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환] 너희가 이 성전을 헐라
[이택환] 너희가 이 성전을 헐라
  • 이택환
  • 승인 2018.03.04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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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환 목사의 설교 - 요 2:13-22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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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 국회의원이 삼일절을 앞두고 공개석상에서 ‘겐세이’라는 일본어를 사용해서 부적절하다는 논란이 있었습니다. 그 단어는 과거 당구장에서 많이 사용했던 용어인데, 당구계에서도 오래전부터 겐세이 대신 '수비'(또는 ‘견제’)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그리스도인들도 그리스도인이 사용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용어들을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가령, 교회 장례식에서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말을 종종 사용하는 것을 봅니다. 원래 명복을 빈다는 것은 명부(冥府), 즉 저승에서 심판받을 때 잘 되기를 바란다는 말입니다. 최근에 “신과 함께”라는 영화에서 주인공이 죽어 저승에 가서, 염라대왕 앞에서 심판받는 장면을 생각하면 됩니다. 악한 사람은 지옥에 떨어져 온갖 형벌을 받지만, 착한 사람은 복을 받아 환생하게 됩니다. 그 복이 바로 명복입니다. 불교 용어지요.

그런데 오늘 요한복음 2장 말씀과 관련해서도, 오늘날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잘 못 사용하는 용어가 하나 있습니다. ‘성전’이라는 용어입니다. 목사, 성도할 것 없이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크고 화려한 교회 건물, 가령 여의도, 서초동, 양재동, 명일동 등에 있는 유명 교회 건물을 성전이라 부릅니다. 하지만 성전은 원래 고유명사입니다. 정확히 말해 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예루살렘 성전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그나마 주후 70년, 로마에 의해 완전히 파괴되어, 지금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성전이라는 단어를 성스러운 건물을 뜻하는 일반명사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우스 신전, 이슬람 성원, 불국사 같은 절도 성전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 가운데 아무도 교회건물을 그런 일반명사화 된 성전 가운데 하나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리스도인들이 아직도 교회 건물을, 성경에 나오는 예루살렘 성전과의 어떤 연속선상에서 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이 교회 건물을 성전이라고 부르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잘못일까요? 대단한 잘못입니다! 당장 오늘 예수님의 말씀과도 맞지 않습니다.

19절에서 예수님은 분명히 “성전을 헐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주님의 말씀에 순종해야 할 그리스도인들이 성전을 지어서야 되겠습니까? 있는 성전도 허물어야 할 판에 왜 성전을 자꾸 지으려고 합니까? 그 전에 예수님은 왜 멀쩡한 성전을 허물라고 하셨을까요? 그 성전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일찍이 헤롯대왕이 주전 20년에 건축을 시작하여 예수님이 지금 이 말씀을 하신 주후 30년경까지 거의 50년 간 건축 중인, 당시 유대에서 가장 크고, 가장 화려한 건물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게다가 성전은 다른 곳도 아닌 여호와 하나님의 집인데 말입니다.

“이 성전을 헐라!” 예수님 말씀의 말씀은 이제 성전의 시대가 끝났다는 것을 선언하는 일종의 “예언자의 상징적 행동”의 일환이었습니다. 이스라엘에서 처음 성전을 지은 사람은 솔로몬이고, 그 이전에는 모세의 성막이 있었습니다. 성막은 출애굽 한 이스라엘이 광야에서 하나님께 예배하기 위한 포터블 성전이었습니다. 그것은 나중에 이스라엘이 가나안에 정착해서, 이스라엘 왕국을 세운 후, 솔로몬이 건축한 예루살렘 성전의 그림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솔로몬 이후 성전 시대가 도래 했음에도, 예루살렘 성전을 가리켜 여전히 성막이라고 부른다면 난센스입니다. 그것은 성전에 대한 모욕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무슨 시대입니까? 지금도 여전히 성전 시대일까요? 앞에서 이야기 했지만 성전은 이미 주후 70년, 붕괴되어 세상에 없습니다. 그리고 성경이 누누이 강조하는 것은 그보다 30여 년 전,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과 함께 성전 시대가 끝났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19절에서도 예수께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19절,

“19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너희가 이 성전을 헐라 내가 사흘 동안에 일으키리라”

그러자 유대인들이 당장 받아칩니다. “이 성전은 헤롯이 46년 동안 지었는데, 네가 무슨 수로 삼일 만에 다시 세운다는 것이냐?” 여러분, 지금 예수님이 정말로 쇠망치를 가져와 성전을 부수라는 것일까요? 그렇게 하지 않아도 성전 건물은 언젠가 무너질 것입니다. 실제로 주후 70년 로마의 침공으로 돌 위에 돌 하나 남지 않고 완전히 붕괴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이 말씀은 비록 건물은 새 것이지만 낡은 제도로서의 옛 성전의 시대가 이제 끝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제 새로운 성전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인데, 그 새 성전이 바로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이 성전을 헐라 내가 ‘사흘’ 동안에 ‘일으키리라’!”라고 하신 것입니다. 여기서 일으키다(에게이로)라는 단어는 성경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단어입니다. 그 부활이 예수님 말씀대로 ‘사흘’ 동안에 일어났습니다.

