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스티아의 40명의 순교자
세바스티아의 40명의 순교자
  • 옥성득
  • 승인 2018.02.17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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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40명'은 순교의 본질을 보여준다

다음 주는 수업 시간에 김은국의 <The Martyred>를 읽고 토론한다. 그런데 어제 마이크로필름 자료에 잘 알려진 로마군인 40명의 순교자 이야기가 있는 게 아닌가. 사순절의 시작과 함께 "거룩한 40"(Holy Forty [40 martyrs of Sebaste, Leseer Armenia])이라는 말이 다가와서 이 이야기를 올린다.

313년 콘스탄티누스와 기독교 박해종식 칙서에 공동 서명한 리키니우스(Licinius, 263~325)) 동로마 황제는 316년 태도를 돌변하여 카파도키아 지역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신앙을 버리라고 명령한다.

Bishop Basil of Caesarea(370379)의 기록에 따르면, 이 당시 세바스티아[Sebastia, 지금 터기의 Sivas] 지역을 다스리던 총독 아그리콜라우스는 40명의 기독교인 군인들을 벌거벗겨 꽁꽁 얼어붙은 호수의 얼음을 깨고 집어넣는 고문을 가하며 배교를 강요한다. 그리고 호수 곁에는 장작불을 지펴놓고 이교신을 위한 제단을 만들어 놓고 그 옆에는 따뜻한 물을 채운 욕조를 놓아두고 배교를 유혹했다.

그러나 40인의 군인들은 한 목소리로 밤새 노래를 부르며 버텼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위한 40인의 선한 군인, 40인의 선한 순교자라네”(40 good martyrs, 40 good soldiers for Christ.)

이들은 3일간이나 지독한 추위를 견뎌내며 기도와 노래를 했는데 그만 그 중 한 명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와 이교신 제단에 제사를 드리고 따뜻한 욕조에 뛰어들었으나 심장마비로 즉사하고 만다. 동료의 배교로 슬픔에 잠긴 군인들은 다시 힘을 내 노래를 우리는 그리스도를 위한 39명의 선한 군인, 39인의 선한 순교자라네.”

이 때 이교도 교도관 군인이 잠시 졸다가 꿈을 꿨는데 하늘에서 천사장이 내려와 순교를 작정한 이들의 머리 위에 면류관을 씌워 주는 것이 아닌가? 이에 감동한 교도관 군인이 배교한 병사의 자리를 대신 자기가 채워 면류관을 받기 위해 옷을 벗어 던지고 자신도 기독교인이 되겠습니다라고 외치며 순교를 다짐한 대열에 참가한다. 군인들은 다시 노래를 부르니 바로 우리는 그리스도를 위한 40인의 선한 군인, 40인의 선한 순교자라네."

그 다음 날 아침 총독은 아직도 숨이 남아 있는 40명을 끄집어내어 화형에 처한다. 그러나 이들의 장엄한 순교로 기독교에 대한 박해는 중지되는데, 바로 2년 뒤 콘스탄티누스대제가 동로마 황제 리키니우스를 마지막 회전에서 격파시키며 로마제국을 재통일하고, 기독교에 자유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김은국의 <순교자>에 나오는 '순교자 12'이 침묵하는 하나님 앞에서 사실과 진리와 양심에 대한 질문을 한다면, 로마 병사 '거룩한 40'은 순교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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