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을 하는 이유, 신학을 해야 하는 이유?
신학을 하는 이유, 신학을 해야 하는 이유?
  • 박진아
  • 승인 2018.02.22 01:5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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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신학대학교에 다닌다거나 신학 공부를 한다고 하면 나를 보는 사람들의 반응은 즉각적으로 달라진다. 곧 성직자가 될 혹은 성직자인 사람으로 보기 때문에 나에 대한 기대치가 급 높아진다. 나 또한 그랬었다. 신학대생은 뭔가 다를 것 같고, 더 겸손할 것 같고, 더 신앙심이 깊을 것 같고, 더 헌신된 것 같고, 성경은 당연히 꿰뚫고 있을 것 같이 보았다. 그래서 교회에서 전도사님이나 목사님을 볼 때 높은 사람 대하듯 어떤 존경심을 가지고 보았다.

그런데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내가 신학교를 들어가게 된 이유는 매우 돌발적이다. 나는 평생을 성직자로 살겠다는 다짐으로 신학교에 간 것이 아니다결혼하고 나서 한 달 뒤, 갑상선 항진증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증상이 매우 심해서 일을 그만 두게 되었었다. 한 달간 집에서만 뒹굴거리는 내 모습을 보고 적잖이 놀랐던 남편은 미래를 위해 뭐라도 하는게 어떻겠냐고 권유했고, 국제개발협력 대학원을 준비하려고 하던 와중에 마침 횃불의 추가모집 공고를 본 남편이 지원이라도 해보라고 했다.

대학원 입학 프로세스가 어떻게 되는지 경험이라도 하자라는 마음으로 정말 아무 기대 없이 지원을 했었고 준비도 제대로 되지 않았던 나였지만 어떻게 합격을 했다. '신대원에 갈 일은 결코 없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열린 문이기 때문에 들어갔다. 그리고 학교를 다니면서 의외로 신학 공부가 재미있다는 걸 깨달았다. 재미있었던 이유는 교회와 지금까지 들었던 복음에 대한 회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강간과 총격이 빈번한 케이프 타운의 빈민가에서 내가 전하는 복음이 그렇게나 무력하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세월호와 박근혜 최순실 사건을 보면서 교회가 상처 입은 이들을 어떻게 무참히 짓밟았는지, 불의를 행한 이들을 어떻게 감쌌는지 보고 도대체 내가 믿는 기독교란 무엇인가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독교가 지금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가? 그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했다. 그게 내가 신학을 하게 된 진짜 이유다. 나는 진리수호를 위해 신학을 하는 것이 아니다. 목사나 전도사가 되기 위해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나에게 신학은 진리를 찾아가는 개인적 여정 중의 하나일 뿐이다. 석사과정을 하기로 결심한 것도 박사 과정을 하기 위해서나 교수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저 신학을 공부하다보니 내가 모르는 것들이 정말 많았던 것을 알게 되었고 알고 싶은 것이 있다 보니 공부를 더 하고 싶게 된 것 뿐이다. 나는 진짜 기독교가 무엇인지 진짜 크리스천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 공부한다. 이게 특별한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나는 그저 다른 이들과 똑같은 사람이고 신학을 공부할 뿐이다.

신학 공부를 하다 보니 알게 된 것은 생각보다 심각하게 신학생들이 공부를 진지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고, 신학대학원을 단지 목사안수를 받기 위해 거치는 관문으로만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한국 기독교에서는 너무 "오직 믿음"만 강조하다보니 지성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깔아 내리는 풍토가 있다. 이러한 풍토는 지금의 수많은 교회 상황에서 명백히 보여 지듯이 비상식적인 일들이 상식처럼 일어나는 원인 중에 하나가 되었다. 오히려 세상이 교회더러 정신 차리라고 손가락질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작금의 상황은 신대원에서 그리고 졸업 후에도 공부하지 않았던 지금의 수많은 사역자들의 열매이다. 자신들이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자신이 만들어낸 하나님만 믿고 사역지로 뛰어 들어가서, 성도들에게 "오직 믿음"만 강조하니 어떻게 성도들이 자신의 이성과 지성을 사용하여 목사의 말을 감히 판단하고 비판한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도 단지 목사가 신학 공부 좀 했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신대원 나와서 목사 안수 받았다는 것만으로 마치 자신이 진리를 다 아는 것처럼, 자신만이 진리의 수호자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매우 비양심적인 태도이고 행동이다. 그렇기에 자신이 진리의 대변자 혹은 수호자이기 때문에 대우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은 매우 잘못되었다.

성경'' 읽고 성경'' 파는 것도 위험하다. 그렇게 성경을 읽고 공부해서 제2의 신천지, 하나님의 성회가 나오는 것이다. 성경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이 있고, 그 시대의 코드가 있는데 어떻게 그런 것을 공부하지 않고 성경의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겠는가. 불과 100년 전의 한국어 고전도 해석이나 풀이가 없으면 결코 이해할 수 없는데 이천 년이 넘은 성경은 어떻겠는가.

이런 것이 전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성령께서 직접 가르쳐 주시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에게 생각하고 이해하는 능력도 같이 주셨음을 기억해야 한다. 안 그러면 학교가 왜 있겠는가.

신학 공부는 목사들만의 전유물이 결코 아니다. 이런 말을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크리스천이라면 신학 공부는 반드시 해야 한다. 나는 그것이 크리스천이 마땅히 해야 할 일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하면 억지로 해야 할 일 같이 느껴지겠지만 실은 매우 간단하다. 내가 크리스천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복음이 정말 무엇을 말하는지 스스로 알고자 하고 공부하는 것이 신학 공부이기 때문이다. 진리를 찾아가는 여정, 그것이 신학이다.

칼 바르트는 신학은 교회에 봉사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나는 아직 미숙해서 봉사까지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지만, 내가 열심히 진리를 향해 고민하고 씨름했던 것들이 언젠가는 내 옆의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전도로 누군가를 꺾거나 개종시키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복음이 사랑임을 제대로 이해하고 내 옆의 누군가를 사랑하고 섬기고자 하는 나의 작은 행동, 마음이길 바랄 뿐이다.

 

글쓴이 박진아는, 목회학 석사(M.Div) 과정을 막 마친 고민많은 그리스도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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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SHIN 2019-10-17 21:34:35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제가 신대원을 가려고 하는 이유를 잘 설명해 주시는 것 같아서 아주 좋습니다. 저도 목사가 되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Jason 2019-05-07 22:42:51
검색을 하던 중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 참으로 보기 드문 솔직하면서도 용기 있는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코맨트를 읽으시게 될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깊은 공감을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