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나라 DNA를 주목하게 하는 책
하나님나라 DNA를 주목하게 하는 책
  • 김도열
  • 승인 2018.02.27 2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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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누리는 하나님 나라 (폴 트립, 생명의 말씀사, 2017년)
폴 트립, 지금 누리는 하나님 나라 사소하고 허무한 일상을 넘어 더 크고 의미 있는 삶 추구하기, 생명의말씀사, 2017년
폴 트립, 지금 누리는 하나님 나라 사소하고 허무한 일상을 넘어 더 크고 의미 있는 삶 추구하기, 생명의말씀사, 2017년

하룻밤에 영화를 10편씩 보던 때가 있었다. 세상을 다 이해하고 싶었고, 좋은 영화는 다 보고 싶었다. 어딘가(동굴이든 나만의 아지트든)에 홀로 쳐 박혀서 한 달 정도 주구장창'(주야장천) 폐인모드로 세계사에 남을 명작 영화들을 두루 섭렵하고 싶었다. 그러면 구회영('구십년대 회복의 영화를 위하여'라는 필명으로 기억한다)씨의 <영화에 대하여 알고 싶은 두세 가지 것들> 정도의 책을 쓸 수 있을거라 여겼다. 아니 아예 영화를 찍는 감독이 되고 싶었다. 이후에는 영화 찍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서는 영화 평론가가 되어야겠다로 선회했다.

그렇게 나의 꿈은 컸고, 이 세상에서 이름 석자 남기면 무언가를 이룰 거라 여겼다. 그렇게 만든 내 메일 주소가 jimmyul이다. 이는 James Dean의 애칭인 Jimmy와 내 이름의 호칭인 열(yul)을 합성한 표현이다. 그땐 그렇게 제임스딘을 좋아했고, 멋져보였다. 이후로는 성경의 저자 야고보(James)의 약자 Jimmy라고 스스로 번안해서 생각한다. 이후 고민 끝에 간사가 되고, 신학을 하고 지금은 목사가 되어있지만 영화는 내게 새로운 세상을 보게 해준 통로였다.

꿈은 크게 꾸라고들 한다. "Boys! Be ambitious!" 그렇게 큰 꿈을 꾸면서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인으로 살면서, 그리고 결혼을 하고 아이들까지 낳고 지내면서는 일상의 초라함에 주저앉는다. 그렇다. “아줌마, 아저씨들이여! 일상에 충실하라!” 마치 이게 44살 꽃 중년(?)의 일상을 위한 맥심이다. 한데여기에 다시 자기 세계에 안주하지 말고, 더 큰 세계에 다시 링크하라고 명하는 사람이 있어 나는 잠시 충격을 받았다. <목회, 위험한 소명>, <영혼을 살리는 말 영혼을 죽이는 말>, <위기의 십대 기회의 십대> 등으로 유명한 폴 트립이다.

일상을 잘 살아가고 있는데뭘 다시 더 큰 세계를 바라보라니? 저자의 주장은 일관되다. 어느새 우리는 자기 세계, 자기 왕국에 안주하고 있다는 거다.

많은 신앙인이 매주 교회에도 잘 나가고, 성실하게 교회 사역도 감당하고, 성경말씀도 잘 알고, 드러나게 악한 삶을 살지도 않지만, ‘더 높고 더 나은존재로 창조되었음에도 낮고 열등한삶에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22)

더 거대하고 더 중요한 것은 성경에서 오직 한 단어로 가장 적합하게 표현할 수 있다. 바로 영광이다.”(22)

모든 인간이 추구하는(그 사람이 알든 모르든) 초월적인 영광은 어떤 물건이 아니다. 그것은 인격이고, 그 인격의 이름은 하나님이다.”(25)

크리스천으로 일상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캣(11장 하나님 안에서 탄식하라 도입부 174-176)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이다. 만족하며 감사하며 사는 것, 그것이 자족이고 평화라고. 한데,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경건하지 않다는 것은 단순히 어떤 죄를 짓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 밖에서 만족을 찾으면서 끝없는 마음의 죄를 짓는 것이다.”(177)

하나님 나라의 삶을 산다는 것은 날마다 깊은 감사와 탄식의 긴장 관계 속에서 사는 것이다.”(184)

어쩌면 나는 탄식을 잃어버린 건 아닌가! 현실에 너무 안주하고 있지 않는가!

일상 속에 펼쳐지는 하나님 나라의 삶은 무엇일까? 거대한 꿈은 작은 일상으로 담겨진다. 영화평론가가 되고자 했던 꿈은 이제 한달에 한번 써내는 <교회복음신문>의 영화평과 침례교 격월간지 <뱁티스트> 영화평으로 쓰고 있다. 내 꿈은 하나님 나라랑 연결되고, 삶은 비루하고 너저분한 일상 속에 하루하루를 켜켜이 쌓고 있다. 그러함 속에 놓쳐버리기 쉬운 지금 누리는 하나님 나라는 그 둘을 연결해주는 경각심이 아닐까! 그 돌망치로 한 번씩 맞아야 아, 내 삶이 그저 여기서 잘 먹고 사는 것이 다가 아니지 하고 깨닫는다.

저자는 다양한 키워드들을 통해서 지금 누리는 하나님나라를 다양한 접근들로 해낸다. 재즈음악처럼 은혜의 선율”(193)공동체적 자유를 누리라고 말하며, 우리 삶을 하나님 나라의 크기로 확장하는 것용서를 구하는 삶의 방식”(210)이라고 말한다.

진정한 믿음은 우리 마음이 무엇을 보물로 여기느냐다.”(234) “땅에 매인 보물”(67)걱정에 이끌린 필요”(69)는 우리 마음의 전념”(70)을 자기 세계에 함몰하게 한다. 일상 속에서 하나님 나라를 사는 비결은 자기초점, 자기 의, 자기만족, 자기 의존, 자기 통치, 자기 영광”(83-86)에서 하나님의 영광, 직분의 영광, 공동체의 영광, 진리의 영광”(24-26)으로 선회하는 것이다.

마지막 장의 자크 이야기에 등장하는 장소의 중요성, 사역이 생활방식, 관계가 갖는 구원의 능력, 환대의 중요성, 오래 참음과 인내의 삶을 살도록 부름 받았다”(269)는 정리는 일상 가운데 더 큰 삶을 살도록 독려하는 삶이 곧 미션얼 라이프임을 보여준다. 우리 삶이 사역이며, 가치의 함몰이 아닌 가치의 응축을 드러내는 우리의 일상이 곧 지금 누리는 하나님의 나라이다. 저자의 독려는 더 큰 세계를 위해 지음 받은 우리의 존재됨의 하나님나라 DNA를 잃어버리지 말라는 충고로 들렸다.

다만 너무 세분화된 챕터 분류와 동어반복의 무한질주(?)로 책이 반 정도 분량으로 줄여도 될 것 같다는 건 옥의 티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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