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잣대로 나의 행복을 재단하지 마라!
세상의 잣대로 나의 행복을 재단하지 마라!
  • Huuka Kim
  • 승인 2018.02.19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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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마저 거름이 되는 삶의 패러독스
소노 아야코, 약간의 거리를 둔다 소노 아야코 에세이 | 상처마저 거름이 되는 삶의 패러독스, 책읽는고양이, 2016년
소노 아야코, 약간의 거리를 둔다 소노 아야코 에세이 | 상처마저 거름이 되는 삶의 패러독스, 책읽는고양이, 2016년

소노 아야코, 약간의 거리를 둔다 소노 아야코 에세이 | 상처마저 거름이 되는 삶의 패러독스, 책읽는고양이, 2016.

독특한 삶의 이력은 삶의 근력을 담아낸다. 좋든 나쁘든 말이다. 하지만 그 독특함은 듣고 읽어내기에는 좋지만 내것으로 취하기에는 거리감이 있다. 그런까닭에 자신의 삶으로 다른 사람의 삶까지 이래라 저래라 하는 식의 글들은 선호하지 않게 된다. 그럼에도 소노 아야코의 <약간의 거리를 둔다>는 단숨에 읽고 다시 잡고 읽었던 책이다.

책머리에 소노아야코에 대하여 이렇게 소개한다.

소노 아야코는 소설가. <멀리서 온 손님>이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오르면서 문단에 데뷔했다. 폭력적인 아버지 때문에 바람 잘 날 없던 어린시절을 보냈다. 게다가 선천적인 고도근시를 앓았기에 작품을 통해 표현된 어린시절은 늘 어둡고 폐쇄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부조리는 소설가로서 성장하는 데에 밑거름이 되어주었다. 소설가에 대한 편견이 심하던 시대였으나 반골 기질인 소노 아야코는 망설임 없이 소설가의 길을 선택하였다.

한편 평생 독신을 꿈꾸었지만 같은 문학동인지 멤버였던 미우라 슈몬을 만나 22세의 나이에 결혼하여 지금까지 평온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그러나 소노 아야코는 50대에 이르러 작가로서 또 인간으로서 위기를 맞는다. 좋지 않은 눈 상태에 중심성망막염이 더해져 거의 앞을 볼 수 없는 절망을 경험한 것이다. 가능성이 희박한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면서 태어나 처음으로 안경 없이도 또렷하게 세상을 볼 수 있는 행운을 맛 본다

불우했던 유년시절. 실명위기.자신에게 닥친 불행을 인생의 밑거름으로 삼을 수 있었던 그녀의 저력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우리는 그녀의 글을 통해 그 저력을 발견하게 되고 그녀의 저력을 우리의 것으로 취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총 4154가지의 짧은 글들의 모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154가지라고 해서 엄청 두꺼운 책을 상상하면 안된다. 156페이지로 이루어진 작은 소책자이다. 하지만 책을 펼치면 엄청난 여백과 짧은 글에 놀란다. 마음 먹으면 한 시간만에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그렇게 읽어버리면 이 책은 맛이 없다. 소가 되새김질을 하듯 한편한편 입안에 머금어 목구멍으로 넘겼다가 하늘 한번 올려다 본 후,되씹는 반추의 과정을 겪어야 제대로 된 소노 아야코의 맛을 본 것이라 할 수 있을 듯하다.

행복은 상대적인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를 통해 내가 얼마나 행복하고 불행한지를 결정한다. 이러한 객관적 행복을 좇느라 지친 영혼을 위로하고 '나답게 사는 삶'으로 이끌어주는 소노 아야코의 처방은 쉽고 명쾌하다. "좋아하는 일을 하든지, 아니면 지금 하고 있는 그 일을 좋아하면 된다."

사람에게 상처를 받는다라고 말할 때 우리는 결코 모르는 사람에게서거나 먼 곳에 있는 사람에게 상처받지 않는다. 나와 가장 가까운 그 누군가로부터, 일상을 나누는 삶의 테투리 안에 있는 사람에게로부터 상처를 받는다. 그런 경우 소노 아야코는 약간의 거리를 두라고 말한다. 왜 그럴까? 간단하다. "떨어져 있을 때 상처받지 않는다"라는 거다. 목조로 지어진 건물의 나무들은 약간의 틈을 두고 맞추어 간다고 한다 그 약간의 틈이 충격으로부터 완충작용을 하며 오랜 시간 풍화작용을 겪으며 생기게 되는 변화를 예방해 주듯 사람들 과의 약간의. 최소한의 시간의 거리. 마음의 거리가 완충지대역할을 감당한다는 것 아닐까?

