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성장기를 그린 부모 역할 보고서
부모의 성장기를 그린 부모 역할 보고서
  • 설요한
  • 승인 2018.03.06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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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아, 『너라는 우주를 만나』, IVP, 2018년
김경아, 『너라는 우주를 만나』, IVP, 2018년
김경아, 『너라는 우주를 만나』, IVP, 2018년

동료들 가운데서는 본인과 가족의 일로 고통 받는 사람도 있지만, 또 일상의 소소한 기쁨과 큰 기쁨을 누리는 사람도 있다. 최근에는 탄생의 기쁨을 만끽한 분도 있었고. 지난 주말에 나는 이 책과 함께 퍽퍽한 일상 가운데서 자그마한 훈훈함을 느꼈다. 물론 이 책의 주인공들에게는 이 책 안에서 나타나는 일들이 제각기 큰 희노애락으로 다가왔겠지만.

너라는 우주를 만나는 결혼한 여성으로서, 몸이 크게 쇠약한 사람으로서, 그 외 수많은 개인의 이야기를 가진 사람으로서 자녀를 입양한 저자의 경험과 사유가 담긴 책이다. 입양이라는 인생의 큰 축을 중심으로 쓴 인생 이야기이기도 하다. 에세이를 풀어내면서 입양에 관한 여러 정보도 제공해서, 입양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이 책을 통해 이야기와 정보를 함께 얻을 수 있다.

기독교인이라면, 그리고 기독교에서 말하는 구원을 생각한다면, 어떤 배경을 가지고 해석하건 adoption이라는 표현을 그냥 지나치기 어려울 것이다. 입양된 우리의 신앙이 그저 훈훈한 미담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듯이, 이 책 전반을 흐르는 훈훈한 사랑 이야기는 그 안에 담긴 여러 굴곡이 은연중에 담긴 결과물이다.

이 책은 입양한 어머니의 입양 경과 보고서이기도 하다. 희은이는 현재 중학생으로 아직 사춘기를 겪으며 성장하고 있으며, 부모로서의 역할은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훗날 희은이가 독립한 후, ‘너라는 우주를 만나, 그 후라는 글로 저자를 만나 입양한 한 가정의 역사의 기승전결을 보는 것도 재밌는 일일 것이다. 그 과정에서 희은이의 말도 빼놓을 수 없다. 희은이는 이 책을 마무리짓는 글을 쓰긴 하지만 엄마의 책에서 자신이 말을 많이 하는 게 좋지 않다면 자기 이야기에 관심 있는 사람은 따로 연락해 달라고 한다.

아울러 이 책은 부모의 성장기를 그린 부모 역할 보고서이기도 하다. 자녀를 잘 키운다는 게 무슨 뜻일까. 의도대로 키워 내면 부모로서 성공한 것 것일까. 저자는 그것이 불가능함을 지적하며 그 과정이야 어찌되었건 결국에는 자녀를 사랑과 신뢰로 키울 수밖에 없음을 고백한다. 신앙인이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자라는 과정이 이와 같지 않은가.

입양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사회 속 가정의 모습과 가정을 인식하는 사회적 시선을 자연스레 생각해 보게 된다. 부모가 친부모가 아니라는 사실로 한 사람의 정체성 전부를 규정하려는 자연스런 편견에서 과연 우리는 자유로운지. 우리는 때로 악의가 없더라도 너무도 자연스레 입양아라는 표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때가 많다. 조금 더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이혼 가정, 한부모 가정, 다문화 가정 등으로 사유를 확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정상 가정과 비정상 가정을 나누는 우리의 기준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기준이 발생한 원인이 가정 내에 귀속되는지 아니면 외부적 요인이 더 큰지도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장애인 문제도 생각해 볼 만한 대목이 있다. 저자는 미국에서 둘째 아이를 임신했는데, 자녀가 장애아로 태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듣고 만약 장애아로 태어난다면 미국에서 살 계획을 세우기로 한다. 미국이 한국보다 특별히 더 살기 쉬운 나라가 아닌데도 이런 선택을 했다는 것은 한국에서 장애인으로, 장애인의 부모로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큰 현실적·심적 부담으로 다가오는지 보여 주는 경우가 아닌가 싶다.

콕 집어서 다루지는 않지만 가부장제나 전통적 가정관으로 인한 편견과 그것이 여성에게 주는 부담에 대한 시각도 보인다. 하지만 책 내에서 이런 문제의식을 발전시키고 있지는 않다. 책 전반을 흐르는 기조는 사랑, 희생, 배려, 존중, 책임이다.

 

글쓴이 설요한 간사는 IVP 편집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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