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교역자를 동역자로 받아들일 수는 없는가
부교역자를 동역자로 받아들일 수는 없는가
  • 김디모데
  • 승인 2018.02.17 01: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A 목사가 사역하는 교회의 청년부 숫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그 때문에 청년부 담당 부목사는 정말 괴로웠다. 차라리 자기가 설교 한다면 불만이라도 없었겠다. 그러나 청년부 설교는 담임목사가 독점하고 있었다. 모임을 떠나는 청년들은 담임목사 설교가 싫다고 했다.

담임목사는 그런 사실도 모르고 오히려 청년부 부목사를 청년부 숫자 줄게 한다고 호되게 질책하고 혼낸다. 차마 부목사는 떠나는 청년들이 당신의 설교가 싫어서 떠난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그저 열정과 사랑이 부족하고 아이들을 관리 못했다는 비난을 한 몸에 받아야 될 뿐이었다.

"나이가 많으셔서 저랑 안 맞는것 같아요", "

설교 때 정치 얘기 좀 안했으면 좋겠어요", "

설교 때 자식 자랑하는데 정말 짜증나요",

"우리 교회 분위기는 딱 봐도 촌스러워요"

그렇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청년들의 이 같은 노골적인 불만을 담임목사에게 그대로 전달한다면 자신의 책임을 담임목사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고충을 말씀드렸다가 찍히기라도 하면 좁은 교단 안에서 분명히 부목사의 험담을 하고 다닐 것이고, 그러면 매장 당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도대체 언제쯤이면 이런 답답한 상황이 바뀔 수가 있을까 분기마다 점검받는 청년들과 청소년들의 머릿수를 기준으로 능력 있는 목회자 사역자라고 인정을 받는 이 쓰레기 같은 인식이 언제쯤 바뀔까이렇게 하소연 해오는 목회자 친구들의 사정을 듣다보면 군대보다 심한 목회자 세계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고 하지만, 교회가 싫다고 목사가 떠날 수는 없다.

누군가는 나보고 너무 부교역자 입장에서 한사람 쪽 얘기만 듣고 섣불리 판단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런 일이 교회내부의 공공연한 사실인 것을 이제는 다 안다그래서 비록 편파적이라 해도 나는 부교역자 편에 서서 말하고 싶다. 4대보험도 안 되는 최저임금을 받으며 사명을 앞세워 헌신을 강요당하고 소모품처럼 쓰이다 버려진 이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부교역자는 회사의 부하직원이 아니다. 계급적 상하관계와 상명하복이라는 불문률의 틀 안에서 규정되는 직분도 아니다. 동일한 동역자인 것이다. 부교역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담임 목사와 성도들의 심부름꾼이 아닌, 실적(성도숫자 증가, 헌금액수 증가)을 못 올리면 해고통보를 받아야 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아닌, 하나님나라의 귀한 일꾼이자 교회 공동체를 함께 섬기는 '동역자'로서 말이다.

그래서 어떤 교회의 담임목사의 인품은 그 교회 부교역자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가장 정확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