"거리라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의미를 갖는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떨어져 있을 때 우리는 상처받지 않는다. 이것은 엄청난 마법이며 동시에 훌륭한 해결책이다. 다른 사람도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내 경우엔 조금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으면 세월과 더불어 그에게 품었던 나쁜 생각들, 감정들이 소멸되고 오히려 내가 그를 그리워하는 건 아닌가 궁금함이 밀려온다. p.121"

잠언 308절을 보면 "곧 허탄과 거짓말을 내게서 멀리 하옵시며 나로 가난하게도 마옵시고 부하게도 마옵시고 오직 필요한 양식으로 내게 먹이시옵소서."라고 기록되어 있다. 적당함이다. 우리의 삶에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은 적당함은 삶의 여유와 안정감을 준다. 그녀는 그 삶의 여유와 안정감에 더하여 이렇게 표현한다.

"적당한 자신감. 적당한 가난 또는 적당한 풍요로움 적당한 좌절감 적당한 성실 적당한 안정 적당한 거짓말, 적당한 슬픔, 적당한 싫증, 적당한 기대 또는 적당한 체념 ... 이것들이 인생에 깊이를 더하고 그늘을 드리우며 좋은 맛과 향기가 나는 존재로 만들어 준다. p.149"

그 적당함에 미치지 못해서 불행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더불어 지나친 욕심으로 적당함을 몰라 불행한 사람들 또한 그 얼마나 많은가? 인생에 깊이를 더하고 그늘을 드리우며 좋은 맛과 향기가 나는 그러한 적당함. 내게도 주어지면 좋겠다.

 

<구성>

1부 나답게가 중요해. / 2부 고통은 뒤집어 볼 일 / 3부 타인의 오해 / 4부 보통의 행복

 

< 마음에 담아둔 문장 >

내가 기쁨을 느끼고 즐거워하는 일에서 타인이 흉내낼 수 없는 나만의 완성도를 갖춰 놓는 것이 바로 성공적인 인생의 기준점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든지. 아니면 지금 하고 있는 그 일을 좋아하면 된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pp.11-12

그중에서도 인내가 가장 필요한 곳은 사랑이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보여줘야 할 대다. 상대를 소중히 생각한다면 그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견딘다. 절대로 버리지 않는다. 인내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인간을 받들어 주는 힘이다.p16

나를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고 나의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도 나에게만 주어졌다. p.20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결과에서 신의 깊은 배려를 찾아내는 것 .여기까지 생각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p.34

세상은 모순투성이다. 그리고 이 모순은 인간에게 생각하는 힘을 준다. ... 역설적이게도 인간이 인간답게 숭고해질 수 있는 까닭은 세상이 매우 불완전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p.49

고뇌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고뇌가 없는 인간은 인간성을 상실한다. 고뇌하지 않는 인간에겐 신도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어떤 운명으로부터도 우리는 배운다 그것을 배우지 못한 인간만이 운명에 패배하는 법이다. pp.51-52

불행한 사람만이 희망을 소유한다. 행복에 대한 갈망은 오직 불행한 가운데 키워지기 때문이다. 절망적인 운명을 똑바로 응시하지 않는 한 희망의 본질에서 빛나고 있는 삶의 비밀은 영원히 드러나지 않는다. pp.61-62

사람은 자기다울 때 존엄하게 빛난다. 자기가 아닌 다른 누군가. 혹은 다른 무엇인가를 흉내내고 비슷해지려고 시도하는 순간 타고난 광채를 상실한다. ... 매력적인 사람의 특징은 그에게 주어진 인생의 무게를 받아들이고 수용했다는 너그러움이다. pp. 66-67

최후의 순간까지 내가 살아온 의미에 대한 해답은 정해지지 않는다. p.70

서로에 대한 마음을 침묵으로 지켜냈을 때 친밀한 관계에 신뢰가 더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p.117

사람이나 집이나 약간의 거리를 둬 통풍이 가능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최소한의 예의인 듯 싶다. p.120

서툰 불평은 짜증이 나지만 정리가 잘된 불평은 예술이 되기도 한다. p.129

감사는 마지막까지 우리와 함께하는 영혼의 고귀한 표현이다.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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