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도 내규도 다 선교사를 위해서 있는 것인데
단체도 내규도 다 선교사를 위해서 있는 것인데
  • 박상현
  • 승인 2018.02.16 2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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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선교단체의 규정에 이런 사항이 있었다. 1년에 한번 모든 회원이 모인다. 무단으로 미참석시에는 벌금 300. 미리 공지하고 불참하는 소수의 인원을 제외하고는 이 원칙은 잘 지켜졌다. 그런 어느 날, 항상 오던 A 가정이 불참했다. 그것도 말도 없이.

그러자 그 단체는 그 가정에 300불의 벌금을 내도록 했다. A 로서는 나름 사정을 얘기하며 억울해 했는데 소용이 없었다. 그 내용은 이렇다. 모임에 참석하러 오는 중에 아이가 너무 아파서 급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아이를 진정시키고 그 먼 거리에서 (10시간거리) 다시 가기에는 상황이 여의치 못했다.

A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참작하여 벌금을 안 내도록 배려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는가? 일부러 안 온 것도 아니고, 오다가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인데. 게다가 우리는 모두 동역자들이 아닌가?

이때, 등장하는 B 같은 원칙주의자들이 있다. 튀고 싶어 환장한 사람, 인간관계 별로인 사람이 꼭 손을 들고 의견을 낸다. '이 사정, 저 사정 다 봐주면 뭐 하러 원칙을 세웁니까, 우리가 세운 원칙이니 우리가 지켜야합니다. 사례가 하나 생기면 이 사례를 이용하는 선교사가 생길 것 입니다.' 라고. 다른 사람들이 예상한 대로 얘기한다.

뭐 일반 사회에서는 당연히 나올법한 이야기 이다. 아니, 내 생각에는 별로 안 나올 것 같다. 하여튼. 문제는 이 모임이 선교사들의 모임이라는 것이다.

선교 단체는 선교사가 필드에서 최대한 안정적으로 사역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다. 위기를 예방해주고, 위기상황 발생 시 반응하여 대처하는 역할이다. 선교사가 할 수 없는 고국 일을 대신 해주는 심부름꾼의 역할 또한 있다. 재훈련, 디브리핑, 심리상태 등 멤버케어에 대한 정말 중요한 역할도 가지고 있다. '디브리핑'(debriefing)은 지난 사역을 돌아보고 요약하고 평가하는 시간이다. 선교사로 구성된 선교 단체의 기본은 섬김과 배려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다들 '그게 당연한 것 아닌가' 생각하겠지만, 원칙주의자들은 결정적일 때 섬김이고 배려고 없다. 그들에게는 원칙이 중요하니까.

이것은 본국의 파송단체나 필드에서 만들어진 단체나 똑같다고 생각한다. 구성원들에게 힘이 되고 격려가 되는 일이라면 같이 영차영차 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어야 한다. 원칙을 융통성 있게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도덕적 또는 윤리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선교사가 있으면 세상이 손가락질 못하도록 단호하게 치리해야한다. 치리에 있어 섬김과 배려는 결국 예수님이 오해받고 욕먹는 상황을 만들 것이다. 많이 봐왔지 않는가.

이건 현장에서 사역하는 팀이나 사역 현장에서 구성된 단체도 마찬가지다. 원칙과 규정은 모두 선교사를 위한 것이다. 그 안에 섬김과 배려는 기본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한 유연성은 반드시 팀이 가지고 있어야할 필수 항목이다. 원칙과 규정 때문에 선교사가 상처받고 떠난다면 그것은 우리가 기본을 잊고 있다는 것이다.

단체를 위해, 규정을 위해, 선교사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선교사를 위해 단체가 있고, 내규가 있는 것이다. 선교사는 돕는 것, 배려하는 것, 섬기는 것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먼저, 당신이 속한 곳에서.

 

글쓴이 박상현은, 탄자니아에서 사역하는 GMP 선교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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