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김영준]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 김영준
  • 승인 2018.03.04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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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목사의 설교 노트 - 행전 19:11~22

후에 로마도 보아야 하리라”(19:21) 바울이 가야할 길 마지막은 로마입니다. 로마에 가고자 하는 바울이 예루살렘에 가기로 작정합니다. 전혀 반대 방향입니다.

예루살렘으로 가는 바울을 위해 어떤 제자는 성령의 감동으로 바울더러 예루살렘에 들어가지 말라고 합니다.(21:4) 선지자 아가보는 바울이 예루살렘에 간다면 결박당해 이방인의 손에 넘겨지게 될 것이라고 예언합니다.(21:10,11) 불길한 예언을 들었지만, 바울은 개의치 않고 예루살렘으로 갈 태세입니다. 죽음을 각오하고 가겠다고 합니다. “나는 주 예수의 이름을 위하여 결박당할 뿐 아니라 예루살렘에서 죽을 것도 각오하였노라”(21:13)

서쪽에 있는 로마를 보겠다고 선언한 바울이 동쪽에 위치한 예루살렘으로 가고 있는데, 길을 잃지 않습니다. 누구도 바울이 길을 잃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람을 만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로마로 가겠다는 바울이 로마 반대쪽을 향해 가면서 에베소뿐 아니라 전 아시아 수많은 사람을 만납니다.(19:26) 밤중까지 강론하며 사람들을 만납니다.(20:7) 창에 걸터앉아 졸다가 죽은 유두고를 살리기도 합니다.(20:7~12) 에베소 장로들을 만나 유언 같은 설교를 합니다.(20:17~24) 예루살렘에서 가까운 가이사랴에서는 전도자 빌립과 그 가족을 만납니다.(21:8~9) 서쪽에 있는 로마로 가겠다는 바울이 동쪽에 있는 예루살렘으로 가고 있는데도, 길을 잃었다고 판단하지 않는 이유는, 길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울이 로마에 가겠다는 것도 제국의 수도를 보겠다는 게 아니라, 로마에 있는 사람들을 보기위해서입니다. 로마에서 바울을 만난 사람들이 로마에서 뻗어나가는 길을 통해 또 다른 사람들을 만나길 기대함입니다. 바울에게 로마행은 중요한 사업이지만, 사업의 목적은 사람을 만나는 것입니다. 어디로 방향을 잡든, 어디에 머무르든 사람을 만나고 있다면 길을 잃지 않은 것입니다.

어떤 길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는 생각 할 때 많습니다. 지금까지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면, 더 혼란스럽습니다. 일반대학을 졸업하고 신학대학원을 갔습니다. 외국인노동자센터에서 일하다가 지역교회를 섬겼습니다. 교회를 개척하고 사실상 동네도서관이 근무처였습니다. 발달장애인을 만나고 협동조합 운동을 합니다. 이주민들과 검정고시를 공부하기도 합니다. 협동조합과 검정고시 교사로 참여하시는 사람들의 면면은 다양합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이주민과 내국인, 보수와 진보, 좌와 우, 종교인과 비종교인, 정치인과 활동가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납니다. 예상하기 어려운 궤적을 따라왔습니다. 전진과 후진이 반복되고, 좌와 우가 섞여있습니다. 전후좌우 비틀거리며 갑니다. 가고 있는데, 길을 모르겠습니다.

길을 모르겠지만, 길을 잃었다는 생각이 들진 않습니다. 사람들을 만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전에 알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디로 가고 있든, 머무는 곳이 어디이든 사람을 만나고 있다면 길을 잃은 게 아닙니다. 사람들을 만나 하나님나라에 관해 말하고, 함께 고민하고 있다면 제대로 길을 가고 있는 겁니다.

바울의 목표는 로마입니다. 서쪽에 있는 로마를 목표로 설정하고는 동쪽에 있는 예루살렘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목표가 무엇이든 사람을 향해 갑니다. 사람이 나침반입니다. 참사람 예수가 바울에게 나침반입니다. 예수께서도 예루살렘에 가셨었지요.

예수의 목적은 생명입니다. 영원히 사는 것입니다. 영생을 목적으로 삼고는 죽음이 기다리는 예루살렘으로 방향 잡아 가셨습니다. 로마에 가고자하는 바울이 전혀 반대 방향인 예루살렘으로 가는 이유, 살아야 갈 수 있는 로마인데 예루살렘에서 죽을 것도 꺼리지 않는 이유, 참사람 예수께서 가셨던 길을 따르기 위함입니다.

생명(生命)은 살아있으라는 명령입니다. 어떠하더라도 살아있으라는 하나님의 명령이 생명입니다. 가난해도, 아파도, 고립되어도, 장애가 있어도, 상처 입었어도, 어떠하더라도 살아있으라는 하나님의 명령, 생명입니다. 하나님의 명령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실 예수님께서 죽음이 기다리는 예루살렘으로 가셨습니다. 죽을 수 있는 줄 알지만,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살아있으라는 명령, 생명을 누구보다 성실하게 이행해야할 예수가 죽음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마땅히 살아서 하나님의 명령을 수행해야할 예수가 죽음을 무릅쓰고 예루살렘으로 갑니다. 메시아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예루살렘에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를 메시아라 기대하는 사람들이 예루살렘이 있기 때문입니다. 메시아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메시아가 어떤 존재인지, 말해주기 위해 보여주기 위해, 죽음이 기다리고 있는 예루살렘으로 가셨습니다.

갑니다.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갑니다.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길이 있습니다. 길엔 만남이 있습니다. 만남이 있거든, 길을 잃은 게 아닙니다. “새로운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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