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을 바라보는 마음
평창올림픽을 바라보는 마음
  • 이인엽
  • 승인 2018.02.10 21: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반도 평화의 물꼬를 터주기를 소망
대한민국청와대 효자동사진관
ⓒ대한민국청와대 효자동사진관

이런 역사적인 순간들을 조국에서 함께 하지 못해서 아쉽지만, 멀리서나마 방송으로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과 평창 올림픽 개막식을 보고 감동하고 기뻐했습니다. 88올림픽이나 중국의 베이징 올림픽 같은 경우 매스게임 같은 인원, 규모 중심이었다면, 이번 개막식은 전통과 인간중심성, 창의성, 첨단기술, 미래의 이미지가 잘 어우러지고,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돋보였던 것 같습니다. 백호를 비롯해 신화속의 동물들, 도깨비, 쥐불놀이 같은 이미지도 좋았고, LED를 이용한 통신과 소통의 이미지, 드론으로 만들어낸 스노우보더, 올림픽기 등도 대단했네요. 자랑스러운 피겨여왕 김연아가 홍보를 위해 열심히 뛰었던 것, 마지막에 성화 점화를 했던 것도 너무 인상적이었고, 평화와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비둘기로 촛불이 모여드는 장면은 너무나 감동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남북한 선수들이 한반도 기를 들고 공동 입장하는 모습, 남북의 선수가 함께 성화 봉송을 하는 장면은, 평화에 대한 염원을 극적으로 표현해 주었습니다. 자랑스러운 촛불의 힘, 그리고 평화에 대한 갈망이, 세계가 공감하고 우리가 자랑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임을 느끼게 되네요.

많은 우려도 있었던 평창 올림픽이지만, 우리 정부가 전쟁위기까지 나왔던 한반도 상황을 평화 외교로 주도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 나가는 모습에, 감사하게 됩니다. 88올림픽에서 정확히 30년이 지나 동계올림픽을 개최하게 되고, 한 개막식 방송에서도 언급했지만, 88년 올림픽 이전에는 876월 항쟁으로 민주화가 시작되고, 2018년 평창 올림픽 전에는 2016년부터 촛불혁명이 시작되어 민주주의가 회복되는 것을 보면, 하나님이 이 나라를 버리지 않으셨다는 것, 정의와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 국민들의 선한 힘이 살아 있음을 절감하게 됩니다.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은, 북한의 정치색을 배제하고 남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곡들을 골라서 정말 열심히 준비한 게 느껴졌습니다. 조금 고전적이지만, 어렸을 때 많이 들었던 카페 무드음악 메들리(?)도 정겹고, ‘반갑습니다로 부터 시작해서, 아리랑과 백두 한라, ‘다시 만나요까지, 공연하는 분들의 정성과 진심이 느껴지고, 끊어진 남북의 마음의 끈이 다시 연결되기 시작하는 느낌입니다. 북의 군창건일 행사도 올림픽 분위기를 깨거나 위협적인 분위기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한 게 보이고, 명목상이지만 북한의 국가수반인 김영남에다 김정은 동생 김여정까지 참석을 하고, 북한이 평창올림픽과 남북관계 개선에 상당히 공을 들인다는 생각입니다. 남북한 선수들이 공동입장 할 때는 김영남 위원장이 울먹이는 사진이 잡혀서 인상적이었네요.

