가치를 추구하는 분들과 진보를 지향하는 분들이 나뉘어져 있는데 보통의 사람들보다 많이 공부하고 독서량도 많은 어떤 분들은 자기 생각과 주장만이 하나님의 뜻 인양 고집스럽게 외친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특정매체들의 글만을 공유하며 반대편의 사람들을 몹쓸 인간으로 만든다. 그럴 시간에 침묵하며, 역사의 주인이라고 믿는 주님께 조용히 기도하면 차라리 덕이라도 세울 텐데 안타깝다.

다양한 책을 읽든지, 타인의 삶을 읽든지 정말 중요한 것은 태도가 아닐까.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겸손과 나와 다르다고 해서 틀린 생각은 아닐 수 있기에 동의는 못하더라도 인정은 해주며 타인을 보듬어주는 포용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신비한 성령의 음성을 듣고자 골방에서 애쓰는 것 만큼이나 하나님이 나의 형제로 주신 이웃들의 외침에서 살아계신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 글을 적으면서 나의 삶을 부끄럽게 대면한다. 나는 얼마나 겸손의 자세로 독서하고 있는가? 나아가 이웃의 소리에 열린 마음으로 반응하며 포용하는가? 사람 좋은 미소 너머에 날선 판단과 정죄의 마음이 있다. 형제의 눈 속에 티는 보면서 내 눈 안의 들보는 못보고 있다.

내 안에 없는 겸손과 포용의 마음을 위해 간구한다. 겉만 번지르한 사람이 아닌 속사람이 건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 성경 지식으로 무장한 예수의 제자가 아닌, 일상의 삶에서 따뜻한 사람 냄새나는 예수의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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