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사기전 겁이 나서 조금 망설였던 책
책을 사기전 겁이 나서 조금 망설였던 책
  • 정수미
  • 승인 2018.03.04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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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아, 너라는 우주를 만나, IVP, 2018년

사실 토요일을 지나 주일인 이 시간에 깨어있으면 곤란하다. 오전부터 오후 느지막한 시각까지 교회에서 종일 아이들을 건사할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선 화유기만 보고 자야 마땅한데 깨어있다. 오후에 주문해둔 책이 도착해 읽다가 덮어두었는데, 애들이 다 잠들고 나니 뒷장을 더 넘기고 싶어서였다. 결국 일어나 읽다가 마지막장까지 후루룩 읽어버렸다.

책을 사기전 조금 망설였었다. 아니 좀 부담스럽다고나 할까,,. ! 기대감이 컸으면서도 며칠 지나서야 구매한 이유는, 아이를 셋 키우면서 입양이야기까지 읽고 나서 덜컥 어떤 마음이 나에게 들지 지레 겁을 먹어서였던 것 같다. 과도한 마음이었음을 고백한다.

글이 길어지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게다가 글이 조금 어려우면 금새 맥을 잃어버리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단숨에 읽어 내려가고 뒷장이 점점 줄어 드는게 아쉬울 정도였다.

첫 장을 읽으면서 부터 자꾸 눈물이 솟아 나왔다. 분명 저자는 담담하게 써내려 간 것 같은데 난 너무 생생하게 육아의 현장이 와 닿았다. 그건 아마도 근 3주간의 방학기간으로 애 셋을 돌보며 거의 돌아버릴 지경에 이른 나의 상태 때문에 감정이입이 과하게 되서 그런가보다 했다. 둘째, 셋째, 그리고 마지막 장을 읽고 아빠와 당사자인 ‘ 우주'의 짧은 글을 읽으며, 또 울컥 눈물이 차오른다.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이 책 전체에 흐르는 가족의 의미와 사랑의 풍요로움이 참 따뜻하고 애틋해서 그런 것 같다

그렇다고 저자가 막 가정은 천국이요 막 행복해 죽겠다고 적은 것도 아닌데... 오히려 미련해보이던 선택은 은혜로 채워지고 고통스럽던 순간이 성장의 시간임을 인정하는 담백한 고백이 더 내안에 크게 울렸다. , 가족이란,,,이런 거지,,,

오늘 우리집 1호 소율이는 잠 잘 시간이 다 되서 갑자기 그리도 이뻐하는 막내 다율이가 없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다율이 없이 동생들 없이 엄마랑 블록쌓기 놀이를 하고 싶은데 엄마가 동생 돌보느라 자기와 너무 놀아주지 않아서 슬프다는 거다. 그러더니 결국 이불을 뒤집어쓰고 훌쩍거렸다. 그런 언니를 보고 요즘 거의 언니 복사본 2호인 해율이는 자기도 퍼즐 맞추기를 엄마와 하고 싶다며 우는 소리다. 언니들의 화근? 막둥이 다율이는 그저 배가고프고 잠이 와서 눈을 비비며 뒤뚱뒤뚱 엄마 뒤만 따라다니며 재워달라고 징징거렸다.

아이들의 요구와 자유롭지 못한 내처지로 요 며칠 몹시도 우울한 시간을 보냈더랬다. 가족은 내가 일개미처럼 일하고 돌봐야 할 업무이고 짐처럼 느껴졌다 넋을 놓고 싶었다. 그냥 이 모든 것을 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련한 나의 선택으로 아이들도 남편도 나도 불행하게 사는 것은 아닌가 괴롭기도 했다. 그런 찰나에 이 책을 만난 것은 참 다행인 것 같다. 그래 가족은, 감당해주고 추억을 나누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지,,,

먼저 잠든 동생들 곁에서 살짝 나와 소율이 옆에 누웠다. 늘 아빠 곁에서 자거나 한방에 자도 엄마 곁은 동생들 차지라서 혼자 벽보고 자는 소율이를 등 뒤에서 꼭 안아주었다. 아직 잠들지 않은 녀석이 좋아하는 숨소리가 느껴졌다. 그리고 이내 잠이 들었다. 지금은 엄마의 빈자리가 서운하겠지만, 머지않아 엄마가 그 서운함 다 날려줄 시간을 가질 수 있길 기도했다. 나는 평생 소율이 엄마니까.

나의 엄마가 내게 그렇게 해주셨듯이 나도 소율이에게 미안함을 갚을 날이 있을 것이다. 버거워서 벗어버리고 싶은 순간들이 불쑥불쑥 찾아오지만, 내게도 우주같은 가족, 자녀가 있음이 은혜인건 맞다.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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