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 본문만으로 이해하고 설교하는 한계를 넘도록 돕는 책
성서 본문만으로 이해하고 설교하는 한계를 넘도록 돕는 책
  • 유영성
  • 승인 2018.02.14 2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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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그 L. 블롬버그 외 21인 지음, 스캇 맥나이트, 그랜트 R. 오스본 엮음, 현대 신약성서 연구, 새물결플러스, 2018년
크레이그 L. 블롬버그 외 21인 지음, 스캇 맥나이트, 그랜트 R. 오스본 엮음, 현대 신약성서 연구, 새물결플러스, 2018년
크레이그 L. 블롬버그 외 21인 지음, 스캇 맥나이트, 그랜트 R. 오스본 엮음, 현대 신약성서 연구, 새물결플러스, 2018년

사도행전 19장에서 바울은 아볼로가 고린도에 머무는 동안 윗지방을 돌아다니다가 에베소에 와서 어떤 제자들을 만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들과 얘기를 하는데 성령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이들은 성령의 존재도 몰랐다고 했고 바울은 이때 예수를 전하며 그들이 이전에 받았던 요한의 세례와 무관하게 다시 세례를 베푼다. 이 세례는 독특하게 '회개의 세례'라고 되어 있다.

요한의 세례는 회개의 세례였다. 즉 회개가 세례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가 명백하게 드러난다. 그 세례를 받자 성령이 임했고 그들은 방언도 하고 예언도 했다고 한다. 이들을 사도행전 저자는 열 두 사람쯤이라고 적었다. 눈으로 봐도 정확히 셀 수 있는 인원이었는데 왜 저자는 ''이라고 했을까?

대부분의 설교자들은 이 본문을 설교할 때 회개라든가 세례라든가에 집중하고 각종 은사는 어떻게 성도에게 나타나는가 정도에서 머물게 된다. 혹은 요한의 세례와 바울의 세례가 어떻게 다른가 정도까지 깊어진다면 그래도 공부를 꽤 하고 설교하는 셈일 것이다.

하지만 좀 더 신약을 덕후스럽게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열두 명쯤이라는 문장이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아주 매력적인 문장이다. 19장 중반을 넘어가면 반복되는 문장이 또 있다. "에베소에 사는 유대인과 헬라인"이라는 말이다. 특히 17절에서는 굳이 민족적으로 구분되었던 이들이 함께 주의 말씀을 들었고 악귀 사건을 경험했으며 주 예수의 이름을 높였다고 되어 있다.

당시 에베소에 살고 있던 유대인 그룹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소아시아 서쪽에 위치했던 도시 아프로디시아스에서 회당 명문이 발견된 이후 사도행전 10, 13, 16장 등에서 발견되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들"과 동일한 그룹은 아닐테지만 적어도 소아시아에 틀림없이 존재하고 있던 이방인 개종자 그룹들에 대한 언급은 현대 신약 연구에서 꽤 중요한 이슈다.

아프로디시아스 회당 명문이 발견되기 전에는 이 그룹이 누가가 가상으로 만든 것이라는 의견을 크라벨이 냈지만 명문 기록에 따르면 돌기둥에 새겨진 세 명의 유대교 개종자 이름이 분명히 나옴으로써 그 역사성이 입증되었다. 연구는 디테일하게 되어서 이 명문에 기록된 유대인과 개종자 그룹 간에 여백이 있음도 확인한다.

이들의 존재를 아는 것은 에베소에서 바울의 활동과 그 영향력과 당시 유대교의 문제들을 인식하는 데에 중요한 기반이다. 이런 연구들이 학자들에 의해서 지속되고 있고 새로운 고고학 유물들을 바탕으로 당시 소아시아의 문화를 확인해볼 수 있다는 것을 안다면 우리가 가진 한글 텍스트 안에서만 성서를 이해하고 설교를 한다는 게 많은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방 세계에서 유대인들이 이방신들에 대한 당시 헬라인들의 철저한 숭배 문화를 거부하면서 유대교 신앙을 고수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는데 그 경황에 바울은 이방인들에 대한 선교적 열정을 불태운다. 이것은 단순히 선교라는 큰 목적을 이루는 데 필요한 열정으로 무마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신전 제사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수십 명을 처형하던 당시의 이방제사 문화를 기록으로 접하지 않으면 선교가 어떤 맥락에서 이루어졌었는지를 이해하기 어렵다.

그냥 가서 전하라는 맹목에 가까운 이해만으로는 선교지의 현실을 제대로 알 수 없다. 신약을 덕후스럽게 파헤치고 공부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윤리적 강령 정도로 설교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우리 기독교 역사 속에서 어떤 정황과 조건 속에서 전해졌던가를 이런 연구들을 통해 보다 분명하게 들여다보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한다. 그 공부에 대한 가이드가 바로 이번에 나온 신간 <현대 신약성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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