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 관한 이해를 돕는 한 권이 책이 나왔다. 책을 받자마자 서둘러서 훑어보았다. 이 책이 담고 있는 주제는 단순하다. 그 설명은 명확하다. 이스라엘은 시온주의 국가인가? 오늘날의 유대인은 누구인가? 팔레스타인인은 누구인가? 예루살렘은 누구의 것인가? 이스라엘 시민은 누구인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어떤 존재인가? 같은 주제를 이해하는데 유익하다.
현대 유대인들이 바벨론 유수나 로마제국 시대에 예루살렘으로부터 추방되었다는 주장은 역사상의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따라서 시온주의자들이 주장하는 “현대 유대인(의) 선조들이 예루살렘으로부터 추방당했다”는 ‘유대인 디아스포라’는 신화다. - pp. 26, 27.
이런 주장은 저자 나름의 근거를 갖고 주장하고 있기에, 한국 보수 교회의 현대 이스라엘 회복 운동에 참여하는 이들이 고민해보면 좋을 문제 제기이다.
이스라엘에는 60~80만 명의 유대교를 표방하는 하레딤들이 있다. 이 하레딤들 중에는 ‘시온주의와 이스라엘 국가에 반대하면서 팔레스타인 국가를 지지하는 국제유대인 조직’을 운영하는 네투레이 카르타 라는 단체도 있다. - pp. 31, 32
독자들 가운데는, 정통파 유대인들이 한 결 같이 시온주의를 지지하고, 시온주의 국가체제로서의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있다는 편견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자세히 다루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관점의 유대인들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동예루살렘 영주권자, 요르단 임시 여권 소지한 팔레스타인인, 서안 지구 팔레스타인인, 이스라엘 시민권을 가진 팔레스타인인(아랍계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난민, 가자 난민, 가자 주민, 서안 지구 팔레스타인 주민 등 여러 겹으로 존재하는 팔레스타인인의 처지를 이해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자료도 담고 있다.
팔레스타인 정부가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위해 이스라엘과 맞서고 있다고 착각하는 이들에게 저자는 이렇게 지적한다.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와 이스라엘의 위협으로 고립된 가자는 깊고, 어두운 터널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p.277
단지 이스라엘을 여행하거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슈를 글로만, 기사로만 보아왔던 이들에게는 그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현재 미국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책에 적극 대항할만한 아랍국가들은 없다, 앞으로도 각 아랍 정부 차원에서는 별 정책이 있을 것 같지 않고, 기껏해야 정부 반대파들이 동원한 대중들이 거리에서 팔레스타인지지 시위하는 정도다. - p.21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라는 트럼프 선언 이후의 중동 문제를 바라보는 저자의 관점은 담백하다.
예루살렘 논쟁은 근대가 극복해야할 대상이었던 전근대적인 종교적 인종적 요소가 종교로부터 해방된 자유로운 개인의 주권 같은 근대적인 요소를 압도하고 있으며 이것은 문제의 실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현실을 왜곡시킨다. - p.165
예루살렘 이슈는 정치적으로 접근해야할 것인데 종교적으로 접근하고 있어서 문제가 복잡해져 있다는 저자의 지적은 적절하다. 그럼에도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이슈를 다루는 한국 언론과 이른바 중동 전문가들은 종교를 앞세워서 해석하고 있다. 또한 ‘열린 감옥’으로 불리는 가자 지구를 이렇게 풀이하고 있다.
이 책은 우선은 팔레스타인인을 이해하는데 유익하다. 그러나 책에 담긴 정보는 단지 지식이나 정보를 짜깁기 한 것이 아니다. 팔레스타인의 지식인들, 운동가들, 일상을 사는 이들과의 지속적인 교제와 현장 대화 등을 통해 저자가 알고 경험하게 된 ‘삶’이 묻어 있다. 팔레스타인국제문제연구소(PASSIA)에 참여하고 있는 연구자들의 수고가 눈에 들어온다.
책에 담긴 넉넉한 지도와 사진, 도표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문제를 이해하는 것을 잘 돕고 있다. 특히 아랍 현지인들이 담아 낸 일상 표정이 담긴 희노애락은 현장감을 느끼도록 돕고 있다, 인종주의와 유대 선민주의의 관점에서 아랍과 이스라엘 문제를 바라보고 있는 이들과 그런 지인들을 둔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우리의 팔레스타인 현대사 이해 무엇이 문제인가? 근거에 바탕을 둔 진지한 토론에 독자들을 초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