제가 제한적으로나마 북한을 관찰해 온 바로는, 아무리 이념에 사로잡혀 있어도, 또한 통일의 방법과 양상에 대한 생각은 다를 지라도, 북한 사람들에게 민족과 통일에 대한 마음만은 진심이라는 걸 많이 느꼈습니다. 체제 생존을 위해 핵도 만들고 위협도 하지만, 그런 북한 사람들의 마음속에도, 우리 민족 고유의 예의나 도리에 대한 생각이 있다는 것도 느낍니다. 우리 모두가 그렇듯, 불완전하고 왜곡된 모습 속에도 선한 것이 있는데, 선한 것은 선한 것으로 인정해 주고, 하나님의 형상, 인간의 얼굴, 민족의 동질성을 서로안에서 발견하고 대결의 악순환이 아닌, 대화와 협력의 선순환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의식 있는 국민, 신앙인의 자세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물론 이런 행보를 통해 북한이 따로 추구하는 것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핵을 포기 하지 않고 핵보유를 기정사실화 하면서 국제사회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국제사회의 제재나 군사공격 가능성을 완화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거나, 평창올림픽 참가를 체제 선전의 도구로 활용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행동은 상호적이고 여러 가지 결과가 따라옵니다. 북한이 이미 노동신문에 보도 했듯이, 남한이 차려놓은 잔치에 손님으로 참여하는 것 자체가 북한 내부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고, 우리가 북한 대표단을 환영하고 존중한다고 해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입장이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에게 예의를 갖춘다고 상대의 모든 입장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며, 수년간 끊어진 남북의 대화와 협상을 복원하지 않고는 북핵 문제의 해결은 불가능합니다. 대화와 만남은 상호간에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고, 북한도 이렇게 접촉을 하다 보면, 협상의 자리를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현실적으로 미국의 강경파들이 전쟁 가능성 까지 이야기 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최악의 상황을 막고, 국면을 전환해 대화와 협상을 시작하는 방향으로 평창올림픽을 활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당장 북한이 비핵화 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 모든 노력이 의미 없다는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식의 접근은 현실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미국의 부통령 마이크 펜스는 일본 총리 아베신조와 10분 넘겨 행사장에 도착하고, 북한의 김영남 위원장을 빼고 다른 정상들과만 악수한 뒤 환영 리셉션에 불참해 외교적인 논란을 가져왔습니다. 기본적으로 미국의 보수기독교인의 사고를 대표하는 마이크 펜스는, 얼마 전 트럼프 대통령이 신년 국정연설에서 북한 탈북자를 언급하며 북한의 인권 문제를 지적 했듯이, 핵을 개발하고 인권을 탄압하는 북한이 변하기 전까지는 대화하거나 협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줬다고 하겠습니다.

문제는 북한이 먼저 양보하기를 요구하고 그 전까지는 대화나 만남 자체를 거부하고, 강경정책을 쓴다고 해서, 북한이 굴복하거나 붕괴할 가능성은 낮고, 전쟁위기만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북한에 대해 냉철하고 현실적인 판단도 필요하지만, 펜스 부통령이 표현하는 그런 일방적이고 강경한 자세가, 협상의 가능성을 막아버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우려하게 됩니다. 이러한 어려운 환경속에서, 우리 정부는 한편으로는 전쟁과 갈등을 막고, 또한 북한을 설득해서 협상 테이블로 데려오고,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로 갈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들어 가야할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어서, 간절히 기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 가운데에서도 일부 언론과 정치인 들 중에서는 정치적 이익을 위해 '평양'올림픽이니, 태극기가 없느니, 김정은 모욕죄로 경찰이 수사를 하느니 하는 근거 없는 거짓말과 아이스하키 선수 인터뷰 조작까지 하면서, 정부와 올림픽을 비판하는 경우가 있어서 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올림픽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국민들이 가진 평화의 올림픽에 대한 간절한 열망이 모아지는 것에 감사하게 됩니다.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식의 성화봉송 모습들, 참가국 입장 시간 내내 춤을 춘 분들을 비롯해 열정적인 자원봉사자들과, 관객석에서 눈물과 감동으로 응원을 보내는 분들의 모습에 감동하게 됩니다.

단일팀 구성 가운데 잡음도 있었지만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선전해 주기를, 마음 같아서는 1991년 탁구 단일팀 같은 기적을 일으켜주기를 꿈꿔보기도 합니다. 물론 단일팀을 만든 것 자체가 소중한 기적이지만 말입니다. 평창 올림픽이 안전하고 성공적인 최고의 동계 올림픽으로 마무리되기를, 온 국민의 염원과 기도가, 한반도 평화의 물꼬를 터주기를 소망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