새 성전 되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는 기존의 성막이나 솔로몬 성전, 헤롯성전과 같은 인간의 손으로 지은 것이 아닌, 하나님께서 친히 세우신, 아니 친히 하나님 자신이 완벽한 성전입니다. 그 성전에는 미숙한 인간 대제사장이 아닌 온전하신 대제사장 예수 그리스도께서 계십니다. 그 성전에서는 소와 양과 같은 동물이 아닌, 흠 없고 순결하신 예수께서 단번에 영원한 희생제물이 되셨습니다(히브리서의 주제!) 요한 시대의 독자들도 “이 성전을 헐라”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이미 예수님의 부활과 관련하여 이해했습니다. 21-22절,

“21 그러나 예수는 성전된 자기 육체를 가리켜 말씀하신 것이라 22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신 후에야 제자들이 이 말씀하신 것을 기억하고 성경과 예수께서 하신 말씀을 믿었더라”

하지만 오늘날 적지 않은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아직도,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과 성전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미 옛 성전 시대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성전타령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사람들이 성전이라고 부르는 건물은 성전이 아니라, 그냥 교회 건물, 예배당입니다.

오늘날 새 성전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은 단순히 성전을 중심으로 시대가 달라졌다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로 인해 구약의 모든 예언이 성취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과 함께 옛 율법이 완성되었고(율법의 끝은 예수 그리스도!) 성전도 완성되었습니다(성전의 완성은 예수 그리스도!). 이는 인류의 역사가 마침내 절정, 즉 종말에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 종말의 때, 이 땅 가운데 하나님 나라가 시작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은 왜 예루살렘 성전 붕괴를 말씀하셨을까요? 당시 성전이 타락했기 때문입니다. 그 때 대제사장들은 성전수입세와 여러 형태의 기부금, 십일조, 희생제물 판매금, 환전수수료, 성전 토지 수입 등으로 많은 자본을 축적했습니다. 그 과정에 엄청난 부패가 있었습니다. 예수님도 “내 아버지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말라!”고 경고하셨습니다. 더 나아가 아예 노끈으로 채찍을 만들어, 성전 안에서 소와 양과 비둘기파는 사람들과 환전상들을 내쫓으셨습니다. 그들의 돈을 쏟으시고 상을 엎으셨습니다(14-16). 이를 흔히 <예수님의 성전정화> 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일은 단순한 성전정화가 아니라 그 이상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성전이 정화된 후, 다시금 그 기능이 회복되기를 바라신 게 아니었습니다. 성전이 다시 정상적으로 기능하려면 희생 제물로 쓰일 동물 매매가 계속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성전 화폐가 계속 교환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을 모두 내쫓으셨습니다. 그들이 벌여놓은 판을 뒤집어 엎으셨습니다. 이는 단순이 성전정화 차원이 아니라 성전 정지를 의도한 행동입니다. 이제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 새 성전의 시대가 도래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옛 성전타령을 계속 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부지불식간에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부정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물론 그리스도인 가운데 의도적으로 그런 마음으로 교회건물을 성전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복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여전히 성전타령을 한다면, 그것은 본의 아니게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과 십자가의 죽으심과 부활을 부인하는 꼴이 된다는 것이지요. “우리에겐 새 성전 되신 예수 그리스도가 아니라 여전히 옛 성전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하는 셈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오늘날 한국 교회는 목사, 평신도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성전타령을 합니다. 단순히 잘못된 어휘사용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해 성경이 무엇을 말하는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무엇인지 아직도 잘 모르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 결과 아직도 한국교회가 옛 성전시대 율법주의에 젖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교회가 새 성전 되신 예수 그리스보다 옛 성전, 즉 건물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이미 수많은 교회의 목회 세습으로 드러났듯이, 그래서 많은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와 건물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선뜻 건물을 택하는 게 아닐까요? 지난 2월 28일은 명성교회 목회청빙 무효소송에 대한 총회재판 결과가 나오는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보란 듯이 선고가 연기되었습니다. 이번엔 총회 재판국이 예수님과 교회 건물 사이에서 예수님을 선택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건물도 포기하기도 어려워서 다시 장고에 들어간 것입니다. 아직도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복음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는 증거입니다.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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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복음을 모르는 일군의 한국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에 관한 증거가 또 나왔습니다. 지난 삼일절 광화문에 기도회, 이름은 기도회였지만 그들이 구한 것은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가 아니었습니다. 자유민주주의로 대표되는 친미, 반공, 대기업 중심 자본주의, 이승만-박정희-전두환-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는 그들만의 천국 이를 위해 한국교회와 성도들을 선동하는 모임이었습니다. 그들은 하나님 나라 복음을 전하는 데는 관심이 없고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온갖 가짜뉴스를 전파하는데 여념이 없습니다.

“이 성전을 헐라!” 예수님의 이 명령을 따라 교회가 헐어야 할 성전을 헐지 않을 때, 바로 이런 일들이 생깁니다. 십자가에 죽으시고 삼일 만에 부활하시고 친히 새 성전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선택하고 우리 안에 있는 온갖 낡은 옛 성전들을 허무는 모든 교우 여러분이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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